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 지역구에 당선된 후 공천개입 의혹 인물인 명태균씨에게 9천여만 원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부탁은 없었다"면서 "3000만 원은 강혜경씨에게 빌린 것이다. 강씨가 정치자금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이 '명태균씨한테 김건희 여사에게 부탁을 해달라고 했느냐'라고 묻자 김 전 의원은 "그런 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명씨가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해 들려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들려준 적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 전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에게 한 말을 보면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동안 보여준 창원지검의 행태입니다.
창원지검, 검사 없는 수사과에 9개월이나 방치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에게 9000여만 원을 전달한 점을 수상히 여겨 검찰에 고발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맡겼습니다.
창원지검 수사과는 사무국 소속으로 검사 없이 검찰 수사관으로만 구성된 부서입니다. 통상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배당되는 곳입니다. 검찰 수사관이 조사한 다음에 중요한 사건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그제야 검사에 송치합니다.
창원지검은 선관위가 고발한 지 9개월 만에 사건을 형사4부에 배당했습니다. 명태균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9월 30일입니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22대 총선)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라 '늦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창원지검의 수사팀은 대검찰청과 부산지검에서 검사를 각각 1명씩 파견받아 7명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인들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팀 검사가 10명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원지검장을 향해 "명씨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데 왜 구속하지 않느냐. 증거는 모두 확보했느냐"라고 질타했습니다. 당시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명태균씨는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윤대통령과 명씨 간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자 잠적했고,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증거를 불태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건희 불기소했던 서울중앙지검... 민주당 '김건희 특검' 공세
대통령이나 주요 정치인과 관련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주로 맡습니다. 그래서 공천개입 의혹 사건을 창원지검이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창원지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검찰에서 수사의 필요성에 따라서 적절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여지는 남겼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불기소로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준 곳입니다.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한 후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증명하는 물증"이라며 여권이 '김 여사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2일 서울역 일대에서 당 주최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을 개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특검법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