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지역 포도 농가들이 캠벨에서 대거 샤인머스캣으로 품목을 전환해 온 가운데, 해마다 샤인머스캣 출하량은 증가하고 가격은 하락하는 추이가 뚜렷해지면서 옥천 포도 농사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가락시장 샤인머스캣 평균가격(2kg, 상품 기준)은 7959원으로 1만 원 선이 깨졌다. 3년 평균과 비교하면 56%나 하락한 결과다. 이처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약대나 가온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 생산비는 늘어나는 중이다.
대안을 두고서는 가격 하락세나 기후위기 같은 공통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농민마다 저온저장고 같은 시설 유무에 따라 판매 실적의 차이가 나거나 고령으로 품종갱신이 여의치 않은 등 농가별 상황이 다른 데 맞춰 품종갱신부터 시설정비,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등 포도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다면적인 지원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옥천군 대다수 포도농가 샤인 전환... 가격은 하락하는데 생산비는 증가
2022년 옥천군주요농특산물 및 특구작물실태조사에 따르면 옥천 지역 포도 재배 품종별 재배면적은 샤인머스캣이 68.1%, 캠벨얼리가 23.7%, 거봉이 2.7%, 기타 품종이 2.9%로 샤인머스캣이 제일 많았다. 특히 샤인머스캣은 2020년 42% 수준에서 빠르게 전환이 이뤄져왔다. 면적 비율에서 캠벨얼리를 제친 지 이미 3년 차로, 품종전환 후 성목 면적과 함께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접어들기도 한 상황이다.
문제는 초기 샤인머스캣이 높은 단가로 형성된 데 따라 옥천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포도농가의 샤인머스캣 전환이 줄을 이었고, 이에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장 출하 물량이 많아져 가격이 하락하는 홍수출하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성목면적이 늘어나고, 일조량이 늘면서 일소 피해가 생기거나 알 크기가 작아지는 문제는 있었으나 병해충이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생육상황이 지난해보다 양호해지면서 생산량도 늘었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 샤인머스캣 출하량은(7월~10월)은 2021년 1만6839톤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151톤으로 증가했다. 출하량이 늘어난 것과 반비례해 올해 가락시장 월별 평균가(2kg, 상품 기준)는 지난 8월 1만6000원에서 10월 7959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8월 평균가가 2만4099원, 10월 평균가가 1만922원을 기록한 데 비하면 각각 2만 원과 1만 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3년 간의 평균 수치와 비교하면 각각 45%, 56% 하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옥천 지역 로컬푸드직매장 내 출하량 또한 지난해 4만2432kg에서 올해 4만8169kg으로 늘었는데, 총수입은 오히려 3억8739만 원에서 3억4675만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2만 원에서 시작해 어쩌다 8000~9000원 상품이 나오는 식이었다면, 올해는 아예 가격 책정이 1만원 대부터 시작해 8000~9000원대 상품이 많았다는 평가다.
이처럼 가격은 하락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농가의 생산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병충해의 방제, 알솎기 등 과정마다 필요한 일손 인건비, 효능별로 가격이 달라지는 봉지대, 공판장에 내는 수수료, 수확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나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들이는 기름값 등등이 모두 농민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당장 가을철 샤인 가격이 좋지 않을 때 저온 창고에 보관했다가 겨울과 봄에 출하하면서 가격을 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온저장고가 없는 영세농민의 경우엔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조사 결과 가격 하락세 속에서 샤인머스캣을 저장하려는 의향은 전년 대비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 A씨는 "캠벨을 오래 하다가 샤인으로 바꾼 지 오래됐다. 가격이 계속 낮아지니 품종갱신을 하면 좋겠지만, 나이가 있는 데다 밭이 많으면 모를까 필지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나로선 (품종갱신을 시도하면) 당장 3년여 동안은 수입이 없어지는 셈이니 그 대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800평에 나무 간격을 넓게 심고 농사를 지어 샤인 2kg들이 3000박스를 냈는데, 총수입이 3500만 원이라면 그 중 농약, 영양제, 퇴비, 봉지대, 알솎기 인건비에다 냉해를 막기 위해 몇 개월 기름을 돌린 비용을 따지면 1000만 원 이상은 족히 생산비로 들어가고 있다"라며 "저온창고가 없으니 공판장에 헐값에라도 팔아야 했던 상황인데, 비용이 들고 하니 품종갱신이든 저온창고든 사업을 받는 것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가격안정기금·품종갱신·저온저장고 등 전문 교육과 함께 지원해야
이에 농가가 각자 상황에 맞춰 대안을 고민해볼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전반적인 가격 하락과 관련해서는 도매시장가격이 기준가격(최근 3년 치 도매시장 평균가격의 80%)보다 낮을 때 차액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하는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 발동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농민들은 그간 기금의 발동여부의 기준점이 되는 가격을 단순히 도매시장으로만 설정할 게 아니라, 실제 생산비가 늘어나는 상황까지 반영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보다 중장기적인 대안으로는 품종갱신과 저온저장고 지원사업 등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품종갱신 관련 사업은 ▲과수 품종갱신 지원사업(주민참여예산, 총예산 2억3130만 원, 군비 50% 자부담 50%) ▲과수 고품질 시설현대화사업 지원(보조사업, 3억8500만 원, 자부담 50%)이다.
품종갱신 지원사업의 경우 묘목대와 토양개량비용, 기존 나무제거비용, 덕시설(덩굴 유인용 철사 지지대, 선택사항)을 지원하며, 시설현대화사업은 보다 포괄적으로 비가림이나 관수, 관비, 품종갱신 사업 등에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저온저장고는 스마트농업특화지구육성사업(전 생명농업특화지구육성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시설(총 660만 원 중 자부담 50%)로, 올해와 지난해 각각 이 88개, 84개 농가가 지원받았다.
그러나 품종갱신사업의 경우 한동안 수입이 없을 것을 대비해야 하며, 저온저장고도 운영비용이 들어갈 것인 만큼 각종 교육을 통해 농민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대안을 결정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이란 제언이 나온다.
이정민 옥천군포도연합회 사무국장은 "품종갱신할 경우 휴지기에 일부 예산을 지원해주거나, 농기센터에서 먼저 갱신을 시도해 품종을 추천해줄 필요가 있다. 갱신할 때 토양개량제 지원 이상으로 땅을 갈아엎는 자재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라면서 "무엇보다 품질을 고급화하는 세부 교육을 강화하는 게 먼저다. 품종갱신 하지 않을 경우 옥천 샤인은 조기출하가 강점인 만큼 하우스시설 등 가온과 관련한 정책 및 교육을 보강하고, 저온저장고를 지원할 경우엔 저장기술을 제고해 손실률을 낮추는 방법 같은 특수교육이 함께 들어가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농민들의 필요를 파악해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군 농업정책과 원예유통팀 김민석 팀장은 "샤인머스캣 가격 하락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가격안정기금의 경우 올해까지의 가격 변동 정보를 모아 내년 상반기에 가격을 공시하면서 지원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 살펴봐야 한다"라며 "또한 품종갱신과 관련해선 작년까지 캠벨얼리는 지원대상이 아니었다가, 농민들의 협의 사항을 반영해 올해는 지원대상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품종갱신에 특화된 건 아니지만 스마트농업특화사업의 경우 농민들의 필요에 따라 지원 구성내용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향후 해당 정책 활용에 대한 농가 의견을 취합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옥천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