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올 듯한 겨울이 늦가을 따스한 볕에 발목 잡혔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단양올누림센터 1층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단양장애인복지관 수강생의 작품 발표회였다.
생활지도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독거노인 돌봄 대상자이신 어르신께서 작품 발표회에 초대했다며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친구와 올누림센터 광장에서 만났다.
전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깔깔~까르르~ 기분 좋은 웃음소리에 어깨를 짓누루던 통증이 사라졌다. 아무 생각없이 찾은 전시회는 나도 모르는 순간 두 손을 모으며 놀라움에 감탄하기 바빴다.
"어머나! 세상에~ 너무 감동이에요."
서예, 그림, 도자기 등 다양한 전시작품 중에 나를 사로잡은 것은 연필로 써 내려간 삐뚤삐뚤한 자필 시였다. 시인의 자화상과 짝을 이룬 시를 읽으며 코끝이 찡해졌다.친구와 어르신이 내게 다가왔다.
"어르신 제 친구예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너무 멋지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엄지척을 보이며 진심을 다해 내 마음을 표현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그날그날 일기처럼 쓴 걸 책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부끄러운듯 어깨를 움츠리시지만 표정은 자신 만만하셨다. 어깨에 힘주신 어머니 모습이 아이마냥 해맑았다. 보는 내내 흐뭇했다.
"선생님~ 저 찾아온 분들이에요."
어머니는 우리를 복지관 사회복지사에게 소개하며 무척 뿌듯해하셨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초대로 왔습니다. 이렇게 와서 보니 어르신들 솜씨가 정말 좋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렇죠~ 어르신들 솜씨가 대단하시죠! 작품 구경 많이 하고 가세요."
"네~ 오늘 정말 힐링하고 가겠어요~ 다음번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꼭 오겠습니다."
시집 <시당이>(시와 당신의 이야기 - 너 시 써보자, 우리 시 써보자)는 박창숙님, 석재희님, 윤현순님, 이현순님, 장학이님, 채영숙님 여섯 분의 시가 담겨 있다. 어르신들은 시를 통해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씀하셨다.
그뿐아니라 시집 와서 아내와 엄마, 며느리로 보내는 동안 답답하고, 서럽고, 화나고, 원망스러웠던 마음을 시로 표현하며 묵은 감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을은 시인이 되고 싶게 한다. 금빛 들녁이 편지지가 되어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물든 단풍은 구름이 전한 소식을 온천지에 전한다.
<시당이>는 오래된 홧병에 '시'라는 고운 꽃을 활짝 피운 화병같다. 쉽게 시들지 않을 여섯 분의 인생 3막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