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종보 재가동 중단 천막농성장을 찾은 지천댐반대대책위
세종보 재가동 중단 천막농성장을 찾은 지천댐반대대책위 ⓒ 박은영

"지천댐도 막고 세종보 재가동도 막읍시다!"

든든한 연대의 발길이 천막농성장을 찾았기에 함께 외쳤다.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된 충남 청양 지천댐반대대책위 주민 500여 명이 세종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집회를 마치고 천막농성장을 찾아왔다.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 위원장은 이제야 와서 미안하다고, 고생이 많다고 어깨를 토닥였다(관련 영상 : [현장 영상] 환경부 앞에 상여까지 등장, 왜냐면).

집회하고 '근조 환경부' 문구와 함께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상여까지 메고 행진하느라 피곤하고 지쳤을 텐데 손 흔들며 농성장으로 내려오시는 어른들의 모습에 하마터면 주책맞게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게 뭔 난리여~' 하며 서로의 투쟁 현황을 알리고 함께 잘 싸우자는 격려를 나누었다. 투쟁하는 이들의 기운이 금강에 가득하니 또 새 힘이 솟는다.

금강의 생명을 위한 수녀님들의 청아한 위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금강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금강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 박은영

'거침없이 흘러라, 흘러야 강이다'
'stop 세종보 담수'
'4대강 보 해체'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소속 수녀님들과 회원들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몸자보 조끼에는 이런 문구들이 새겨져있다. 이들은 '찬미 받으소서 7년 여정'의 3년차 활동의 일환으로 합강습지를 둘러본 뒤, 지난 4월 30일부터 175일째 세종보 담수를 막기 위해 풍찬노숙을 하고 있는 세종보 농성장에서 미사를 올렸다(관련 기사 : "여긴 너무 좋아요"... 22명 수녀들이 반한 이곳 https://omn.kr/2anhh).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의 공연이 있었고, 수녀님들이 금강의 생명을 지키자는 마음이 담긴 성가를 불렀다. 수녀님들의 청아한 음성이 농성장에 가득 울려퍼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천주교 신자 조세종님은 '생명을 지키는 전선에서 노래한 수녀님들의 마니피캇은 떨리는 생명의 희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사를 마치고 천막농성장을 둘러보며 '추워서 어떡하냐', '꼭 이겨야 한다'고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누구라도, 살아있는 강을 보면 지키고 싶어 한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만물을 숨 쉬게 하는 강 바람도 겪어보지 않은 자들은 강에 조명을 달고 싶어 하고, 수면 위에 아파트가 찬란하게 비춰지면 강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의 진짜 아름다움은 조명이 아니다. 강변 모래에 찍힌 고라니, 너구리, 할미새 , 수달 발자국과 별별 모양의 자갈돌에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지키고 싶은 아름다움이다.

금강 세종보 상류 내셔널 트러스트 이곳만을 지키자 선정

 금강 세종보 상류의 모습
금강 세종보 상류의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지난 20일, 제22회 '이곳만은 지키자' 수상작을 발표했다. 금강 세종보 상류를 비롯해 '낙동강 백조의 호수와 하늘 연못', '산청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일원', '제주 함덕 곶자왈 상장머체', 등 7곳이 선정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보존 가치가 높으나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공모를 통해 서류, 현장 심사를 거쳐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하고 있다. 역대 수상작으로는 가덕도 국수봉 100년 숲, 제주 금오름, 설악산 국립공원 남설악 오색지구 등이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금강 세종보 상류 선정 취지에서 '담수가 중단돼 7년 동안 회복된 세종보 상류, 금강 일대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시민행동의 실천 활동이 수문개방에 이은 보 철거가 오염된 강의 재자연화를 앞당기는 유일한 대안임을 확인시켜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개발의 첨병이 되어 온 국토가 제 것인양 자본에 내어주고, 그 감시자와 제어 역할을 해야 할 환경부는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이곳만은 지키자'에 선정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자본의 개발 광풍이 몰아치는 우리의 강과 산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하나의 망루를 더 세우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금강을 지켜내자고 투쟁의 마음을 단단히 한다.

 지천댐반대대책위 동지들과
지천댐반대대책위 동지들과 ⓒ 지천댐반대대책위

"금강아 흘러라! 지천 이대로!"

농사일 하러 가야 한다고 돌아가는 발길을 재촉하는 대책위 분들의 손을 잡고 잘 싸우자고 다독였다. 서로 맞잡은 손을 통해 힘을 불어넣듯 꼭 잡고 말했다. 그 말 하나로 서로가 힘을 받고 잘 싸우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손을 흔들며 보내는데 그 뒷모습에 자본에 맞서 현장에서 싸우는 많은 동지들의 뒷모습이 겹쳐진다.

 오늘 금강이 흐르기까지 농성장을 찾았던 수많은 동지들의 뒷모습이 있었다.
오늘 금강이 흐르기까지 농성장을 찾았던 수많은 동지들의 뒷모습이 있었다. ⓒ 임도훈

애타는 마음마다 눈물이 가득 고여 있지만, 현장에서 웃고 다독이며 투쟁을 이끌어가는 가덕도, 새만금, 지리산, 설악산, 제주 그리고 더 많은 현장의 동지들이 있다. 지키고 싶은 '대상'이 있고 이름만 불러도 눈물 나는 '존재'가 있기에 지금도 물러서지 않고 단단히 서서 긴 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지금보다 더 잘하라는 말보다 옆에 묵묵히 서서, 함께 명랑하게 버텨주는 것. 그것이 금강에서 투쟁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연대다.

그리고 혹시나 전국 환경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을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면, 그저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해주시길 요청 드린다.

"이길 거예요."

#금강#세종보#지천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