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3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3·광주광역시) 할머니 측에 소위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할머니는 2018년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재판에서 최종 승소해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수억 원대의 위자료 채권을 보유한 인물이다.
당시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식민지배 과정에서 빚어진 불법행위로 인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양금덕 할머니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미쓰비시중공업은 현재까지 배상 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양 할머니는 한국 내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을 강제 매각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1, 2심 잇따라 승소했고, 대법원 최종 판단 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피해자 측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이 소위 제3자 변제 안이다. 전범기업이 아닌 민간 기부금으로 소위 판결금(엄밀히는 위자료)을 대신 지급하는 안이다.
양 할머니는 9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3자 변제안 발표 직후는 물론 최근까지 "윤 대통령은 일본 사람인가. 그런 동냥한 돈 안 받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돌연 23일 양 할머니 측이 정부가 제시한 '판결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오늘 입금, 의사 합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판결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심규선 이사장은 이날 "판결금 수령 의사는 양금덕 할머니가 직접 밝힌 것인가"라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그건 할머니 자제분들이 하신 것이니까, 그쪽에 문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심 이사장은 통화에서 '판결금 지급 과정에서 양금덕 할머니 측이 전범기업에 대한 채권 포기 의사 등을 밝혔는지'에 관한 물음에는 "그런 건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오전 심규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양금덕 할머니 측이 소위 '판결금'을 수령했나. 배상금(위자료)과 이자를 수령해 간 것인가.
"그렇다."
-공탁금 수령 동의서 혹은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위자료 채권 포기서 등 관련 서류를 할머니 측으로부터 받았는지.
"그런 것 없다. 전혀. 양쪽 다 그런 서류 주고받지 않았다."
-배상금과 이자만 지급한 것인가.
"본인이 원하면 드리는 것인데, (채권 포기서 등) 그런 전제는 있을 수 없다."
- 정부 또는 재단 측 법률 대리인들이 채권 포기서 등 서류를 별도로 받았을 가능성은 없나.
"배상금과 이자를 지급한 거 외에는 없다."
- 배상금 지급 또는 수령 의사는 최근 어느 쪽이 먼저 밝혔는지. 정부 측인가, 할머니 측인가.
"컨펌(확인)하기 어렵다. 확인 가능한 것은 배상금, 그러니깐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드렸다는 것이다."
-할머니 아들 명의 은행 계좌로 재단이 입금했는지.
"아니다. 할머니 계좌에 입급했다."
-할머니 계좌?
"그렇다. 당연하다."
-입금 시기는?
"오늘이다."
-그렇다면 입금 전 양측 사전 의사 합치가 있었나? 할머니 아들과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봐야하나. (기자 주: 양금덕 할머니는 광주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 중이다. 호적상 93세. 실제로는 95세의 고령인 데다, 수 개월 전부터 의사 표현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한다)
"의사 합치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저희와 의사 합치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본인이 원하시면 드리는 것이다."
-고령의 할머니가 직접 수령 의사를 밝히고, 은행 계좌를 제공한 것인지 묻는 것이다.
"당연히 할머니 자제분들이 다 알아서 하시는 거니깐. 그쪽에 문의하셔야 할 것 같다"
-수령 의사를 밝힌 것이 할머니인지, 아들인지 확인해 달라.
"그거는 그쪽에 여쭤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기자 주 : 정부 재단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할머니 3남 박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관련 질의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재차 묻는다. 배상금과 이자만 지급하고 다른 것은 없었나. 채권 포기 각서 제공 등은?
"판결금과 이자만 드렸다. 그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뭐 있을 리가 있나. 왜냐하면 앞서 정부 안을 받아들였던 열 한 분과 똑같은 방법으로 드린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절차는? 대법원에 계류된 미쓰비시중공업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 사건(특별현금화명령) 처리는 어떻게 되나.
"그건 나중에 차차 해야 되겠죠. 그거야"
-만약, 할머니 자신 혹은 할머니 아들의 위임을 받아 법률대리인이 판결금 수령과 별개로 관련 소송은 계속하겠다고 밝히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그런 일이 생기면?
"전혀. 지금까지는 그런 일은 없었다. 한 번도. 그거는 입금 받으실 때, 이미 그거야 그걸 전제로 해서 받는 거니까"
-채권 포기 등 명시적 언급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야 그런 거는 서로 의심하면 안 되겠죠. 그리고 한 번도 (이전에) 그런 사례가 없었다. (채권 포기 등) 그러니까 당연히 해야죠. 그거는"
-기부가 저조해 재단이 판결금 지급할 돈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양금덕 할머니 등 네 분에 대한 공탁 비용은 따로 떼어 놨었다.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