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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아래 한미 SCM)가 열렸습니다. 한미 SCM에서 발표되는 공동성명은 매년 한미 국방장관이 1년 간의 한미동맹의 정책을 평가하고 이후 정책을 담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매년 한미 SCM 직후 공개되는 공동성명에 대한 해설 및 분석을 해 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올해도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에 대해 3번에 걸쳐 소개하고 분석합니다. [기자말]

북한, 한미 SCM 직후 신형 ICBM 무력시위 북한이 동해상으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10월 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방송뉴스가 중계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31일 오전 평양 일대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ICBM은 1천㎞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이날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파병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하고 다섯 시간 뒤에 이뤄졌다.
북한, 한미 SCM 직후 신형 ICBM 무력시위북한이 동해상으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10월 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방송뉴스가 중계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31일 오전 평양 일대에서 고각으로 발사한 ICBM은 1천㎞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이날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파병을 "한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하고 다섯 시간 뒤에 이뤄졌다. ⓒ 연합뉴스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와 관련 내용이다. 공동성명은 2023년 4월 "워싱턴선언에 따라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아래 한미 NCG) 논의의 결과로 한미의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을 완성했으며 양국 국방장관은 이를 통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의 기반이 구축되었다 평가하고 한미동맹이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되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공동성명 제5항).

제56차 한미 SCM에 앞서 양국 정상은 올해 7월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하 지침)과 관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은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절차 마련 ▲한미 핵·재래식 통합을 통한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 ▲전략적 메시지 ▲연습・시뮬레이션・훈련・투자 활동 등이다.

관련 내용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핵·재래식 통합(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CNI)'을 통한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전력 지원이다. 미국은 이 부분과 관련해 주도면밀한 태도를 보였는데 올해 6월 NCG 회의차 한국에 온 미국 대표단은 한국 육군의 미사일전략사령부를 방문하기도 했다("한미 NCG대표, 한국 미사일사령부 방문…첨단 재래식 능력 확인" 연합뉴스 2024년 6월 11일자 보도
https://www.yna.co.kr/view/AKR20240611120100504).

그러나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의 주요한 근거라고 판단되는 이 같은 한미의 '결합'은 북한에 보내는 '전략적 메시지'의 측면에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북한의 핵 능력 개발의 원인 중 하나가 1980년대 이후 남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열세 때문이라는 지적을 감안하면 남한의 재래식 무기에 더해 미국의 핵 능력이 더해지는 상황은 더욱 더 북한을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핵·재래식 통합형 확장억제와 관련한 또 하나의 지적은 한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적 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지침'에서도 표현되고 있지만 '미국의 핵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전력의 지원'에서 중심은 '미국의 핵작전'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지침'대로 한미가 핵 및 재래식 전략기획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한국의 국방 및 군사체계의 재조정이 필요하고 한미동맹의 미국 중심성과 주도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한 바 있다("'핵 기반 동맹' 맺은 윤석열식 안보…미, 한국군 장악해 갈 수도" 한겨레신문 2024년 8월 11일자 게재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153167.html)

아울러 한미 NCG의 진전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을 담고 있다. 주요하게 거론되는 국가는 일본인데 이미 미일동맹 차원에서도 확장억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한미 NCG 참여의 실효성 논의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김민성, <한미 핵협의그룹(NCG) 프레임워크 수립 의미와 북한 및 주변국 대응 전망>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2024. 02. 29). 이 같은 한미 확장억제의 '확장'이 현실화 될 경우 중국 및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의 또 하나의 군사적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보다 본질적으로 위험스러운 것은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도 적시되어 있듯이 현재 미국의 핵 정책의 근간이 <2022 핵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이며 한미 NCG의 확장억제 정책이 이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 NPR은 두 가지 중대한 흠결을 갖고 있는데 첫째는 '핵무기의 선제불사용 원칙'(NO Fist Use, NFU)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핵무기의 단일목적 사용 원칙'(핵 공격에 대해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원칙, sole purpose)에 대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 시기부터 미국이 추진해 온 저위력 핵무기 정책은 핵무기의 파괴력을 낮춰 사용할 수 없는 핵무기 정책에서 필요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 정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의 주요한 한국 측 파트너로 거론되는 전략사령부는 한국형 3축체계를 운용하는 부대이며 한국형 3축체계의 맨 앞 자리에는 킬체인이라는 '선제타격 전략'이 자리한다.

공동성명은 언급한 바와 같은 한미 확장억제의 강화와 더불어 한미연합군사연습에도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제14항)

북한의 공세적 핵전략과 하나가 된 한미의 공격적 핵 억제전략이 맞부딪히는 한반도의 미래는 위험천만하다.

북한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

 10월 30일(현지시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10월 30일(현지시간)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국방부

추가로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서 논란이 된 사안이 하나 있는데 '비핵화'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점이다. 2016년 이후 한미 SCM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또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줄곧 등장해왔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단어적 개념으로만 보면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을 포함해 남한의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배치 등도 금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더 확장하면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 즉 확장억제도 금지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것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비핵화라는 단어의 사용에 차이를 보이고 있고 미국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당시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선호했다. 그 이유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핵문제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가 가능한 북한을 덜 자극하려는 단어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선호했고 관련해 한미 간 의견 대립의 양상으로 번진 경우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은 뒤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사용하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버리고 '북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반도의 핵 문제를 북한의 문제로만 특정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엔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번 한미 SCM 직후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에서 한국 측은 '북한 비핵화'를 언급했으나 미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 양국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2+2 공동성명에 담긴 문구도 '한반도 비핵화'였다.

미국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 내 정치권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미 정가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에 나서는 것이 실질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채택된 미국 민주당의 정당 강령에도 '북한 비핵화' 문구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된 바도 있다. 미국의 입장이 변화된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내 존재하는 자체 핵무장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에는 북한 뿐 아니라 남한의 비핵화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적 개념의 등가적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 비핵화의 '확장된 의미'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진다면 남한의 비핵화는 물론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도 제거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해설 및 분석<Ⅱ>에서 이어집니다.

#한미안보협의회의#SCM#한미동맹#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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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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