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청 공무원이 건축 허가와 관련해 위법ㆍ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공직 비리 직무감찰 감사보고서를 통해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한 용적률 완화 적용 등 강남구 복합건물의 건축허가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위법ㆍ부당행위를 확인해 구청 관계자 2명은 검찰에 수사 요청하고 전 구청장 등 2명에 대해선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강남구는 2020년 8월 A사가 압구정로변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미술관 기부채납 조건부로 제안한 획지 분할(1개→3개)을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그 후 강남구는 업무시설(오피스텔)을 포함한 복합건물 건축허가를 2021년 7월 오피스텔 등 미술관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를 반영한 용적률 499.43%로 처리했다.
그런데 강남구가 획지분할에 대한 주민 의견 청취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의ㆍ의결 권한이 있는 서울시 공동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도 않고 심의ㆍ의결 권한이 없는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업무 담당자들은 서울시 공동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야 할 사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빨리 처리해 달라는 A사의 부탁과 상급자의 지시 등을 이유로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청장 운영사항'에 해당하는 것처럼 안건 검토보고서를 작성ㆍ검토했다.
이후 부구청장의 결재를 받아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ㆍ처리함으로써 주민 의견 청취, 변경 지형도면 고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도시관리계획 변경 업무를 잘못 처리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강남구청에 해당 지구단위계획에 맞게 1개 획지를 기준으로 관리하고, 앞으로 서울시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가 공동으로 하는 심의의 대상을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여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줬다.
또한 구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이 필요한 기부채납시설 취득의 경우 그 의결이 있기 전에 관련된 건축허가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임의 적용해 허가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이 밖에도 현직에 있는 B 직원에 대해선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처분(정직)을 내렸고 강남구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하급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전 C 국장의 경우 퇴직한 상태이기에 해당 내용이 재취업ㆍ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나 인사혁신처 공직 후보자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 2021년 7월 강남구의회에서도 나왔다. 당시 이도희 의원은 강남구가 추진하는 구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사업 추진 과정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구정질문을 통해 "구립미술관 건립과 관련된 모든 절차의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모든 것들이 비상식적"이라며 "결과적으로는 특혜 시비, 밀실 행정이라는 오명이 남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도시계획이나 경관을 고려해 토지 분할 등은 합법적이면 허가해 줄 것이고 강남에서 사업하는 분이나 주민들이 합법적인 제안을 하면 다 도와드릴 것"이라며 "최종 책임자는 구청장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라고 답변했다(
"강남 구립미술관 건립 관련 모든 절차 비상식적" https://omn.kr/1ufdj).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해 이도희 의원은 "그 당시에도 행정적 절차에 문제점이 있어 지적했는데 이번 감사원 감사로 밝혀져서 다행이다"라면서 "당시 해당 공무원들은 구청장 등 윗선의 지시 때문에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아는데 그들은 현직에서 물러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현직에 남아 있는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현 구청장 재임 시기에 벌어진 일을 감사한 것이 아니라 전임 구청장 때 벌어진 일에 대한 감사이기 때문에 뭐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