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캄보디아 청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다. 공교육은 확실히 캄보디아 청소년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발달한 것도 아니다.

크메르 루주 시기를 거치면서 캄보디아의 교육 인프라는 완전히 붕괴됐다. 캄보디아 GDP 대비 교육비 지출은 2.2%로,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청소년 수련활동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캄보디아도 초등학교는 우리와 같이 6년 의무교육이지만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은 16.5%. 중학교를 마치는 비율은 74%에 불과하고 남학생, 여학생 중 여학생의 중도 포기율은 더 크다. 전체적으로 교육시설, 행정, 교직원 역량 등 총체적 어려움이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캄보디아 교육의 현실이다.

결국 캄보디아 청소년들은 국제NGO가 운영하는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그들의 빛을 찾는다. 그것이 그들에게 희망이기에.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 위치한 비영리 예술 및 서커스학교, 파 폰 셀팍(Phare Ponleu Selpak)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 위치한 비영리 예술 및 서커스학교, 파 폰 셀팍(Phare Ponleu Selpak) ⓒ 이영일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국제교류 연수단, 파 폰 셀팍 방문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아래 한수협)가 지난 10월 2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실시한 캄보디아 국제교류 연수에서 한국의 청소년지도자들은 바탐방 지역에 위치한 비영리 예술 및 서커스학교인 파 폰 셀팍(Phare Ponleu Selpak)을 10월 4일 방문했다.

파 폰 셀팍은 캄보디아어로 The Brightness of The Arts, 일명 '예술의 빛'을 뜻한다. 1994년 캄보디아 예술학생 9명과 프랑스인 예술 교사가 설립했다. 예술이 킬링필드의 트라우마를 잊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깨달았기 때문.

파 폰 셀팍은 어린이, 청소년 및 그 가족의 삶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년 1천여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는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우리의 청소년진로직업센터라고 하면 될 듯하다.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는 10월 4일 오전, 연수단이 파 폰 셀팍에 도착하자 이곳의 대표인 오스만(Osman)씨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아쉽게도 그 날이 캄보디아의 추석 임시연휴로 지정돼 청소년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캄보디아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되고 있는 비영리학교의 예술 교육

 파 폰 셀팍 오스만(Osman) 대표가 이곳의 운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 폰 셀팍 오스만(Osman) 대표가 이곳의 운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오스만 대표는 파 폰 셀팍의 역사와 하는 일에 대에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서커스, 뮤지컬, 연극, 댄스, 곡예, 미디어 아트 등 예술인을 배출하는 것이 파 폰 셀팍의 목표인데 그 배경에는 예술로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보아 청소년 대다수가 너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스만 대표의 여러 설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연예술학교(Performing Arts School)다. 여기서 교육을 받은 많은 청소년들은 졸업 후 Phare 서커스단에 입단한다고 한다. Phare의 서커스는 바탐방 지역을 넘어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서커스로 성장했다고 한다. 귀국 후 포털사이트를 찾아보니 정말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서커스가 분명했다.

파 폰 셀팍이 단지 서커스단원을 양성하는 것은 아니다. 유치원과 아동발달센터, 도서관 등도 함께 운영한다. 이번 연수에 협력기관으로 참여해 연수단을 안내한 엔젤스헤이븐은 올 5월, 파 폰 셀팍과 MOU를 맺고 교육사업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이 공장에서 노동하는 대신, 사회 안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캄보디아 공교육이 하지 못하는 소프트 스틸 교육을 지원한다는 것이 엔젤스헤이븐이 가진 미션이다.

파 폰 셀팍은 2012년 예술과 문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네덜란드로부터 프린스 클로스 상(Prince Claus Award)을 수상했다. 지금은 전 세계를 순회하며 공연을 한다고 하니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파 폰 셀팍(Phare Ponleu Selpak) 에서의 기념촬영
파 폰 셀팍(Phare Ponleu Selpak) 에서의 기념촬영 ⓒ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관광 여행으로는 알 수 없는 캄보디아 청소년들의 피나는 노력

연수단이 파 폰 셀팍을 방문했던 날, 청소년을 만나지 못해 내심 아쉬웠는데 그날 저녁 씨엠립으로 이동해 졸업생이자 파 폰 셀팍의 교사로도 활동하는 이들의 파레 더 캄보디안 서커스(Phare, The Cambodian Circus)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다는 이 서커스는 캄보디아의 색깔이 잘 드러난 하나의 종합예술이었다. 캄보디아 전통악기의 연주 속에 캄보디아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주제에 맞춰 출연자들이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 댄스, 전통 무용 등이 융합된 연기와 서커스를 동시에 보여주는데, 화려한 액션과 '붕붕붕' 날아 다니는 곡예는 시선을 뺏기에 충분했다.

만약 이 유명한 서커스를 사전 지식 없이 그저 관광의 한 일부로 관람했다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조국을 발전시키기 위한 캄보디아 청소년들의 피나는 노력을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했을 듯 하다.

그러기에 연수단 한 명 한 명이 이들의 서커스를 애정 어린,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기꺼이 큰 박수를 보냈다.

 더 캄보디안 서커스(Phare, The Cambodian Circus)와 기념촬영 한 장면
더 캄보디안 서커스(Phare, The Cambodian Circus)와 기념촬영 한 장면 ⓒ 이영일,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김기남 한수협 사무총장은 "최근 청소년활동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답을 바로 이곳 캄보디아에서 찾은 듯하다. 청소년 복지와 교육의 문제를 상담과 학습으로만 해결하기 보단 그들 청소년이 좋아하고 행복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이를 통한 자신의 미래찾기 과정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청소년활동의 선순환 구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선화 대구 수성구청소년수련관 운영부장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빈민촌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예술 과목을 교육하고 있는 파 폰 셀팍, 그리고 졸업생들의 서커스 공연은 청소년 성장과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청소년정책의 방향, 지역 특성, 지역 청소년의 수요를 반영한 청소년수련시설의 특성화 사업으로 무엇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현재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특성화 사업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현 경남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국장은 "많은 졸업생들이 국내외 서커스 및 공연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파 폰 셀팍의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알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후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이 단순 취미가 아닌 사람을 하나로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의 멋진 활동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포털1에도 실립니다.


#캄보디아#킬링필드#파폰셀팍#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국제교류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