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고려인 이주 16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어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와 함께 큰 의미를 더하고 있다.
고려인이라 불리는 재러시아·중앙아시아 동포들은 160년 전 언 강을 건너며 가난과 핍박을 피해 모국을 떠나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지만, 세계사의 격랑 속에 휩쓸려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우리 민족을 말한다.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 민족 특유의 성실함과 뜨거운 교육열을 바탕으로 마침내 안정적인 정착에 성공하게 되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특별전 <빛나라 고려극장>은 고려인들의 이주 역사와 함께 고려인들을 위로해 왔던 고려극장을 재조명하고 있다.
전시관의 설명자료에 따르면, 우리 민족 최초의 해외극장인 고려극장은 고려인들과 함께 연해주를 떠나 중앙아시아에 정착하여 지금까지 고려인 사회와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의 각지에 흩어져 서로의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시기에도, 고려극장은 고려인 콜호즈(집단농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지친 고려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단절된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고려극장은 고려말밖에 알아듣지 못하는 고려인들에게 옛소련의 국가 이념을 전달할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나, 고려인들은 보편적 이념의 그늘 밑에서 고려말로 느끼고, 사고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춘향전, 심청전, 양반전 등 우리 고전을 우리말로 꾸준히 공연해 왔다고 한다.
옛소련 붕괴 후 고려극장은 카자흐스탄 국립극장이 되었고, 과거 사회주의 선전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려극장의 우리말 대본과 극작가들의 육필 원고, 포스터와 전단지, 각종 공연 작품의 희귀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고려극장 수위로 쓸쓸한 말년을 보냈던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의 모습을 그린 전(前) 고려극장 미술주임 문 빅토르의 홍범도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 결(관장 김병학)과 안산 사단법인 너머(이사장 신은철)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160년간 고려인의 삶을 조명하는 한편, 그들의 경험을 한국사의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할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별전은 내년 2월 23일까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인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