돗자리 하나가 곧 무대다. 그 무대 위로 빛 고운 노란색 앵삼(鶯衫)을 입고 머리에 화관(花冠)을 쓴 춤새 송민숙 선생이 홀로 선다. 양 소매 끝에 길게 덧댄 한삼(汗衫)을 머리 위로 흩뿌린다. 우아하고 단아한 춤사위는 봄(春, 춘)날의 꾀꼬리(鶯,앵)가 지저귀는(囀,전)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춘앵전(春鶯囀)이다.
지난 3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세미나실은 춤새무용단이 주최한 '춤새의 궁중무용 이야기, 춘앵전'이 관객을 맞았다. 춘앵전은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가 어머니인 순원왕후의 40세 탄신일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지은 노래에(唱詞, 창사) 안무를 붙인 궁중무용이다.
효심을 담고 있는 춘앵전은 궁중 잔치에서 자주 공연됐다고 전해진다. 궁중무용의 대부분은 군무이지만 이와 달리 춘앵전은 화문석(花文席, 꽃무늬를 짜 넣은 돗자리) 내에서 느리게 혼자 추는 '독무'로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간 해설을 곁들인 공연으로 관객들이 우리 춤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해왔던 송민숙 대표는 올해 선보인 춘앵전 역시 이야기를 통해 궁중무용의 아름다움을 설명했다. 춘앵전의 유래는 물론 염수(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동작), 팔수(양팔을 여덟 팔八자로 벌린 동작), 수수쌍불(양팔을 머리 위로 뒤집은 여덟 팔八자로 편 동작) 등 춤 동작에 대한 이해를 높인 뒤 선보이는 춤사위는 관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즐기게 했다.
송민숙 대표는 "춘앵전 공연을 보러오시는 관객 99% 가량이 '춘향이'를 찾곤 하신다"며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춘향이가 아니라 꾀꼬리의 모습 '춘앵전'이라는 것을 알고 가시면 제대로 공연을 즐기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춤은 민속무용과 궁중무용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신명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춤은 민속무용이고 느긋하고 차분한 춤사위로 채워지는 것이 궁중무용이다"며 "임금 앞에서 독무를 할 수 있는 궁중무용이 두 가지 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춘앵전이다. 전통문화체험관이라는 장소와 춘앵전이 잘 어울려 공연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춤새 송민숙 대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부를 모신 종묘에서 제례를 봉행할 때 연주하던 제례 악무인데, 종묘제례 일무는 이때 추는 춤을 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