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 자취생들이 먹는 아침은 기성세대의 ‘아침밥’과는 다르다. 바쁜 사회초년생들에게 아침 식사는 건강 챙기기의 일환일 수도 있고, 소소한 즐거움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해장과 재정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리는 간단해야 하고, 준비 시간은 짧아야 한다. 이 연재는 현대 자취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들만의 아침 시간 속에서 삶의 작은 즐거움을 어떻게 찾는지 보여준다. ‘극단 간편형’, ‘요리 매니아형’, ‘개성 취향형’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자취생 MZ세대의 현실적인 아침 풍경을 담아내며, 그들만의 독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엿본다.[기자말] |
자취하는 MZ세대의 아침밥 풍경은 기성세대와 사뭇 다르다. 예전처럼 아침상에 꼭 국과 밥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해장을 위해 콩나물국을 끓이는 정성도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간편한 토마토 주스, 혹은 군고구마 몇 개, 전자레인지만 사용하기도 한다. 이어질 연재에서는 노련한 간편식부터 SNS에 자랑해도 좋을 정성 어린 식사, 과일이나 국밥 등 취향이 확실한 상차림까지 MZ세대의 다양한 아침밥 식탁을 살펴보려고 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식탁 속에서, 각자 그리고자 하는 미래가 엿보인다.
조리도 설거지도 필요 없는 간단 한식
첫번째 식탁은 '간단 조리 한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에 조리한 것이 없다. 전자렌지에 1분 돌리면 되는 순살 임연수 구이, 봉지만 뜯으면 되는 조미김이다. 계란조차 프라이팬에 부치지 않았다. 기름과 불을 쓰는 것은 귀찮기 때문이다.
대신 노른자를 터트려 밥에 섞어 전자렌지에 돌린다. 별도의 설거지가 필요 없다. 옆에 있는 제로콜라가 눈에 띤다. 설탕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어 요즘은 너도나도 제로음료를 애용한다. 간단하다고 영양 구성까지 포기하지는 않는다. 불을 켜서 조리하지 않고도, 이렇게 얼마든지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를 고루 지킬 수 있다.
이 식탁의 주인공은 나다. 최근 러닝과 헬스에 관심이 커지면서 한 끼라도 허투루 먹을 수 없게 됐다. 살을 빼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근육을 키우는 것이었다. 근력을 키우려면 너무 적게 먹어서도, '탄단지' 중 어느 하나만 많이 먹어서도 안된다.
시간이 없는 우리는 자기 관리를 하기 위해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내열 용기에 알배추와 냉동고기를 얇게 저며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거나, 오트밀과 우유를 전날 섞어 버무려 불려둔 오나오('오버나이트오트밀'의 준말), 봉지째로 돌려 먹는 닭가슴살 볶음밥 등등이 그것이다.
이들의 아침 식사를 보면 전날 밤 자기 전에 무슨 조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난 당신이 어젯밤에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언제든 바로 이동할 수 있게... 고구마와 요거트
두번째 식탁은 고구마와 요거트다. 사진 속 주인공은 대학 병원에서 일한다. 그는 앉아서 아침밥을 먹다가도 호출이 오면 바로 일어나야 한다. 그릇을 씻을 시간도, 수저를 정리할 여유도 없다. 그는 고구마와 요거트라는 최고의 전략을 택했다.
고구마는 껍질 째 먹어도 되고, 요거트는 한입에 털어먹을 수 있어 쓰레기가 덜하다. 이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자취를 오래 한 친구다. 그는 이미 살림 지혜가 주부 백단 못지 않다. 매주 일요일이 되면 밥솥에 밥을 한가득 지은 다음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고구마는 5kg를 한 번에 찐 다음 월요일부터 1~2개씩 집어 들고 출근한단다.
밥 한 끼도 정성스레 준비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최고의 효율을 택하는 친구도 있다. 그에게서 고수의 향이 난다. 사진 속 모니터와 키보드가 이 식사의 의미를 말해준다. 이들에게는 아침도 '전략'이다.
세번째 식탁은 토마토 주스다. 전날 술을 많이 먹은 자취생의 해장 식단이다. 요즘 또래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식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그라들은 듯하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술을 먹을 때가 많다. 커리어 고민, 경제적 불안, 매너리즘 등의 이유로 마음 맞는 동료들과 자발적으로 술을 먹곤 한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콩나물국으로 해장을 했다면, 우리들은 간편하게 배달앱으로 토마토 주스를 시켜먹는다. 믹서기에 직접 토마토를 갈 필요도, 찬장에 꿀을 구비할 필요도 없다. 배달앱으로 몇 천 원을 내면 알아서 토마토 주스가 집 앞에 온다.
콩나물국은 수저가 필요하지만 토마토주스는 식탁에 앉을 필요도 없다. 골골거리는 몸을 침대에 기대고 그저 빨대만 사용하면 그만이다. 전날 술자리에서 떠들었던 고민은 토마토 주스 몇 모금 마시면 날아가는 알코올처럼 금방 사라진다.
부모님을 비롯한 어르신들이 보면, 왜 이렇게 부실하게 먹냐며 끌끌 찰지도 모르는 식단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취생 나름의 지혜가 담겨있다. 쉴 틈 없이 바쁜 20대 에게 식사는 '효율'이다.
다만 패스트푸드가 과거에는 불량식품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는 속도와 건강 모두를 챙길 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란 MZ세대에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제 일어나서 아침을 차렸나 싶을 정도로 식사에 진심인 MZ세대들도 있다.다음 편에서는 '요리 매니아형' 자취생들의 식탁을 살펴보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