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충남 홍성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25일 홍성 복개주차장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시민들은 분향소에 들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후 7시부터 8시 10분까지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화제도 열렸다.
이날 추모 문화제에는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박가영씨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 최지영(단원고 권순범 어머니) 등이 참석했다. 홍성은 고 박가영씨의 고향이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듯이 이태원 참사 또한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수많은 눈물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
고 박가영 어머니 최선미씨는 이날 "가영이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을 때가 너무 행복했다. 참사 이전에는 사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밝고 기분 좋게 세상을 살았다"며 "하지만 참사 이후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지겹고 시간도 안간다.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눈물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고 말했다.
"가영이가 떠난지 2년이 되었지만 매일 매 순간 가영이를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가영이는 꿈 많고 밝은 아이였다.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딸이다. 가영이는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곳에 갔을 뿐이다. 어째서 아무도 아이를 지켜주지 않았는지, 왜 국가가 그 자리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
이태원 참사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윤석열의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결정이 있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이후, 그 주변 지역의 보안과 교통, 관리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 그 결과 이태원 지역의 안전 관리가 약화 됐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경찰력과 자원이 분산되었다.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대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날의 참사는 단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결정이 초래한 예견된 비극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최선미씨는 얼마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었다"라며 "한강 작가가 책에서 말했듯이 떠나보낸 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지만, 그 상실감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유가족으로서 끝까지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59명의 생명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여러분도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영이를 기억하는 이들도 슬픔을 함께 했다. 최선경 홍성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가 기억하는 가영이는 영혼이 맑은 친구였다. 가영이와는 같은 교회를 다녔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영이는 예배가 끝나면 엄마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고, 여느 아이처럼 동생이랑 투닥 거리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며 "엄마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온가족의 사랑을 받던 아이였다. 그런 가영이를 지켜 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잇따른 사회적 참사에 시민들도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정우 홍성 녹색당 운영위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 자리(복개주차장)에서 추모제가 열렸고 그때 처음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고 촛불을 들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나고 두 번의 정권이 지나갔는데도 참사가 또 일어났다. 답답함이 더 쌓여가고 있다. 이런 현실이 정말 믿기지 않고 답답함을 넘어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분한 마음을 내려 놓고 다시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한택호 진보당 예산홍성지역위원장도 "2014년 세월참사를 시작으로 리본을 달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가 또 일어났다"며 "언제까지 리본을 달아야 할지 너무나도 우려스럽고 한탄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