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달이 너무 멋지다!"
저녁 무렵 천막농성장 건너 금남대교 위로 달이 둥그렇게 떠 있다. 농성장에 있던 이들이 다같이 일어나 탄성을 질렀다. 완전한 구형의 달 안에 가득한 붉은 노을빛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고 선명했다.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만이 빚어낼 수 있는 모습이기에 더 감탄하게 된다.
도시 위에 떠오른 보름달은 마치 금강에게 안부를 묻는 듯, 크고 둥글게 금강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안녕하시냐고, 당신의 길을 거침없이 가고 있느냐 질문하듯 말이다.
오래된 자연의 대화에 낄 수만 있다면 보름달에게 소원을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친구 금강이 제발 막힘없이 흐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인간들의 가난하고 허망한 욕심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달라고 말이다.
또 잠길 뻔한 천막농성장… 예측할 수 없는 비
지난 18일,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날씨에 천막을 정비하고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무섭게 내렸고 급히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짐을 들어옮기기 시작했다. 천막농성장 주변으로 비가 금방 차오르기 시작했다.
기상예보의 강수량만 보고 무엇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비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1일, 일기예보에 강수량이 많지 않다고 해 잠시 텐트를 위로 옮겨 몸을 피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비가 쏟아져 그라운드골프장 앞까지 물이 차올랐고 결국 천막을 잃었다. 그 난리를 겪고 이제 '비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딱 박혀버렸다. 인간이 예측할 수 없을 기후에 강을 막고 뭔가를 계획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크다. 공주 백제문화제 때마다 유실되는 돛배들이 알려주지 않았나.
금강은 생명들의 삶터…훼손된 자연 책임져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백제문화제가 끝나고 공주보 인근 금강으로 모니터링을 다녀왔다. 시설물 설치와 야간 조명으로 몸살을 앓던 금강은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하다. 강에 어울리지 않는 돛배를 치우는 기중기만 이질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축제가 끝난 금강에 남아 있는 것은 훼손된 자연 뿐이다.
아직도 수문이 닫힌 공주보 상류, 물에 잠긴 백제문화이음길 데크는 아직도 '단절'된 상태로 녹조에 잠겨있다. 지난 강우에 쌓인 쓰레기 위에서 왜가리와 오리가 깃을 다듬고 있다. 물총새는 사냥을 하기위해 녹조물에 뛰어든다. 작고 귀여운 참새들은 마치 수영장 쉬는 시간이 끝나고, 시작 사이렌이 울리자 물로 뛰어드는 아이들처럼 물놀이를 즐긴다. 그 모습이 애처롭다.
그저 생명들의 삶터인 금강을 이렇게 만들면서 진행한 백제문화제는 과연 누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 주었나 따져 물어야 한다. 녹조가 피어있는 강 위로 수천의 사람들이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배다리를 건넜다. 환경부와 공주시에 수많은 사람들을 녹조에 노출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데 상황이 어때요?"
쏟아지는 비에 사람들이 천막농성장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 전만 해도 해가 쨍하니 나서 바람을 제법 즐겼는데 하루만에 반전의 날씨를 맞이했다. 금요일 밤에 야간담당을 하기로 한 이들과 부지런히 텐트와 의자를 옮기고 비를 망연자실 바라보면서 제발 물이 많이 불어나지 않기를 바랬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마음을 모으며 비오는 하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다행히 세종까지 크게 비가 내리진 않아서 천막은 잠기지 않고 주변만 물이 차올랐다. 다행이었다. 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천막이 무사하길 바란 많은 이들의 기도 덕분일 것이다. 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기며 생각한다.
우리는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