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한 주를 시작하고 난 월요일인 지난 9월 30일 저녁, 달이 뜨고 어둑해진 보청천변으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요요(혼백과 신주를 모시고 상여에 앞서가는 작은 가마)와 상여를 지고, 또 누군가가 만장(고인을 애도하며 종이나 천에 쓴 글이 적힌 깃발) 역할을 대신할 대나무를 베어다 지고서 왔다. 오는 17일 충북도 대회를 앞두고 지난 2개월 동안 수시로 연습에 나서고 있는 청산면민속보존회(회장 김기화) 회원들이다.
지신밟기로 도 대회에선 두 번이나 대상을 타고,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하며 이름을 널리 알린 바 있는 청산면민속보존회가 이번에는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재현하는 '장례요'로 전통을 지키고 지역을 알리는 과업에 도전한다.
보존회가 선보일 장례요는 20분의 시간 안에 발인부터 시작해 고인과의 인사 후 외나무다리를 건너 묘를 다지는 '달구질'을 하는 것까지로 구성됐다. 청산면민속보존회 회장이자 요령잡이로도 나서는 김기화 회장의 말이다.
"매장 대신 화장하는 문화로 바뀌면서 고인을 기리던 우리 장례문화도 사라지고 있지만, 전통이 있어야 오늘도 있는 법이다. 다음 세대에게 귀감이 되고 기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회원 모두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재원이 있었더라면 집 모양 같은 소품이나, 상여가 나갈 때 동네우물을 덮어 놓는다든지 하는 것도 재현해서 시연해보고 싶었다. 일단 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전국대회까지 나가는 게 목표다."
'어~허~다알구여~'하는 요령잡이의 선소리에 '허~허어~다알구여~'라는 상여꾼들의 뒷소리가 따라붙어 함께하는 소리는 달구질을 거듭할수록 더욱 커지면서 청산의 밤을 메운다.
가끔 순서를 헷갈려 멈춰 설 때도 있지만, 선생님의 지도에 발맞추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외나무 다리를 건너 소리를 내어 본다. 원래 요요꾼 역할을 맡았지만, 사람 수가 모자라는 통에 이날 여성 상여꾼으로도 활약한 남현희(69, 청산면 만월리)씨는 "귀촌한 후 7년째 민속보존회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릴 때 숨어서 상여가 나가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이번에 더 배우고 '이랬겠구나'라고 상상도 해 보면서 연습하고 있다"며 "다들 바쁘더라도 전통을 살리겠다는 마음 아래 가족처럼 즐겁게, 인심 좋게 연습에 임하고 있다. 상여도 같이 드니 무겁지 않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수 시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연습에 힘을 더해 줄 간식이 빠질 수 없는 법, 연습 소식을 듣게 된 청산면이장협의회에서 맛있는 치킨을 준비해 대접하기도 했다. 청산면이장협의회 설용선 회장은 "상여가 나가는 과정은 공동체문화의 한 면면이기도 하다. 보존회에서 이를 지키는 연습을 한다는 말을 듣고 응원차 치킨을 준비했다"라면서 "청산에서 군 대표로 나서고,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는 데 각고의 노력을 들이고 있는 만큼 재정적인 지원 등 많은 격려로 힘을 북돋아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