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섣불리 내놓았다가, '친한계'의 반발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일각'의 반응일 뿐이라며 거리를 뒀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는 8일 현재까지 대통령 기자회견에 관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날 오전 소수의 친한계 인사들과 비공개 조찬 모임을 갖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오마이뉴스>에 "한동훈 대표가 주변에 '이번 기자회견 어떻게 봤느냐'하고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라며 "메시지 수위를 고심 중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 대표가 향후 대응 강도를 놓고 숙고에 들어간 가운데, 여권 전반에 걸쳐 전운이 감돌고 있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한동훈 침묵, 추경호 "진솔하고 소탈").
추경호 "긍정적인 평가 많았다... 계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추 원내대표는 전날(7일) 입장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당 의원들의 생각은 다양할 수 있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대체적인 우리 의원들의 평가도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그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호의적인 여론이 다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8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일각의 비판적인 평가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일부 의원인지 당의 어떤 인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라며 오히려 "대체로는 어제(7일)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라고 항변했다. "의원들 견해니까 제가 그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도, 당내 주류 의견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한 셈이다.
계파별로 평가가 갈리면서 당내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이 추가로 나왔다. 그는 "저는 당내 계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같은 구분을 부정했다. 추 원내대표는 "여러 의원들이 여러 현안에 대해 각자 생각이 있기 때문에, 제가 그 부분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는 답을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와 원내대변인을 통해서만 이번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 대한 공식 평가를 내어 놓았다. '원내지도부' 차원의 평가는 있지만, 정작 당 대표와 당 대변인들은 침묵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 차원의 통일된 목소리를 나오지 못 하고 있다.
반대로,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한 대표가)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말씀하시지 않겠느냐"라며 "제가 언급할 사안 아닌 것 같다"라고 답을 피했다. 그는 이번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해 한 대표와 소통을 했는지 묻자 "대표는 대표대로 말씀하시지 않겠느냐"라며 사실상 의견을 나누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는 전날에도 "여러분께서 기왕에 당 전체 대표하고 상의한 것을 주문했으면 제가 또 당 대표하고 상의해서 최종적으로 뭘 내든지 했을 텐데, 일단 제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다"라고 원내대표 입장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한 대표와의 협의 여부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하루가 지나서도 별다른 조율이 없었던 셈이다.
"변명처럼 들렸다" "아쉽다" "국민들 실망"
추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친한계' 혹은 '비윤계'의 비평은 쏟아지고 있다.
김재섭 국회의원은 본인의 SNS에 "대통령의 담화에서 좋게 평가할 부분은 있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여사의 활동 중지 선언은 크게 진일보한 것이라 생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씀과는 다르게, 많은 이야기들이 변명처럼 들렸다"라고 직격했다. 그 역시 이번 기자회견이 "아쉽다"라는 지적이었다.
스스로 '친한계'라는 언론의 분류를 긍정하는 정성국 국회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좀 아쉽다.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좀 미흡하지 않느냐"라며 "최악은 막았는데 이게 또 큰 반등의 계기가 되기에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평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와의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서 '덕담 차원'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일단 대통령 육성이 들어갔잖느냐. 거기에서 또 공천에 관련된 표현이 조금 나왔지 않느냐?"라며 "그러면 대통령께서 덕담 형태로 했다는 말씀은 국민들의 설득을 얻어내기에는 좀 어려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 주시고 정면돌파를 하셨으면 안 좋았겠느냐. 그러면 앞으로 우리가 또 명태균 녹취록에 대한 부담이 덜해질 수 있잖느냐"라며 "어제 해명이 그런 부분이 미약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계속 관련 이슈를 방어해야 하는 집권여당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만 늘어났다는 맥락이다.
여당 내 최다선이자 역시 '친한계'로 불리는 조경태 의원은 전날 오후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한마디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그런 담화였다"라며 "답이 있는데 그 답을 찾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로 좀 답답하다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국민들께서는 진솔한 답변을 기대했다. '어쨌든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잘못했고 그리고 또 앞으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 하는 그런 답변을 기대했는데, 그 답변이 안 나왔던 것이 많이 좀 안타까움을 준다"라며 "내용 자체가 두루뭉술한 느낌이 들고, 이게 명쾌하고 명료한 그런 표현들이 없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까 국민들께서도 되게 좀 실망감이 크지 않았나"라는 평가였다.
특히 "내부적 분위기는 상당히 엄중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한동훈 대표께서 주장했던 '제3자 특검'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지 않는가"라고도 선언했다. 여전히 친윤계에서 금기시하는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별검사 법안을 논의해보자고 공개적으로 나선 것이다.
김재원 "윤 대통령, 친한계를 당내 견제 세력으로 인정해야"
이런 가운데 친윤계로 알려진 김재원 최고위원은 8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좀 말씀드리기는 거북한데"라면서도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를 여권 내 견제 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까지는 그냥 당내의 조금 다른 의견이라든가 또는 한 대표의 정치 성향이라든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반응을 보고는 좀 하여튼 생각이 많이 다른 분들이 당내에 이제 완전히 한 정치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힘이라는 여당과 또 여당 내에서 유력한 대통령과 생각이 다른 일부 정치 세력을 실질적으로 인정을 해야 하고, 그리고 또 야당이라는 거대한 반대자들을 맞서서 정치를 해야 되는 입장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제 앞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된다"라는 제언이었다.
"기자회견에 대해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는 당내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국정 운영에도 그러한 현실적인 부담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되겠다"라며 "현실적으로 그런 견제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