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5일 마산YMCA 아침논단에서 "일자리 찾아 떠나는 부산울산경남 청년들, 대체 왜?"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여러 견해를 내놓았다.
"지역에서 청년은 떠나고 싶다"는 말에 오해가 있다고 한 양 교수는 "동남권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아닌, '결과적'으로 떠밀리는 경우가 더 많다"라며 "일자리, 교육, 주거의 요인이 언제나 가장 크다"라고 했다.
70, 80년대를 떠올린 그는 "이촌향도를 통해 서울로 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남권인 부울경으로 왔다. 전국에서 이주해 왔다. 지금 50대 중반 이후는 호남을 비롯해 다른 지역 출신들이 많다. 당시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이 동남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청년이 살만한 지역이 되었느냐"라고 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싶어 하느냐"는 물음을 던진 양 교수는 "법적으로 청년은 19~34세이나 요즘은 39세까지로 본다. 청년이 그 지역을 떠나고 싶어 하는 비율이 호남은 60~70%이다. 그런데 울산 60%, 부산 70%, 경남 60%의 과반이 동남권에 남고 싶어 한다. 이 지역은 청년들이 서울로 못 가서 안달이 난 지역이 아니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부 교사들은 수도권으로 가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오해를 풀어야 한다"라고 했다.
"동남권 청년들이 적극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고등학교 성적 최상위를 서울로 보내는 것은 조선시대 과거제도 도입 이래로 한번도 변함이 없지만, 과반수가 이 지역에 살면서 안정적이고 적당한 소득을 올리고 싶어 한다. 이주계획은 23% 정도이고, 소극적으로 보면 40% 정도다."
양 교수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일자리 때문"이라며 "일부에서는 홍대거리나 이태원, 강남에서 놀기가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라고 한다.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등 떠밀려서 나가야 하는 이유와 이 지역에 살면서 아쉬워하는 부분은 다르다. 청년들이 나가는 이유는 일자리에다 정주 문제가 가장 크고 문화생활이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하철역 가까운 곳에 청년주택을 조성했다"
광주 사례를 든 양 교수는 "아시아문화의전당이 들어서고 비엔날레가 생겼다. 그런데 그것과 관련된 고용 유발이 되지 않았다. 미술과 공연 관련 산업이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며 "큰 공연‧행사장 하나 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창원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유치를 한다고 했던 것과 같다. 묶음으로 와야 한다. 인력을 데려 와야 하고 정주 여건을 갖추어야 하며 산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주 고속열차(KTX) 타는 사람들만 양산할 것이다"라고 했다.
정주 여건 관련해, 양 교수는 "중요하다. 서울은 고 박원순 시장 때 지하철역 가까운 곳에 청년주택을 조성했다. 그런데 대중교통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청년주택을 지어 놓으면 청년들한테 교통비가 많이 들어가거나 자가용을 사라는 말과 같다"라고 말했다.
세대 변화도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1960년대생들은 30%, 1970년대생은 50%, 1980년대생들은 70~80%가 대학에 갔다. 일자리 문제는 대졸자 취업 문제다. 대졸자의 취업을 어떻게 푸느냐는 문제다"라며 "2010년대 이전까지 울산대 자퇴율이 높았다. 회사에서 자녀 대학까지 보내준다. 그때 '직원 자녀 공채'라는 게 있어 울산지역 대기업 자녀들이 대학을 자퇴하고 생산직으로 많이 들어갔다. 지금은 달라졌다. 직원 자녀 공채로 뽑는 게 없고, 자동화 등으로 생산직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소, 자동차 중화학공업을 하면서 동남권이 커졌다. 기업은 돈과 땅을 빌려서 했다. 그때는 재벌이 돈이 없다 보니 정부가 위치를 정해주는 곳으로 가서 공장을 지었다. 그때는 가기만 하면 돈을 주었고 땅을 주었으며 사람까지 대주었다. '대산단지'가 대표적인데 1990년대 이후부터 달라졌다. 재벌들은 울산, 창원, 포항, 거제에 왜 공장을 지어야 하느냐는 생각을 했다.
삼성, 현대는 자본축적에다 신용도 높으니까 해외에서 돈을 빌려 공장을 짓는데 그 위치를 선택할 수 있었고, 점점 수도권으로 몰린 것이다. 기업에서 설립한 연구소들이 수도권, 특히 경남 남부 지역에 많다. 이전에는 동남권에 공장을 두었다면 최근까지 10여년 사이에는 공장을 아예 수도권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LG필립스 파주공장, SK하이닉스 용인공장이 대표적이다."
양 교수는 "대기업이 가져온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에 가는 사람은 10% 정도다. 공기업, 공무원, 교원 등 선망직종을 합쳐봐야 15%다"라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목을 매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선망직종을 더 늘릴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작은 회사, 중견기업이 커져야 한다. 청년들은 그런 기업에 갈까 말까 망설이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데 목을 맬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도권 인구 집중과 관련해 양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가 위험하다. 서울은 전국 20대를 빨아들여 30대에 뱉어내는 도시다. 처음에 청년들이 관악구, 동작구 금천구에 살지만 전세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 더 이상 서울은 행복하지 않다"라고 했다.
"부산~창원마산 간 10분 간격의 전철망 있어야"
양 교수는 부산울산경남을 광역권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교통망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년 관점에서 지금 부울경은 살기가 너무 힘들다. 창원마산~부산사상 거리가 50km 정도인데 출퇴근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수도권은 그 정도 거리는 지하철 통근이 가능하다. 창원마산~부산 해운대 거리도 수도권이면 출퇴근 한다. 창원 청년이 부산에 취직을 하면 집을 얻어야 한다.
부산에 집이 없으면 저녁 회식에 참석할 수 없다. 회사에서 통근차량을 운행하는 걸 지자체들은 싫어한다. 부산 서면에서 청년들이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창원 집에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수도권은 그 정도 거리면 가능하다. 그래서 부산~창원마산 간 10분 간격의 전철망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부산기장을 사례로 든 양 교수는 "관광지이기도 하지면 주거지가 많이 늘어났다. 동해선 전철이 생기면서 가능해진 것"이라며 "통근 열차에다 환승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수도권 교통 상황과 같다면, 부산시청에서 김해, 양산, 창원은 물론이고 울산이나 심지어 포항, 진주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통근권역이 될 것다. 동남권도 같은 관점에서 전철망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된다."
양승훈 교수는 "요즘 대기업은 자동화로 일자리가 많지 않다. 지역에 중소‧강소기업을 많이 가져와야 한다. 중소기업은 지원이 아니라 육성을 해야 하고, 키워서 큰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부울경을 메가시티든 행정통합이든 다 좋은데 광역교통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