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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및 약물에 대한 '심신미약'의 법감정과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주 및 약물에 대한 '심신미약'의 법감정과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pixabay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동기 범죄. 체포된 피의자가 뚜렷한 동기 없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주나 고의적인 약물에 취해 폭행 후 사망자 등 피해자가 연달아 발생하며, 음주와 약물 폭력 감형 금지안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피의자들은 검거된 순간에도 수사관의 물음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 잘 모르겠다"는 말로 횡설수설 응수한다. 범행동기를 뚜렷하게 진술하지도 않는다.

'심신미약'이라는 짧은 형기, 반복되는 사회 재범

이들이 주장하는 '이상 동기 범죄'의 경우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피의자가 범행을 저지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이성관계나 실업문제, 가족문제나 금전적인 이유 등 원인이 있기 마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이러한 범행이 반복되면 사회적 공포감은 더욱 조성되고, 사회적 비용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응 및 처벌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조현병과 피해망상 환자, 약물 부작용, 음주 등을 대부분 정상참작하며 심신미약으로 판단, 감형이 이뤄져 곧 사회에 다시 나와 재범의 우려가 이어진다는 데 있고, 이것이 판례로 남아 반복된다는 것이다.

형법상 심신장애 판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법률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발전된 위상과 비교해 형법상 책임능력과 심신장애 판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와 심신상실, 심신미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제2항'이다. 여기에는,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0조.심신장애와 심신상실, 심신미약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제2항'이다. 여기에는,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럼, 대체 심신미약이란 무엇을 뜻할까.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의 범주 속에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그 제1항을 보면 심신상실에 대해 열거하고 있는데, 외부 환경에 대해 전혀 변별할 능력이 없고, 특정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 심신상실 환경에 있는 사람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제2항이다. 여기에는, 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도상해 피의자가 심신미약으로 법정에서 인정된다면 '작량 감경(법관의 재량에 따른 감경)'과 '법률상 감경(법률의 여러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감경)' 등 두 번의 감경이 이뤄진다.

이대로라면 7년 형량의 경우 3년 6월로, 거기서 다시 1년 8월까지 줄어든다.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면 집행유예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 형법, '음주와 약물' 심신미약 감형 많아... 법관 최종 재량 중요

물론, 환시, 환청, 과대망상적 사고, 피해망상적 사고, 충동성, 공격성, 낮은 인지기능, 판단력 손상 등을 이유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 또는 의사가 현저히 떨어지고, 판단능력이 미약한 상태일 경우는 사례에 따라 참작의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약물, 음주 등을 함께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법률적인 개념이기에, 정신질환이 있다거나 음주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처리되는 건 아니다. 법관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현재의 형법에서는 사안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해도,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보고 감형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물을 제대로 분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주두순 출소 장면.
주두순 출소 장면. ⓒ 연합뉴스

대표적인 음주 감형 사례로, 200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당시 조두순은 무기징역을 구형 받자 "너무 취해서 저지른 일이라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며 감형을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두순 재심과 음주 감형 법 규정 폐지 요청'은 61만 명의 청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페이스북에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어서 그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후 특례법이 개정돼 음주나 약물로 인한 '성폭력 범죄'는 판사가 음주 심신미약 감형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신동일 부연구위원의 <심신장애 판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 위원은 논문에서 "형법적으로 심리적 정신장애 대한 감수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명정행위(책임질 수 있는 이가 고의나 과실로 스스로 일시적인 심신장애를 야기 후 그 상태를 이용해 범행하는 것)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외국은 '음주와 약물' 등 별도 규정 처벌

그의 논문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는 명정행위를 아예 별도로 규정,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등과 같은 형태의 정신상태와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또 정신병 일종인 '병적인 명정상태'가 아닌 '일시적 명정상태'는 책임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명정행위의 형사법적인 책임능력을 측정할 때 '과다한 책임귀속'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신동일 부연구위원은 "갈수록 음주나 약물 상태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늘어가는 추세로 볼 때 과다한 음주로 인한 명정행위는 형법 제10조 제3항의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법리로만 규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음주문화에 비춰본다면 외국 법제도와 같이 명정행위를 일으킬 수 있는 과다 음주 자체를 금지시키거나 형법상 명정행위를 별도로 규정, 일반적인 명정행위와 다르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명정행위를 올바르게 분석할 수 있는 법체계적인 구조가 우리나라에는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한편, MBC(엠빅뉴스)에서는 이와 관련해 시청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바가 있다. 음주나 약물의 심신미약에 대한 대중의 법감수성이 어쩐지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

"술먹고 살인 강간은 봐주는데 왜 운전은 감형이 안될까요? 진짜 법을 왜 이렇게 만드는지 도무지 100번을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됩니다."

"음주, 약물 권장하지도 않는 것들을 법정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시킨다? 어불성설이고 오히려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 누가 봐도 당연한 이치‥"

"지금 우리나라에선 심신미약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할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지난 6월, 술에 취한 상태로 동호회 회원을 때려 살해한 30대가 항소심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됐고, 이에 감형받아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 1심은 13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심신미약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법체계 구조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쓴이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음주와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듭니다. 법 개정과 법 감수성이 하루 빨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길 바랍니다.


#심신미약범죄#심신미약#형법제10조#음주약물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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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잡지교육원 전임교수. 겉촉속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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