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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마산 가포동에 있는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창원위령탑.
창원마산 가포동에 있는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창원위령탑. ⓒ 윤성효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유족에 대한 법원 선고 손해배상 위자료 액수가 이전 '8‧4‧8‧4'보다 높은 '10‧5‧10‧5'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법원에서 인정된 배상액은 ▲희생자 8000만 원 ▲배우자 4000만 원 ▲자녀 800만 원 ▲형제자매 400만 원이었다. 이 금액을 유족들은 '8‧4‧8‧4'로 불러 왔다. 그러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희생자 1억원 ▲배우자 5000만원 ▲자녀 1000만원 ▲형제자매 500만원으로 하는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이를 역시 '10‧5‧10‧5'로 부르고 있다.

74년 전 군인‧경찰이 자행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결정이 나온 뒤, 이어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대한민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이전보다 높게 판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회장 노치수) 회원 유족들이 대한민국정부를 상대로 냈던 소송에서 창원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최윤정‧남승우‧김나영 판사)가 지난 10월 30일 선고한 판결에 잘 나타나 있다. 피학살자 6명의 유족들이 박미혜‧김형일‧임수진 변호사를 통해 지난 6월에 냈던 소송이 4개월만에 나온 선고였다. 유족들은 위자료 액수를 이전보다 높은 '10‧5‧10‧5'를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노치수 창원유족회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위자료 액수가 대부분 8‧4‧8‧4였는데, 하반기 들어 나온 진주‧창원‧거제지역 등 4건의 관련 재판에서 액수가 모두 10‧5‧10‧5로 됐다"면서 "앞으로는 이 금액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송을 낸 지 4개월만에 선고가 내려진 것도 의미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발생"

이번에 판결이 난 사건은 마산지구방법대‧마산육군헌병대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9월 사이 민간인들을 재판절차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창원마산 구산면 앞바다 등에서 총살 또는 수장하는 방법으로 집단 살해했던 것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 관련자들의 진실규명 신청을 받아 조사를 벌여, 올해 4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이때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희생자는 21명이었고, 이들 가운데 6명의 유족 16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행위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했다. 여기서 말한 공무원은 군인‧경찰을 말한다.

재판부는 "희생자들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소속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위자료 관련해 재판부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은 국가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한국전쟁 이후 이념 대립과 남북 분단 체제가 구축되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유족들은 상당한 기간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노출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국가)가 행한 불법행위의 내용과 정도, 불법의 중대성 및 유사한 국가배상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 금액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하여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를 정한다"라고 판결했다.

한편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피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측은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그 중 어느 하나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학살 관련해 피고측은 "불법행위는 1950년 7월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사이에 발생하였고, 원고들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은 '민간인 집단 사망사건' 또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의 희생자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는 민법(제766조 제2항), 국가재정법(제96조 제2항)에 따른 장기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않고, 민법(제766조 제1항)에 따른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된다"라며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5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결했다.

 창원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 윤성효

#민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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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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