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덕여자대학교가 대학 발전 계획을 검토하며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 사실이 전해지며 재학생들이 학내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교정에 있는 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에는 밀가루, 음식물 쓰레기 등이 뿌려졌고, '민주주의는 죽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세워졌다.
학생들은 학교 본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아 학과 점퍼를 본관 건물 앞에 늘어놓기도 했다. 일부 건물의 유리문과 바닥에는 새빨간 래커로 쓴 항의 문구가 적혔다.
건물 내부에도 "명예롭게 폐교하라",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동덕여대는 마지막 안전의 상징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들이 잔뜩 벽에 붙었다. 공학 전환 논의를 취소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반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졸업장을 바닥에 붙여둔 이들도 있다.
동덕여대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총장과 이사회의 논의에 반대하며, 지난 11일부터 수업 거부, 학교 점거 농성 등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여대의 설립 취지와 학교의 창학 정신을 들며 '여대의 공학전환은 그 어느 것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부재하기에, 여대를 없애는 것은 여성 인권의 후퇴이자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또한, '학교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독단적인 논의였다'며 비판한다.
이에 대해 12일 동덕여대 측은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고,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정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무위원회 이전인 11월 11일 오후부터 학생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는 점을 밝혔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안건은 본 상황에 대처하면서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하며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공학 전환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동덕여대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SIREN'에서는 "공학 전환 반대 서명에 11월 12일 14시 기준 약 25만 명의 서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여대(성신여대, 덕성여대, 숙명여대, 한양여대, 서울여대 등)에서도 '동덕여대의 공학화 추진이 여대 공학화 흐름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담은 연대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숙명여대 일부 학생들이 본관 점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동덕여대 재학생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생필품을 사서 보내준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동덕여자대학교를 비롯한 각 여대의 일방적인 공학 전환 추진 계획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여대 재학생들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내용의 지지 선언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