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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불편한 현실을 드러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설의 성행위 묘사를 문제 삼아 금서로 지정한 바 있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그녀의 작품이 역사를 왜곡하고 편향되었다며, 보수 단체가 한림원 앞에서 원정 시위를 벌인 일까지. 이러한 반응들은 그녀의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니와,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의 진실이 통섭 되지 않는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암담하다.

최근 전학연(전국학부모단체연합)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권장 도서 불가라며 학교에 비치되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 이는 작품에서 일부 묘사만을 트집잡아 전체의 구조를 격하하려는 악질적인 시도이다. 소설이 담고 있는 깊은 의미를 이해하거나 읽지 못한 표면적인 인식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억압, 존재의 고통을 다루는 예술적 장치이며, 본질을 완연하게 보여준 작품 중 하나이다.

한강 Han Kang Vegetarian 2015 title. Portobello Books
한강Han Kang Vegetarian 2015 title. Portobello Books ⓒ https://commons.wikimedia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설이 아니다. 작품은 한 개인이 사회적 규범과 가족의 억압 속에서 자아를 잃고, 결국 규범에 저항하려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절망을 담았다. 주인공 영혜는 자기 신체와 정신을 통해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채식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내재한 폭력성마저 밀어내려 한다. 그녀의 채식주의는 단지 식습성에 관한 선택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잔혹함과 폭력성에 대한 저항의 강력한 표출이다.

따라서 소설의 핵심을, '몽고 반점'에서 두드러지는 성적 묘사의 밀도로 한정할 수 없다. 채식주의자는 영혜가 타인의 시선에 의해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그녀의 신체가 유린되는 것은 인간 내면의 억압과 자아 상실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요소이다. 영혜가 '이상한' 여성인 게 아니라, 폭력적인 사회 규범에서 억압된 개인의 안타까운 자기 드러냄이다. 이를 포착하며 끌어가는 글에서 드러난 묘사를 시비 거는 행위야말로, 인간적 고뇌와 사회 비판을 읽어내지 못한 결과이겠다.

전학연이 주장한 바, 채식주의자가 청소년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자극적 작품이라는 평가는 과연 옳은가. 오히려 청소년들이 사회와 개인, 인간의 본성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랄 수 있다. 문학은 인간 경험의 복잡성을 파헤치고, 독자가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역할 한다.

작가는 소설에서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다층적인 시선으로 추적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억눌린 자아가 어떻게 파괴되며,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혜의 몸부림은 가족과 사회가 부여한 규범에 순응하는 대신, 자아를 찾고자 하는 처절한 투쟁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설은 개인과 사회 간의 복잡한 관계를 천착하는 중요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문학을 줄거리나 일부를 문제 삼는 분석은 누구에게나 치명적일 수 있다. 어디 문학뿐이랴마는. 우리는 이런 평가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자행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채식주의자가 지닌 진정한 가치는 우리에 대한 성찰이다. 영혜가 겪는 고통과 선택은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얼마나 근원적으로 조명했느냐이다. 작가는 사회 구조와 억압적 규범이 개인과 공동체에 가하는 심리적 폭력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파급 효과를 쓰라리게 문학의 근저로 재현한다.

한강 2025년 1월 발간 예정, e. yaewon (번역가), Paige Aniyah Morris (번역가)
한강2025년 1월 발간 예정, e. yaewon (번역가), Paige Aniyah Morris (번역가) ⓒ https://www.penguinrandom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의 작품 세계가 개별적인 주제나 서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대한 역사적 서사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포괄하는 폭넓은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를 다룬다. 한 개인의 고통이 어떻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집단적인 기억과 연결되는지를 그렸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4·3 항쟁의 역사적 비극에, 인물들의 내적 상처와 고통이 진실이자 포기하지 않을 기억의 서사를 구축한다.

따라서 전학연의 개입은 문학을 단순한 표면적 시각으로 축소하고 왜곡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이들의 비판은 문학의 깊이와 복합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인간 내면의 고통과 사회적 억압, 역사적 맥락을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문학의 본질을 훼손하며, 문학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과 성찰을 억제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역사의 진실은 기억과 증언을 통해, 그리고 위대한 소설 속에서도 전개되고 있음을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이미 완성된 미학적 가치와 역사를 왜곡하려는 행위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설의 진정한 의미를 헤아리지 못하고 눈으로만 읽었다는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 삶이 그러하듯 한강의 소설에는 우주의 정적과 광활함이, 그녀의 필력으로 펼쳐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어.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한강#채식주의자#노벨문학상#선정적#권장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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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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