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낳은 세계적인 문학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교문에 걸었다.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축하 메시지와 기획방송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국 최초의 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다양한 언급들이 있지만, 교육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 시대적 사건을 교육 현장 속에서, 지금 당장 어떻게 풀어내야 하나 고민이 생긴다. 지나가는 이벤트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독서교육의 역량으로 구축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말이다.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앎의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자기 인식에 이르는 것은 왜 중요한가? 이런 문제의식은 흔히 독서교육이라는 영역으로 떠넘겨진다.
읽고, 쓰고, 말하기는 국어교육의 핵심 뼈대이자,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의 중심 주제다. 이 세 가지 활동을 통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지식'과 '상상력'이고, 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힘(사유)'을 기르는 것이다.
지식의 영역에는 인문학적 지식에서 자연과학적 지식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경험적 지식을 포괄하고, 상상력의 영역은 창의성에서 다양성까지를 포괄한다. 이러한 가치는 인간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자기의 삶을 능동적이고 주인되게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지금 학교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고민을 해보았다.
우선 읽기 영역이다.
첫째, 도서관의 프런트(구성)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곤충 이야기, 우주 이야기, 동화, 만화, 동화, 소설 등 지금 쏟아지고 있는 최신의 정보와 지식이 담긴, 월간지 등 관련 발행물을 실시간으로, 전면에 풍부하게 배치하면 어떨까. 도서관은 신나고 유익한 정보가 넘쳐나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표현의 매체를 접하고, 만들어보고, 표현 방법을 고민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의 중앙에 위치해야 하고, 접근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도서관은 모든 지식과 상상력의 입구가 되어야 한다. 많은 학교의 도서관은 지식과 상상력이 서가에 박제되어, 단단하고 경직되어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자료와 검색과 출력을 할 수 있는, 더 나아가 3D 출력과 동영상 제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의 개념과 서가 구성과 프런트, 필수자료와 활용방안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도서관을 교육과정의 틀에 가두지 말고, 지식과 상상력의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필요하다.
둘째, 무엇을 읽고,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교사들이 나서서, 노벨 독서교육위원회(가칭)를 조직하자. 우선 학년별 학기 단위로 우리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과 지도 방법의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것은 매년 매 학기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하며, 교사들의 지도 경험은 지속가능하게 관리되고 공유, 보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 학생들이 읽어야 할 필수 고전과 신지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교사들과 학자들은 매년 새롭게 고민되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책 관련 산업영역에서도 학교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범람하고 있는 디지털 읽기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 접근성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지식과 상상력의 휘발성이 강하다. 이를 보완할 텍스트 읽기를 통해, 깊게 생각하며 일정 시간 읽기 능력(독서력)을 길러야 한다.
다음은 쓰기 영역이다.
셋째, 아이들과 교사들의 출판 활동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어떨까. 지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아이들과 교사의 경험은 일생일대의 동기가 될 것이다. 이 출판과 유통은 교육 당국에서 지원되고 관리되어야 하며, 매년 그 결과물이 학교 현장에 피드백되어 유용하게 활용되고, 각계의 전문가들과 출판인들이 학교출판에 관심을 끌게 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출판하는 경험을 통해, 지식과 상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모든 교육청에 출판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실행 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는 체계적으로 발표되어 공유되어야 한다.
넷째, 다양한 글쓰기 활동의 경연대회가 지속가능하게 장려되고, 활발하게 개최되어야 한다. 글쓰기는 생각의 최종 단련과정이다. 지식과 상상력이 현실을 만나 새롭게 다듬어지고, 설득력을 갖게 되는 과정이며, 자기의 생각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다. 글로 생각하고, 글로 말하고,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자. 각종 글쓰기와 활동의 결과물은 권위 있게 평가되어, 학교 현장에 피드백되고, 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진로 진학에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글쓰기의 결과는 출판과정을 통해 학창 시절에 최고의 글쓰기 경험을 갖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기 영역이다.
다섯째, 다양한 토론대회와 발표회를 개최하여,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을 다양하게 제공하여, 집단지성을 경험하고, 생각을 나누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말하기를 통해 '무지의 지'를 경험하게 하고, 의사소통을 통한 지적 자극이 얼마나 강렬한 자극이 되는지 경험하게 해야 한다. 대화를 통한 성장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지식과 상상력의 결과물이 말하기를 통해 공유하고, 이를 통해 다시 지식과 상상력이 샘솟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다양한 학생 동아리 활동의 동기가 되어야 한다.
여섯째, 말하기가 예술과 만들기, 미디어 활동이라는 다양한 표현활동으로 표출될 수 있게 장려되어야 한다. 크고 작은 발표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발표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좋은 계기를 만나, 교육의 영역에 있는 이들이, 호들갑스럽거나,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장시간에 걸쳐 교육력이 살아날 수 있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교육에서는 시범운영이나 특수목적학교, 특별한 예산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가장 위험한 전시성 사업들이다. 평범한 교실에서 평범한 선생님과 함께 모든 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이 필요하다. 문제는 교육철학이다. 기본과 본질에 충실할 때 지속 가능하고, 세계적인 작품이 만들어진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선수를 육성하는 엘리트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 우리의 삶에 뿌리박은 우리의 감수성과 우리의 문제의식이 탁월한 형식(시적산문)을 통해서, 드러났을 때 비로소, 강렬한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지금 당장 우리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가지고, 지속가능하고,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시작하는 걸음은 작지만, 언젠가는 크게 피어날 탁월한 문화국가를 위해서, 단단한 걸음을 시작하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