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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인천 강화‧교동 지역에서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73주기를 맞아 추모하는 행사가 19일(토) 오전 11시 옛 강화교 강화도 쪽 입구에서 열렸다. 천주교 갑곶 순교 성지와 인접한 이 장소는 주요 학살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사회를 맡은 이성재 상임대표(인천자주평화연대)
사회를 맡은 이성재 상임대표(인천자주평화연대) ⓒ 지창영
 위령제 참석자들
위령제 참석자들 ⓒ 지창영

사회를 맡은 이성재 인천자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어제는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어서 행사가 가능할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맑은 가을날이 되어 다행"이라면서 "아마도 영령들께서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도움을 주신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희생자 명단이 빼곡이 적혀 있는 무대 현수막을 가리키며 "여기 명단에 있는 분들이 2008년, 2009년 1기 진화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상이 규명된 분들로서 총 322분"이라고 소개했다.

 양혜경 소장(한국전통넋전춤연구소)의 춤 공연
양혜경 소장(한국전통넋전춤연구소)의 춤 공연 ⓒ 지창영
 술잔을 올리는 최상구 회장(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과 이정우 회장(인천강화유족회)
술잔을 올리는 최상구 회장(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과 이정우 회장(인천강화유족회) ⓒ 지창영

첫 순서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최상구 회장과 인천강화유족회 이정우 회장이 무대 앞으로 나와 제사상 앞에서 분향하고 술잔을 올렸다. 이어서 양혜경 한국전통넋전춤연구소 소장이 애절한 몸짓으로 영령들을 위로하는 넋전춤을 공연하여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고유문(告由文)을 낭독하는 이정우 회장
고유문(告由文)을 낭독하는 이정우 회장 ⓒ 지창영

이정우 회장은 고유문(告由文, 큰일을 치르고자 할 때나 치른 뒤에, 그 이유를 신명이나 사당에 모신 조상에게 고하는 글)을 낭독하며 "많은 유족들이 고령과 병마에 시달려 오늘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하여 송구하다"라면서 "그러나 살아 있는 우리들이 원혼들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니 바라옵건대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께서도 후손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움 줄 것을 기원했다.

 추도사를 하는 최상구 회장
추도사를 하는 최상구 회장 ⓒ 지창영

최상구 회장은 추도사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1년 만에 대면하는 자리"라면서 "추모 행사에 관심과 도움을 주는 시민‧사회 단체들과 강화군 관계자들, 언론인들 그리고 참석해 주신 유족들과 내빈들께 감사한다"라고 언급하고, "74년 전 억울하게 무참히 돌아가신 부모 형재 자매 분들이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영면하시기 바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추모사를 하는 윤호상 명예의장(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추모사를 하는 윤호상 명예의장(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 지창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윤호상 명예의장은 추도사에서 "이곳 강화는 한마디로 지붕 없는 한반도 역사 박물관"이라며 "서구 열강과 일본 제국의 침략에 맞서 온몸으로 싸운 저항의 상징이었지만 해방공간에서 수많은 인명이 억울하게 학살을 당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김은정 오카리나 연주자
김은정 오카리나 연주자 ⓒ 지창영

 추모사를 하는 김의중 목사(남북평화재단경인본부 상임대표)
추모사를 하는 김의중 목사(남북평화재단경인본부 상임대표) ⓒ 지창영

김은정 오카리나 연주자의 추모 공연에 이어 남북평화재단경인본부 김의중 상임대표(목사)가 추모사를 하면서 학살의 바람 속에서 4살짜리 어린이의 몸으로 힘겹게 살아 남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오랜 세월 빨갱이라는 굴레와 연좌제의 사슬에 묶여 말도 못하던 시기에 비하면 추모제나마 할 수 있는 지금은 기적 같은 변화라고 언급하면서 "(당시 희생당한 사람들 중에는)노인들도 있었고 어머니들도 있었으며 나와 같은 또래의 어린아이들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강화를 평화의 땅으로 만들고 나아가 평화 통일을 이루어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주자"라고 호소했다.
 추모사를 하는 박흥렬 강화군 군의원
추모사를 하는 박흥렬 강화군 군의원 ⓒ 지창영

박흥렬 인천 강화군 군의원은 추모사에서 "학생들이나 외지 분들이 간혹 설명을 요청하여 이 자리에 와서 제가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듣고 나면 평화가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고 간다"라면서 "백 마디 말보다 낫고 어떠한 교과서보다 나은 산 교육장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피력했다.

이어서 "여기는 추모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비극을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억의 자리로 계승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군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라고 언급했다.

 채청원 연주자의 색소폰 공연
채청원 연주자의 색소폰 공연 ⓒ 지창영

 활동 계획을 발표하는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
활동 계획을 발표하는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 ⓒ 지창영
두 번째 공연으로 채청원 연주자의 색소폰 연주가 이어진 후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진화위 조사관으로 활동하면서 민간인 학살의 참상을 누구보다 더 깊이 알게 되었다는 그는 "민간인 학살은 예비 검속이요, 예방 학살이었다"라고 그 본질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놓고 판가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어떻게 불법적으로 민간인들을 예방 학살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궁극적인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보자"라고 호소하면서 학살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대중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평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학살 현장 인근에서 추모의 마음을 담아 국화꽃을 던지는 참가자들
학살 현장 인근에서 추모의 마음을 담아 국화꽃을 던지는 참가자들 ⓒ 지창영

행사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들은 국화꽃을 한 송이씩 들고 옛 강화교로 이동하여 강을 향해 꽃을 던지며 추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인천강화유족회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민주노총인천본부, 진보당인천시당, (사)노동희망발전소, (사)우리누리평화운동, 미군철수투쟁인천본부, 생명평화포럼, 인천노사모,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인천자주평화연대, 참살이문학, 한강하구평화센터가 함께했다.

#민간인학살#강화#교동#위령제#강화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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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학박사, 번역가. 충남 청양 출생. 시집 <<송전탑>>(2010). 번역서 <<명상으로 얻는 깨달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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