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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A씨 책상에 놓여있던 500㎖ 페트병. 직원들은 병 속에 담긴 액체가 술이라고 진술했으나 A씨는 음료라고 부인했다.
당시 A씨 책상에 놓여있던 500㎖ 페트병. 직원들은 병 속에 담긴 액체가 술이라고 진술했으나 A씨는 음료라고 부인했다. ⓒ 제주의소리

제주의 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약사가 음주 상태로 약을 조제했다는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당 약사는 결백을 입증할 재심의 요청 대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제주의소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귀포의료원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계약직 약사 A씨에 대해 정직 1개월을 결정했다. 지난 9월 13일 자정께 야간 근무를 하며 술을 마시고 약을 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따른 것이다.

음주 의혹은 같은 병원 직원들로부터 경위서가 제출되며 불거졌다. 당시 응급실에 원무과로부터 '퇴원 수속하는 환자의 약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가 진료 후 원무과에 수납하면 자동으로 의사 처방이 약제과로 전달돼 약사가 약을 제조한 후 원무과에 내려보내는데, 약이 오지 않자 원무과에서 응급실에 약 처방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여러 차례 연락을 받지 않자, 직원들은 직접 약제과 사무실을 찾아갔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다른 직원을 통해 잠긴 문을 열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A씨를 발견했다.

문제는 A씨가 음주 상태였던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경위서를 제출한 응급실 직원들은 '대화 도중 A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고, 책상 위에 있던 500㎖ 콜라 페트병에 음료 대신 술이 들어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보고받은 의료원은 A씨가 음주 상태로 조제가 불가하다고 판단, 환자들에게 원외처방전을 발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가 발생한 당일 직원들이 경위서를 제출했음에도 A씨는 다음날 정상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하고 있다.

A씨, 경위서 통해 부인했지만... '정직 1개월' 처분
서귀포의료원 "신뢰 깨뜨리게 돼 송구" 입장

 서귀포의료원 전경.
서귀포의료원 전경. ⓒ 제주의소리

반면 A씨는 경위서를 통해 음주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잠시 눈을 붙인 사실은 있으나 음주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전산상의 이유로 약 처방 내용이 시스템에 뜨지 않아 약을 제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참고인으로 진술한 직원 3명의 진술이 일치하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정직 1개월을 처분했다.

A씨가 징계 재심의 요청을 하지 않으면서 이날부터 정직 효력이 발생했다. 다만 A씨는 이달 말일자로 사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약제과를 찾아간 직원들은 A씨가 인기척이 없자 혼자 근무하던 중 쓰러졌을까 봐 걱정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며 "응급실에서는 정신없이 환자를 보고 있는데, 정작 환자의 생명과도 귀결되는 약을 조제하는 약사가 술을 마시고 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 다른 의료인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행동이자 사기를 저하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더불어 "문제가 발생한 당일 직원들이 병원에 경위서를 제출했음에도 A씨는 다음날 정상 근무했다"며 "당장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병원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의료원 측은 "추석 연휴가 겹쳐 사실관계 파악과 징계 절차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환자가 복용하는 약인 만큼 한 치의 오점도 있어서는 안 되는데 이번 일로 신뢰를 깨뜨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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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음주논란#서귀포의료원#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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