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일, 경남 사천시의 한 채석장에서 노동자 두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끔찍한 사고였다. 사고 자체의 비극성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사천 경찰과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제대로 다루지 않았으며 수사의 기본 원칙까지 무시했다는 점이다. 발파 작업 도중 차량 전복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 했고, 노동청 역시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음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파로 인한 것이었음이 밝혀지기까지 49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유족은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여러 차례 마주해야만 했다.
사건 처리 규칙 어긴 사천 경찰서
사고 당일, 사천 경찰은 변사사건 처리 규칙을 전혀 준수하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 규칙에 따르면 변사사건 발생 시 즉시 출동하여 현장을 보존하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일부 회사 관계자의 진술만을 듣고 만연히 사건의 원인을 교통사고라고 단정 지었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증거인 사고 차량은 며칠이 지나 경기도의 어느 폐차장에서 발견되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중대재해수사과 근로감독관은 "차에서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회사 측 관계자의 문의에 "더 이상 차는 수사할 필요가 없으니 알아서 폐차하라"고 답변하였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고 당일 오후 4시 50분경에는 사고 현장을 훼손할 수 있는 2차 발파가 이루어졌다. 발파 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작업이었으며,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현장 사무실의 CCTV를 통해 확인되었다. 사고 현장에는 흔한 출입 통제선조차 설치되지 않아 범죄 혐의가 있던 회사 관계자들은 거리낌 없이 사고 현장을 드나들었고, 결국 현장의 훼손은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다.
경남도경으로 넘겨진 뒤에야 밝혀진 산재사고
고용노동부의 대응은 매우 답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5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즉시 그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무려 49일이 지나서야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미 사고 현장은 훼손되었고, 주요한 증거들이 사라진 뒤였다. 고용노동부의 늑장 대응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되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의 기자회견과 사건에 대한 방송 보도 이후에야 경상남도 경찰청에 사건이 이관되었고, 경남도경이 수사에 나서면서 비로소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발파 작업 중 비산된 돌 파편이 차량을 강타해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국과수 감정결과로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나 사천경찰서장은 사건 발생 이후에도 유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발파 작업 담당자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고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인 실질적 경영 책임자의 신병 확보는 어떻게 되는지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윤석열 정부는 '산재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드러나는 데에만 49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와 전무는 이 건 사고로 사망했고, 실제로 회사의 경영을 주도하던 경영 책임자는 여전히 입건조차 되지 않았으며,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조사는 실질적 경영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 없이 진행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상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규명되어야 하지만, 검찰이나 노동부의 조사 지침에는 이 사건처럼 명의상 대표이사와 실제 경영자가 다른 경우 '실질적 경영 책임자'를 특정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아무런 기준이 제시된 바 없다.
회사의 전무였던 고인은, '회장님(현 직책은 감사)'이라 부르던 자에게 직원의 경조사비 지출까지 낱낱이 허락을 받았고, 그 흔적이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용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유족은, 상시인원 10인 가량의 소규모 사업장 특성상 업무지시 체계가 간소하다거나 형식적인 업무지시서가 작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소유주의 경영 책임자성을 쉽사리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가 얼마나 강력한 수사 의지를 갖고 기업 뒤에 숨은 진짜 책임자를 찾아낼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산재 은폐 뒤에는
이번 사건은 기업의 산재 은폐와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중대재해의 본질을 왜곡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는 토착 기업을 둘러싼 지역 사회 전반의 관료적·구조적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관할 고용노동청과 사천 경찰은 직무 유기에 준할 정도로 무책임했고, 수사기관의 부실한 대응은 결국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고인의 얼굴 반쪽이 돌아온 것은 49재를 치른 후였고, 얼굴 반쪽은 폐차될 뻔한 사고 차량 안에 있었다. 국과수에서 시신 일부를 발견해 경남도경을 통해 유족에게 돌려주었다. 유족은 이미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한 상태에서 사고 후 60여 일 만에 시신의 일부를 돌려받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가슴을 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유족이 그 무엇보다 먼저 바라는 것은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다. 부디 이 사건을 통해 중대재해 수사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져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1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조애진 님은 변호사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