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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지인들의 지갑에 파란색 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기후 동행 카드'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카드는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탄소 배출을 절감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를 가진다.

나는 현재 서울 소재의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이자 경기도민이기 때문에, 사실 처음 기후 동행 카드의 시범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기후 동행 카드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기후 동행 카드 ⓒ 김민서

기후 동행 카드의 이용 범위는 서울 지역의 지하철, 김포 골드 라인, 서울시 면허 시내버스, 마을버스이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시 면허 버스와 경기도 버스가 모두 다니는 곳이었기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서울 면허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서울 지역의 지하철역으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장 빨리 오는 버스를 아무거나 타고 서울 또는 경기도 지역의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시간 단축과 교통비 절감 사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등교를 하거나 출근을 할 때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1시간 30분 거리의 대학에 9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나는,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서울시 면허 버스만을 이용해야 한다. 내가 탈 수 있는 서울시 면허 버스의 배차 간격은 약 15분이기 때문에, 이 카드를 이용하려면 아침에 15분 일찍 나와야 하는 것이다.

편리성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 동행 카드를 사용했을 때의 경제적 이득이다. 개강하고 한 달 동안의 교통비를 살펴보니 약 10만 원이었다. 등교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약속,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가야 할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결과이다.

당시에 청년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기후 동행 카드의 가격은 6만 5000원이었다. 해서 매달 3만 5천 원을 절약하기 위해 기후 동행 카드를 구매하기로 했다(이 또한 나중에 할인 정책이 추가됐는데, 그래서 현재는 청년 할인이 적용되어 5만 5000원으로 인하되었다).

기후 동행 카드의 이용률 저조, 이유는

나는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하면서 사용했지만, 어느새 내 주변에서는 하나둘씩 기후 동행 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사례가 꽤 많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서울시 내의 노선만을 할인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생활 속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비용 할인의 이점이 그다지 크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기후 동행 카드의 취지는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민이 참여해야 그 실효성이 있는 것일텐데, 현재로서는 탄소 절감 효력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10월 31일, '시민이 바라보는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나는 유튜브를 통해 이 토론회를 시청했다).

이날 토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린피스와 시민단체 '우리 모두의 교통 운동본부'는 최근 기후 동행 카드 이용 현황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7.9%만이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하고 있으며, 4.4%는 이용 경험은 있으나 현재는 이용을 중단했다. 기후 동행 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48.8%가 '이용 노선이 할인 혜택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서', 32.7%가 '비용 이점이 적기 때문에'를 선택했다.

설문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연령대별 기후 동행 카드 이용률이다. 20대의 이용률은 12.9%로, 타 연령 대비 높았다.

보통 20대는 대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의 비율이 높기에, 자가용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도로 위의 탄소가 절감된다.

카드를 사용하면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현 정책은 당연히, 자가용 이용자들에게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기존에 대중교통을 타던 사람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구조이다.

교통비 인하가 유의미한 탄소 절감으로 이어질까

 카드를 사용하면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현 정책의 허점
카드를 사용하면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현 정책의 허점 ⓒ rbrooklyn on Unsplash

현재 이 정책은 기후 동행 카드의 비용을 초과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시와 운송회사가 그 금액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2024년 기후 동행 카드의 예산은 1047억 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과연 유의미한 탄소 절감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까?

기술적 접근은 탄소 배출을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탄소 중립 기술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 그 예로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US)이 있다.

이는 이산화 탄소를 포집해 지하 깊은 곳에 장기적으로 저장하거나, 이산화 탄소를 이용해 합성연료 등의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CCUS는 이산화 탄소를 포집하므로 탄소 배출 저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점을 가진다.

또 다른 기술에는 그린 수소가 있다. 그린 수소는 재생 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하여 얻은 수소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보다 더욱 탄소 중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린 수소는 발전소와 연료 전지 차량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생산 비용이 높아 적극적인 개발이 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2023년 4월 발표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의하면, 이러한 탄소 중립 핵심 기술 개발 지원 예산은 9,352억 원에 달한다.(신동원 외, 『기술수요자 중심의 탄소중립 기술 시나리오 분석(Ⅱ)』, 2023-02, 한국환경연구원, p.7 참고)

탄소 중립 기술은 기후 동행 카드 정책보다 더 직접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기술이 상용화되고 안정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증가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술로만 막기는 어렵다. 당장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 없이 기술로만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정책과 기술은 어떻게 동행해야 할까

기후 동행 카드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민들의 장기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는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에, 홍보 등 개선을 통해서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느끼는 기후 동행 카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고, 시민 참여를 통해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반면에 탄소 중립 기술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단기간에 상용화하기 어렵지만 대규모 탄소 감축 효과를 가지는 것이 장점이다.

각 정책과 기술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기후 동행 카드 로 개인의 생활 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탄소 중립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과 기술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때 실질적인 탄소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과학기술#탄소중립#C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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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학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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