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전화는 거의 부가적인 기능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다양한 OTT와 게임까지. 스마트폰만 있다면 다른 전자기기 없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할 정도이다.
카메라도 엄청나게 발전했다. 삼성은 100배 줌이 되는 스마트폰을 선보인 지 오래다. 삼성에 밀리던 애플도 지난 9월 20일 새로 출시한 아이폰 16으로 25배 줌이 가능해졌다. 휴대폰을 아이폰 16으로 바꾼 친구들이 25배 줌의 사진을 보내주며 자랑한다. 무대와 먼 좌석에서 최대 배율로 찍어도 선명한 사진도 SNS에 종종 올라온다.
이제 스마트폰을 살 때의 기준은 사진이 얼마나 잘 나오는가, 줌은 얼마나 되는가, 화질과 색감은 어떤가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을 뛰어넘었다고 보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사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그랬다.
"스마트폰 있는데 뭐 하러 비싼 돈 들여서 카메라를 사?"
"그거 사 봤자 핸드폰보다 안 좋은 거 아니야?"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말리고 있을 때도 나는 꿋꿋이 카메라를 구매했다.
디지털카메라보다 좋은 스마트폰?
현재 필자가 사용하는 것은 아이폰 12 미니이다. 해당 기종은 1200만 화소(화소가 높을수록 화질이 좋다고 말한다), 5배 디지털 줌, 흔들림 보정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동영상은 초당 30프레임, 4K까지 가능하다. 평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부족하다거나 아쉬움을 느낀 적이 많지는 않다. 어두운 곳에서는 사진이 잘 안 나온다는 정도.
구매한 카메라는 소니(SONY)의 ZV-E10으로 화질은 2400만 화소, 영상은 초당 100프레임까지 가능하며 4K의 화질을 지원한다. 배율의 경우는 렌즈에 따라 달라진다. 손 떨림 보정과 피부 자동 보정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성능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이폰 미니가 아닌 프로라던가 더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 15, 16은 되려 성능이 더 좋다. 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폰 16 프로의 경우에는 메인 광각 카메라가 4,800만 화소, 영상은 초당 120프레임까지 4K의 해상도로 찍을 수 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순간을 남기기 위해서다. 순간은 찰나이고 금방 지나가 잊혀진다. 그렇게 사라질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놓는 것이다. 다양한 곳을 가보고 추억을 만들며 사진을 남기는 것. 낭만이 넘치지 않는가.
그래서 사진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후에 사진을 다시 보면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그때 그랬는데', '이때 진짜 웃겼는데' 추억하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런 순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내 추억을 담을 사진 한 장 한 장을 더 신중히, 가장 예쁘게 담고 싶기 때문이다.
휴대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순간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휴대폰을 손에 드는 순간 각종 SNS와 유튜브의 유혹이 시작된다. 괜히 한 번 알림창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내가 있는 그 순간보다 휴대폰에 집중하게 된다.
놓쳤던 아름다움을 찾아서
카메라를 사고 풍경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다. 휴대폰을 보면서 다니던 길을 카메라를 들게 되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버스 정류장, 길가에 핀 꽃과 나무에 열린 과일들이 소소하지만 특별해 보이게 된다. 평상에 누웠을 때 보이는 나무와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 핸드폰을 내려놓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것만을 찾는다. 1분 내외의 릴스와 숏츠를 보며 스마트폰에 갇히기 쉽다. 그런 나에게 카메라는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다 같이 김치~!"
많이 찍는 것은 풍경이라면 찍을 때 가장 즐거운 것은 단체 사진이다. "사진 찍자. 다 모여!" 하면 각자 할 일을 하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게 즐겁다. 타이머를 설정하고 셔터를 누르면 모두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미리 마련된 내 자리로 들어가면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 하나로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모이고, 사진을 찍으며 웃고, 머리를 맞대고 찍힌 사진을 확인한다. 눈 감은 사진 하나에도 자지러지게 웃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가족 사진도 많이 찍었다. 각자 핸드폰을 갖게 되고 셀카를 더 많이 찍게 되면서 가족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다. 가족 사진을 찍으려면 셀카봉을 준비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함께 사진을 찍을 필요를 못 느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를 구매하면서 셀카봉도, 다른 사람도 필요가 없어졌다. 함께 사진을 찍고 나면 조금 더 화목한 가족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비싼 카메라가 부담스럽다면?
50만원 이상의 가격이 부담스러워 카메라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방법은 중고품을 구하는 것이다. 원하는 기종을 정하면 검색 몇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방법은 빈티지 카메라와 토이 카메라이다.
빈티지 카메라를 파는 상점들이 꽤 있다. 직접 방문해 원하는 기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격은 10만 원 정도의 선에서 괜찮은 카메라를 구할 수 있다. 토이 카메라는 더 저렴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와 특유의 디토 감성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의 첫 카메라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토이 카메라였다.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여 아기자기하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Y2K 느낌을 내기에는 딱 맞다. 물론 화질도 조작도 일반 디지털카메라보다는 못하지만 또 그만의 감성이 있다. 지금도 작은 사이즈의 카메라를 챙겨야 할 때는 토이 카메라를 챙긴다.
풍경을, 사람을, 세상을 바라보자
사실 필자는 카메라를 매우 추천하는 편이다. 단순히 예쁜 사진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나니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내가 깨달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바쁘고 여유 없는 현대인들에게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필요하다. 화면 밖의 세상에는 푸른 하늘이, 뭉실거리는 구름이, 작은 꽃과 고양이가 있다. 우리 가족들이, 내 친구들이 있다. 좋은 스마트폰에, 새로운 기종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