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천개입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특히 보수 언론조차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박하게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했다"면서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은 '침소봉대하고 악마화한 것이 있다'고 했고, 특검은 '정치 선동'이라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대통령 부부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한 윤 대통령의 태도는 다른 언론도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의 8일 사설 제목은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사설은 "사과를 하긴 했지만 무엇을, 왜 사과하는지 전혀 와닿지 않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을 가리켜 "회견 말미에 한 기자가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인데, 마치 사과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니 사과하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살 것 같다'고 한 질문이 오늘의 핵심을 찔렀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어쨌든 사과'만 덩그러니 남았다"면서, 마지막으로 "'아 혹시 사과도 아내의 허가를 받는 건가'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
<중앙일보>는 "핵심은 김건희 여사 의혹과 구설"이었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보단 아내만 감쌌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도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변호인에 가까웠다"면서 "부인의 억울함과 공로를 전하기에 급급한 답변에선 반성과 성찰, 쇄신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심지어 김 여사가 이번 회견 때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남편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게 한 원인 제공자의 조언을 전하며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시종 김 여사를 감쌌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 여사 문제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국정 개입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모두 허사가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언론과 소통하려는 노력?... MBC·JTBC 질문 받지 않은 대통령
해당 사설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은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은 이날 각종 잘못을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했다. 2시간 2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몹시 아쉬운 회견이었지만 평가할 대목도 있다"면서 "어찌됐건 공식적으로 머리를 숙여 사과는 했다. 주제 가리지 않고 가감없이 질문을 받기도 했다"라며 장점을 끄집어냈습니다.
다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날 두 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에서 30개 언론 매체가 질문을 했지만, 윤 대통령이 MBC와 JTBC의 질문을 받지 않은 점은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MBC와 JTBC는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윤 대통령에 가장 비판적인 매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