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의 스피커가 700m 앞에서 방송하는데 주민들이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TV까지 켜놨는데도 환청이 들린다. 우리가 무슨 죄냐. 쉬지도 못하고 인간의 삶을 살고 있지 못한다." - DMZ 안에 있는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 마을' 이장
"정부는 '탈북자 인권 때문에 대북 풍선을 보낸다'고 하지만 우리 접경지 주민들 인권은 없는 것이냐. 추수철 농사일에 바빠도 언제든 북한으로 대북 전단 뿌리면 내가 막을 것이다." - 통일대교를 건너면 있는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통일촌 마을' 이장
경기 파주시 주민 이재희씨(평화위기 파주비상행동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 '이러다가 전쟁 난다! 전쟁 조장 윤석열 정권 퇴진! 반전평화대회'에서 전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말이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와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에는 연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이에 아랑곳 않고 대북 강경 일변도 기조만 이어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개탄과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무인기 침범 사태, 대북 전단, 쓰레기 풍선, 확성기 방송 등이 오가는 가운데 이미 높아진 한반도의 긴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면서 "수많은 퇴행 정치로 10%대 지지율로 곤두박질한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국면전환 카드는 전쟁 국면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인기 침범 논란 후 파주 읍내까지 중무장한 군인들 여기저기 배치돼"
이씨는 이날 접경 지역에 살면서 느끼는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서 증언했다. 그는 "지금 접경 지역 주민들은 하루하루 하늘만 보면서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며 "(그런데) 이제는 대북 진단 확성기에 이어 심지어 드론(무인기)까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 11일 남측 드론에 대한 북측의 강력한 경고 이후 파주 문산 읍내까지 중무장한 군인들이 여기저기 배치된 상황"이라며 "주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중무장하는 군인들, 훈련하는 군인들을 만난다. 하늘에는 매일 정찰기가 떠다니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확성기 소음에 시달린다"고 증언했다.
이어 "일부 탈북자 단체들은 내일이나 모레쯤 대북 전단 공개 살포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며 "접경 지역 주민들은 여러 번 기자회견을 통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도 이 행사에 오기 직전에도 또 한국군의 무인기가 평양에서 발견됐다는 북한 발표를 보았다"고 개탄했다.
"위기 관리해서 빨리 평화 복귀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위기 조장"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이날 "북한은 (한국 정부의 드론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진까지 첨부했다. 그 무인기가 남한에서 왔다는 것은 알려졌으니, 문제는 누가 보냈는지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다)"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전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만약 (한국) 군대가 보냈다면 군대가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무인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떨어져서 북한이 다 회수했다"며 "이는 작전 실패이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위기가 생기면 그것을 관리해서 빨리 평화로 복귀하는 것이 제1의 임무인데 윤 정부는 오히려 위기를 더 조장하고 심화시킨다"며 "잘못한 정부를 탄핵하는 건 민주주의의 꽃이다. 꽃을 피우자"라고 촉구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덕수궁 돌담길 근처는 참 좋다. 우리는 가족들과 나들이도 나오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은 이 모든 것은 앗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75% 이상은 윤석열과 김건희를 싫어하는데, 윤석열은 하야하거나 쫓겨 내려가면 그만이고 김건희는 구속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전쟁은 그렇지 않다"며 "윤 정권 퇴진만이 평화를 가져온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전쟁만은 안 된다'라고 말하는 정권을 우리 손으로 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 목숨은 정권 연장 도구 아냐"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부대 일부를 파병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히려 전쟁 불안을 조장해서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려는 현 정부의 정치적 속셈이 깔린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재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통일위원장은 이날 "(국정원 발표는) 패전이 짙은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군대를 파병하기 위한 가짜 정보라는 이야기까지 나돈다"면서 "지금 우리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아니, 윤 정권에 의해서 강요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정권은 전쟁 불안을 일삼고, 공포 정치를 현실로 만들고, 모든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 평양 상공 무인기는 군사적 무기일 것이라는 기사와 관측도 있었다"면서 "국민의 목숨은 정권 연장의 도구나 수단이 될 수 없다. 윤 정권은 한반도를 극단적 군사 대결의 장으로 몰아넣는 모든 일련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