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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연희 '오지게, 오지게' 중에서.' 여성의 자기 더럽힘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오히려 기존의 남성 지배 구조를 파열시키는 강력한 해방이다'- 작가의 말
시(詩)김연희 '오지게, 오지게' 중에서.' 여성의 자기 더럽힘을 받아들이는 행위는 오히려 기존의 남성 지배 구조를 파열시키는 강력한 해방이다'- 작가의 말 ⓒ 황융하

지금 서울 소격동 MMCA 서울관에서 전시 중인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관람하면서 내게 가장 먼저 다가왔던 것은, 신체라는 주제가 미적 표현으로만 제한되는 현상을 넘어서 개인의 삶과 역사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점이었다.

신체는 그 자체로 사회적, 역사적, 개인적 서사를 기록한다. 그로써 억압과 저항, 창조의 숨결이 되었다. 전시는 아시아 여성 예술가들이 신체를 통해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지, 그들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신체에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일회적 눈 마주침이라는 관람을 넘어, 다층적인 신체를 매개로 예술가들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모든 관람객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젠더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 예술을 통한 저항과 창조의 유기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성인들에게는 아시아 여성들이 신체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 억압을 극복해 왔는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준다.

전시는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한 전쟁, 가부장제, 식민주의의 여파를 상기하며, 새로운 예술적 시각을 만나는 기회를 선사한다. 연대와 자매애,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다루며,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예술적 경험이랄 수 있겠다.

이멜다 돌봄을 이끄는 이들의 자매애를 복원하기
이멜다돌봄을 이끄는 이들의 자매애를 복원하기 ⓒ 황융하

전시를 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첫 번째 섹션, '삶을 안무하라'는 신체를 역사와 억압의 도구로 사용했던 과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여성 신체가 아시아 근현대사의 전쟁과 이주, 가부장제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소외되었는지, 신체에 새겨진 상처를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박영숙의 '미래를 향하여'와 '마녀'는 여성 신체를 단순한 고통의 상징으로 그리는데 안주하지 않으며, 억압과 상처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저항과 회복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굳은살이 두꺼워진 손바닥처럼, 고통의 흔적을 품고 있으나 다시 일구어가는 힘을 내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신체적 서사가 담긴 작품들 속에서, 여성 신체가 고통을 딛고 더 강한 의지로 재탄생하는 의지들은,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서 집단적이고 역사적인 서사로 확장되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상처의 기록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집단적 의지의 표현으로 다가왔다. 신체는 회복의 공간이자 저항의 도구로 기능하는데, 억압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의 표징이었다.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신체가 어떻게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아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인 '섹슈얼리티의 유연한 영토'에서는 여성 신체가 단순한 성적 대상이 아닌, 사회적 규범과 억압에 맞서는 창조적 존재로 변모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장파의 '여성/형상'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붉은 색채와 뒤틀린 신체 형상은 마치 폭발할 듯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억압된 성적 규범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은 신체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눠질 수 없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되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걸 시사한다. 장파의 작품에서 신체는 단순히 수동적인 역할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가는 강한 존재자가 된다.

사회적·정치적 저항의 도구로 작용하는 예술

이불&장파 여성/형상, 몬스터:핑크-레이아웃
이불&장파여성/형상, 몬스터:핑크-레이아웃 ⓒ 황융하

쿠사마 야요이의 '쿠사마의 자기 소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체를 해체하고 있었다. 점을 통해 신체와 사물의 경계를 허물며, 기존의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초월하는 방식이었다. 쿠사마는 자기 신체와 주변을 점으로 덮으면서, 더 이상 신체를 고정된 정체성으로 바라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연결되는 존재로 상상한다.

작품은 점점 작아지면서도 무한히 확장되는 은하수를 보는 것처럼, 신체가 언제든 새로운 형태로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었다. 이러한 쿠사마의 작업은 금기와 억압을 넘어서, 신체가 무한히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체·(여)신·우주론'은 세 번째 섹션으로 신체가 단순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주적 질서와 창조적 에너지와 긴밀히 연결된 존재임을 보여준다. 구오펭이의 '인간 신경계 다이어그램'은 인간 신체를 우주의 일부로 확장된 강력한 존재로 그리며, 창조와 생명의 순환을 내포한다.

이불의 작가의 '몬스터: 핑크'는 남성과 여성,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계라는 전통적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로써 신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생명체의 형상을 통해, 이불은 전통적인 인간 형체를 벗어나 신체가 끊임없이 변모하고 더 큰 생명력과 창조의 근원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네 번째 섹션인 '거리 퍼포먼스'에서는 특히 여성들이 공공의 공간에서 자기 신체를 매개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강하게 다가왔다. 입김의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는 전통적 권위와 남성적 상징성을 가진 종묘광장공원을 여성의 창조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였다.

이 퍼포먼스는 공공의 공간이 여성 예술가들의 손길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 같았다. 이를 통해 예술이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저항의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입김&쿠보타 시게코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뒤샹 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레이아웃
입김&쿠보타 시게코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뒤샹 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레이아웃 ⓒ 황융하

'반복의 몸짓‒신체·사물·언어' 섹션에서는 신체의 반복적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전환되는지를 구현하며 규범에 의문을 제기한다. 쿠보타 시게코의 '뒤샹피아나: 계단을 내려오는 마부'는 신체의 움직임을 반복적인 패턴으로 쌓아 올리며 억압된 신체가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 작품은 마치 시간이 흐를수록 신체가 점점 더 강해지고 저항의 의미를 내포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억압된 신체는 단순히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층계에 막히지 않은 채 부단히 변화하는 소통의 주체인 셈이다.

마지막 섹션인 '되기로서의 몸‒접속하는 몸'에서는 이불의 '아마릴리스'와 아라야 라스잠리안숙의 '수업'이다. 이들은 신체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이 시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수업'에서 시체처럼 누워 있는 인물들은 생명이 단절된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소통과 변화를 상상하는 모습이 구현된 작품이다. 신체가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을 때조차도, 내재한 가능성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전시 전체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었다.

전시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은 신체라는 주제를 통해 아시아 여성들이 경험한 억압과 저항, 그리고 창조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의 유의미성은 아시아 여성들이 오랜 시간 억압과 배제를 경험해 온 역사를 신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해방하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데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재발견하고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신체는 더 이상 단순한 생물학적 대상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맥락에서 억압과 저항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창조적 주체로 기능한다. 관람객들은 각 작품을 통해 아시아 여성들이 겪은 고통과 저항, 회복의 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사회적 억압을 극복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어떻게 모색해 나가는지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불&아라야 라스잠리안숙 아마릴리스&수업- 레이아웃
이불&아라야 라스잠리안숙아마릴리스&수업- 레이아웃 ⓒ 황융하

이 전시는 특히 아시아와 서구가 신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차이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아시아 여성 예술가들은 그동안 서구 미술사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된 시선으로 보아야 했던 자신들의 신체를 재구성하면서, 그 안에 담긴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경험을 재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여성 예술가들은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를 거부한다. 신체가 고정된 성별, 인종, 계급의 틀을 넘어 더 복합적이고 유연한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예술적 시도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적 흐름과는 다른, 아시아적 시각에서 출발한 독창적인 예술 언어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체를 해방하고자 하는 이들 예술가의 작업은 아시아와 서구 간의 문화적 연대 가능성을 열어주며, 서로 다른 역사가 얽혀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여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결국 전시는 신체라는 경계를 허물고, 더 나아가 아시아와 서구가 문화적으로 서로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미래지향적인 예술적 비전을 제공한다. 아시아 여성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동시에, 서구와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는 신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선, 더 큰 차원의 예술적 통합과 상호 연결을 꿈꾸게 한다. 각 작품에서 드러나는 생명력과 재생의 이미지는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아시아 여성들의 강인함과 유연함을 돋보이도록 한다. 그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담아내며,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전시는 오는 2025년 3월 3일까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어.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접속하는몸#아시아여성미술가#신체#자매애#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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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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