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0% 턱걸이였다.
갤럽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년 10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6주 만에 또 찍은 20% 턱걸이다. 여권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마저 긍정평가 30%선이 무너졌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역시 6주 만에 최고치 70%를 다시 기록했다.
부정평가 사유 1위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급부상했다. 김 여사 리스크 대처 방향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사이 갈등이 고조되며 김 여사의 얼굴이 정치 전면에 드러난 게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러나 여의도에서는 '그나마' 한동훈 대표 덕에 10%대로 무너지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층' 제외하고 모두 무너진 기반... TK, 5%p 급락
갤럽이 25일 발표한 2024년 10월 4주차 데일리 오피니언에 따르면, '귀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었을 때 "잘하고 있다"라는 평가는 20%에 불과했다. "잘못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70%였다.
이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응답률 12.4%)에게 물은 결과이다. 긍정평가는 지난 주보다 2%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1%p 상승했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층별로 나누어서 보았을 때, 윤석열 대통령에 호의적인 반응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p) 이상 많이 나온 건 '국민의힘 지지층'이 유일했다. 48%대 40%로 긍정적인 평가가 8%p 더 높았다. 70대 이상의 경우 41%(긍정)대 43%(부정)로 오차범위 안에 붙어 있었다.
보수층도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40%대 51%로, 부정 평가가 과반이었다. 격차(11%p)도 오차범위를 훌쩍 넘어섰다. 다만, 지난 주 조사에 비하면 긍정은 2%p 늘었고, 부정은 5%p 줄은 결과이다.
반면, 대구·경북의 경우 26%대 60%의 비율을 보였는데, 지난 주 같은 기관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31%였다. 한 주 만에 5%p 급락하며 20%대로 붕괴한 것이다.
그 외의 대부분의 계층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여권 지지층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도 27%대 59%로 부정적인 응답이 긍정적인 응답을 '더블 스코어'로 눌렀다. 보수적인 편으로 분류되는 60대 역시 31%대 63%로 비판적인 여론이 호의적인 여론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나왔다.
반대 진영에서는 격차가 압도적이었다. 40대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는 6%에 불과했고, 부정적인 평가는 91%에 달했다. 진보층도 마찬가지로 6%대 91%의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윤 대통령 국정을 긍정 평가한 이들은 3%에 지나지 않았고, 그 반대는 93%나 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날(2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도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2%로 2주 전 조사보다 2%p 떨어졌다. NBS 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다. '잘못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는 1%p 오른 67%였다.
'김건희 여사 문제', 부정 평가 사유 1위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갤럽 조사 최저치를 갱신했던 지난 9월 2주차 조사 당시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가장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번 같은 기관 조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부정 평가 사유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김 여사 문제'를 꼽은 이들은 15%로 1위였다.
그 뒤를 '경제/민생/물가'(14%), '소통 미흡'(12%),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독단적/일방적'(이상 6%), '외교', '경험·자질 부족/무능함'(4%), '의대 정원 확대', '통합·협치 부족'(3%) 순으로 이어갔다.
이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집중적으로 조명된 탓으로 보인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명씨의 등장도 언론 지면을 도배하며 김 여사 리스크를 도드라지게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도 여론에 불을 지폈고, 마포대교 시찰에 KTV 국악공연 '황제 관람'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독대'를 요청했지만,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형태의 '차담'으로 진행됐다. 한 대표가 요구한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안'이 사실상 모두 거절됐고, 결과적으로 회동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전반적인 여론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0%로 동률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주와 같은 값이었고, 국민의힘은 오히려 지난 주보다 2%p 상승한 수치였다. 조국혁신당은 6%, 개혁신당은 4%로 조사됐다.
한동훈 덕에 20% 지켰다?
평론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20%대를 간신히 유지한 것,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점을 '한동훈 효과'로 해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그나마 20%를 지킨 것은 특별감찰관 논란 때문"이라며 "한동훈 대표가 나서면서 당내 갈등이 폭발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보수층의 눈길을 사로 잡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20% 붕괴를 막은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주가 명태균씨 관련 의혹도 터졌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건도 겹치면서 여권에는 최악이었다. 한동훈 대표가 특별감찰관 문제를 안 들고 나왔으면 이번 주에 10%대로 무너졌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센터 소장도 "국민들은 '김건희 여사를 왜 보호하느냐'라며 대통령의 대통령답지 않은 모습에 실망감이 있다"라며 "그런데 한동훈 대표가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관심이 높고 비호감도가 높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좀 인정해 주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10%대로 무너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렸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이 대략 바닥이다.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는 당분간 더 조심할 것이고, 다음 주에 의원총회에서도 특별감찰관 문제가 정리될 것"이라며 "보수층 안에는 '탄핵은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당분간은 20%선이 붕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그러나 장 소장은 "윤 대통령이 '돌 맞으면서 가겠다'고 하고, 국정운영의 형식과 방식, 고집과 신념을 계속 고수한다면 10%대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만 할 게 아니라 뭘 보여줘야 한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이뤄내느냐, 아니면 특별검사 법안을 통과시키느냐, 이런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결과로, 2024년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총 통화 8041명, 응답률 12.4%)에게 실시했다.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해 100%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