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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자료사진)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자료사진) ⓒ 윤종은

지난달 5일 비공개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항소심 공판(수원고법 형사1부, 재판장 문주형 부장판사)에 국정원 블랙요원 김아무개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2019년 2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협조자 관계를 끊게 된 과정을 직접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김씨의 증언 내용을 확보했다. 김씨는 "안부수가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브로커가 됐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는 수십년간 북한 관련 일을 해온 베테랑으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터지기 전 안부수 회장을 관리해온 인물이다. 그는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법정에 제출된, 2019년 2월 1일 작성된 2급 비밀 문건 '○○96○○ 종결 계획'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 문건에서 '○○96○○'은 안 회장을 지칭하고, '종결'이란 국정원과 협조자 또는 정보원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다.

김씨는 법정에서 이 비밀 문건을 만든 까닭을 이렇게 증언했다.

"2018년 12월부터 징후가 좋지 않다고 나름대로 판단했다. 계속 지켜보던 차에 대북사업 시장이 그렇게 넓지 않은데 (2019년) 1월 중순 쌍방울 측에서 누구도 영입하고 누구도 영입해서 주가를 띄운다는 이야기를 쌍방울 관계자가 어느 누구한테 한 바 있다. 그것을 제가 듣고 계속 주시하던 차에 실제로 1월 중순경 나노스(쌍방울 자회사)의 주가가 40%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래서 바로 종결을 취하게 된 상황이다."

국정원 요원 김씨는 "쌍방울은 이미 그러한 전력(주가조작)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쌍방울이 관여하는 것을 굉장히 배제했다"면서 "(그런데도 안 회장은) 2018년 12월 중순경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대동해 방중한 사실을 감췄다. '쌍방울을 배제해 달라, 쌍방울이 같이 있으면 당신과 나, 일하기 힘들다'고 수차례 이야기 했음에도 내게 '쌍방울에서 각종 후원금 같은 것이 들어오는데 쌍방울을 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종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안 회장과 주가부양 내지 조작 의혹이 있는 쌍방울그룹 사이의 불투명한 유착이 국정원이 안 회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실제 김씨가 해당 문건을 작성하기 2주 전인 2019년 1월 17일, 쌍방울그룹은 중국 심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대북 사업 협약을 체결한다. 안 회장은 이로부터 엿새 뒤인 2019년 1월 24일에 나노스 이사로 취임한다.

검찰과 다른, 쌍방울이 북한에 800만 달러를 건넨 목적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7월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위반,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가 무엇 때문이었는지가 핵심이다.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명목일 뿐, 실질은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였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런 논리에 기반해 검찰은 제3자뇌물과 외국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6월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을 기소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의 비공개 법정 증언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당시 쌍방울의 행위는 주가 부양 또는 인위적인 조정 때문이라는 입장에 무게중심을 뒀다. 김씨의 증언이다.

"기업인은 자기 기업이 분신이다. 기업을 살리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적인 것은 모든 것을 한다. 가끔은 반합법,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선도 넘나든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굉장히 치열하다. 주식의 등락폭은 소문에 의해서 왔다 갔다 하고 리스크를 X축 Y축으로 설명드리면, X축에서 리스크 두 단위로 올라갈 때 수익은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얼마든지 주가부양 내지는 탈법적인, 인위적인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씨가 2019년 2월 작성했던 '○○96○○ 종결계획'에는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문건에는 "○○96○○ 주변 인물(쌍방울 오너 김성태)의 주가조작 및 국정원 연루 의혹 제기 가능성에 따른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종결(1.30)"이라고 명시됐다. 또 "나노스 주가는 ○○96○○의 이사 취임,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영입 등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며 "나노스 주가는 1월 초 1천원 선에서 1월 24일 9천원 선으로 상승"이라고 적혀있다.

일각에서는 김성태가 □(공란) 이화영 부지사 및 ○○96○○을 앞세운 주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향후 當院(당원) 연루의혹 제기 가능성 등 활용시 위험성 지적. 1월 30일 □(공란) 협의회를 개최, 사실여부를 떠나 의혹 제기시 院(원)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공란)종결 결론.

검찰 "국정원에서 쌍방울의 주가 조작 직접 조사했나" 추궁

 2015년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당시 국정원에서 쌍방울그룹의 주가조작 사실을 직접 조사한 사실이 있느냐"라고 따져 물으며 김씨로부터 "없다"라는 답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김씨는 바로 이어 "제 생각은 (쌍방울의) 인위적인 (주가) 조정에 가깝다"라고 덧붙였다.

검사 : "(국정원) 문건에 쌍방울 그룹의 주가조작 관련 또는 국정원 연루 의혹제기 가능성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적 있었다. 맞나?"

국정원 블랙요원 김씨(이하 김씨) : "예."

검사 : "1심에서 증언하기로, '조작'이라는 표현은 당시 강하게 쓴 것 같고 '부양' 정도가 적당한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맞나?"

김씨 : "예."

검사 : "그것은 증인이 쌍방울 그룹의 주가 동향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대외적으로 발표된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외에 내밀한 영역, 즉 이것이 순수한 부양인지 목적을 가진 조작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건가?"

김씨 : "1심에서 그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6월 9일 참고인 조사 때 검사님이 제게 부양이냐고 물었을 때, 당시에는 법정에 쌍방울 관계자도 있었기 때문에 조금 강한 표현을 못썼지만 제 생각은 인위적인 조정에 가깝다고 말씀드렸다."

검사 : "그것은 증인의 생각이고 어떤 자료로써 확인된 거 아니지 않나?"

김씨 : "아니다. 원래 1심에서도 증인으로 나와 조작이다 아니다 이야기하는 것도 외람되고, 조금 중화적인 표현을 썼다고 말씀드린다. 그러한 사실도 제가 6월 9일 검찰 참고인 조사 때 이미 말한 바 있다."

한편 24일 예정된 이 전 부지사 항소심 공판에는 또다른 요원이 작성한 국정원 문건 '북한 리호남 쌍방울의 대북사업 이용 주가조작 시도 언급'에서 리호남으로부터 '국내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해 선양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대북사업가 김OO이 증인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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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김성태#안부수#쌍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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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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