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부산지역의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도 대부분은 불이익 등을 우려해 제대로 치료받거나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부산경남지부가 근로복지공단 부산질병판정위원회 앞을 찾아 공개한 '버스 운수 종사자 근골격계 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5.3%는 최소 1개 이상 부위에서 관련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병처럼 목과 어깨, 허리, 다리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업무의 힘든 정도를 느끼는 버그지수(최대 20점)는 평균 13.3으로 중간 이상이었다. 11~12점과 12~14점이 각각 21.4%, 27.2%로 절반을 차지했지만, 15~16점이 넘는다는 이들도 28.2%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59.2%는 지금보다 7~80% 노동 강도가 낮아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노동시간은 1일 2교대 근무로, 평균 오전 8.5시간과 오후 9.5시간을 일했다. 한 달 기준으로는 22일(11.3%), 23일(60.8%), 24일(19.6%)을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조사에 응한 버스 노동자 67.4%는 '아픈데도 나와서 일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이유로는 '불이익을 우려해서(17.5%)', '일하기 바빠서(17.2%), '불승인 우려 때문에(12.0%)' 등을 꼽았다.
업무상 사고로 지난 1년간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26.2%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산업재해로 치료한 경우는 2%에 불과했다. 대부분인 72.8%가 '자동차 보험을 포함한 본인 부담'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근골격계 질환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시기 41.1%가 병원에 다녔는데, 98.3%가 자비를 들여야 했다. 반면, 산업재해로 판정된 경우는 1명에 그쳤다.
이러한 내용을 설명한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노동자들에게 개선 방향을 물어보니 1순위로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근무 개선, 산재에 대한 회사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라며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루어지려면 버스 현장이 지금보다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공영제인 만큼 부산시와 공단의 해법을 압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광재 민주버스본부 부경지부장은 "버스 노동자도 아프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노동정책을 제도화해야 공공성 확보, 시민 이동권 보장도 가능하다. 이제라도 시나 관계기관, 질병판정위가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 기준을 확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시내버스 노동자 577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05명, 40대는 139명, 60대가 92명, 30대가 40명 등으로 평균연령은 52.1세이다. 대상자들의 운전 경력은 보통 14.1년으로, 길게는 41년 가까이 일한 노동자들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