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시, 화섬식품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신환섭)는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20년사를 기록한 <우리 같이 노조 해요> 발간 '북콘서트'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권영길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최순영 전 국회의원,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 등 외빈들과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과 본·지부 간부들 300여 명이 참가했다.
1부 순서인 '북 콘서트'는 민중가수인 한선희씨가 진행을 맡았으며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 오세윤 네이버지회장, 임영기·이상진 전 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눴다. 2부 순서로 2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열렸다. 기념대회는 임영국 사무처장(화섬식품노조)의 사회로 민중의례, 신환섭 위원장 대회사, 내외빈 축사(권영길, 최순영, 양경수 등), 공로상 시상, 사회연대기금 전달식, 기부 행사, 대회 시상, 주제공연, 카드섹션 순으로 진행돼 마쳤다.
1부 순서인 북콘서트에서 이상진 전 위원장(화학섬유연맹)은 정리해고에 맞서 코오롱 본사와 이웅열 회장의 집 앞에서 시위한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이 전 위원장은 "이 정리해고 사태의 억울함을 회장이 모를까 봐, 회장한테는 (보고라인) 아래 어디에선가 멈춰 보고가 안 되어 이 억울한 사연을 몰라 회장이 우리를 만나주지 않는 것이라고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이 회장 저택 담을 넘어갔다고 설명한 그는, 그 이후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설명하며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우리 편은 왜 없냐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파리바게뜨 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파리바게뜨 지회 같은 경우는 전국에 매장이 하나씩 다 떨어져 있어서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혼자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고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퇴서가 들어와 7개월 후에는 노조가 사라질 위기에서 화섬 동지들이 매장에 전단를 붙이고 다니며 도움을 많이주셔서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2부 순서인 기념대회 대회사에서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화섬식품노조의 역사는 더 많은 노동자의 노동권을 지켜낸 투쟁의 역사"라면서 "화학과 섬유산업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화섬식품노조는 불법파견으로 고통받던 제빵노동자들을, 크런치모드로 혹사당하던 IT노동자들을, 작은 사업장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던 봉제노동자들을, 불법시술이라 공격받던 타투노동자들을,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으로 모으고 함께 투쟁해 왔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제 스무살이 된 화섬식품노조는 실력 있고 매력 있는 강한 노동조합이 되기 위해 다시 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면서 "산별노조다운 화섬식품노조를 만들기 위한 조직 강화사업과 5만 조합원 시대를 열어내기 위한 조직확대 사업을 통해 미래를 향해 뛰어가겠다.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한 더 큰 울타리가 되기 위해, 그리고 한국 사회 진보진영의 든든한 기둥이 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관계 등에 대한 그런 고민을 많이 담았다"며 "조합비의 1%를 사회연대기금으로 적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축사에서 최순영 화섬식품노조 지도위원은 "인디언 속담에 '내 뒤를 걷지 마라. 나는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을 걷지 마라.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함께 걷자.' 이런 게 있다"면서 "노동조합은 이런 것이다. 이럴 때 힘이 생기는 거다. 역사를 그동안 바꿔온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여러분이다. 우리가 20년이 됐지만 앞으로 또 10년 20년 여러분들의 힘을 모아서 이 세상을 일하는 사람들의 세상으로 바꿔 가자!"고 역설했다.
권영길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은 "화섬노동 20년은 피와 땀과 눈물의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드린다"고 축하했다. 이어 "대통령 윤석열이 민주노총을 죽이겠다고 한다"면서 "윤석열이 임명한 방통위원장이 KBS·MBC 사장을 이런 사람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얼굴 들고 국민들 앞에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민주노총과 확실하게 싸울 사람을 KBS 사장으로 해야 한다. 어떻게 하겠냐? 싸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지난 21일 경찰 직장협의회가 생존 투쟁을 위해서 우리는 싸우겠다고 선포하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쳤다. 경찰 직장협의회가 삭발했었다"며 "민주노조가 화섬노조가 이 땅 노동자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노동 해방의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권과 멋지게 한판 싸워 이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재 전태일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화섬식품 노조와 전태일 재단의 관계는 아주 가깝고 특별하다"며 "아시다시피 전태일은 봉제 노동자였다. 봉제 산업에서 일했던 노동자로서 요즘에 노동조합 활동을 했더라면 아마 화섬식품노조 조합원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화섬식품노조는 2020년 전태일 50주기 때 조합원 전태일 운동을 선포하고 전태일의 연대 정신을 뒤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장 순회 중에 급하게 좀 달려왔다. 노동자 대회를 성사하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을 만들어보고자 뛰어다니고 있다"라며 "동지들 오늘 20살 창립 기념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11월 9일 노동자대회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로 힘차게 달려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화섬식품노조 배강욱 초대 위원장은 "제가 3·4대 연맹 위원장이면서 화섬노조 초대 위원장을 했다"면서 "20년이 된 지금 와서 보니 화섬노조로 단일화돼서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됐다"고 좋아했다. 이어서 "화섬노조는 다양한 산업을 가지고 있기에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 됐던 그런 노동자 단체"라며 "계속 구조조정이 들어오고 있는 거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융합된 힘으로 꼭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고, 앞으로 20년은 더 찬란할 것을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공로상 시상 순서에서는 남해화학지회, 농협케미컬지회, 광명연마지회, 에어퍼스트지회, 풀무원춘천지회, 송원산업지회, 한국세큐리트익산지회가 상을 받았다.
이날 20주년 기념대회에서는 사회연대기금 전달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화섬식품노조는 2024년 창립 20주년을 맞이하여 총 1억 원의 사회연대기금을 마련했다. 노조는 사회연대기금 중 2000만 원의 기금을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녹색병원에 지원했다.
또한 기금 중 4500만 원은 공개모집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전태일재단'의 전태일과 함께 하는 건강진단 및 중증 질환 치료비 지원 사업, ▲'이주노동희망센터'의 2024 이주노동자 노동영상 상담소 사업, ▲'용산 나눔의 집'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 사업, ▲'노원돌봄 사회적협동조합'의 취약노동자 돌봄네트워크 활성화 사업, ▲'강동노동인권센터'의 강동지역 불안정 동네노동자 노동공제회 들기 프로젝트, ▲'일하는 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청년오픈플랫폼Y'의 나홀로 불안정 취약층 지원사업, ▲'빈곤철폐를 위한 사회연대'의 제3회 한국 반빈곤 영화제, ▲청춘학교(전국야학협의회)'의 2024년 문해교육 민간단체 연계 성인문해교육활성화 사업 등 8개 단체에 전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