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와 인도계 출신 기업가이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비벡 라마스와미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머스크가 더 작고 효율적인 정부 만들 것"
그는 성명을 통해 "훌륭한 두 미국인은 나의 행정부를 위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적인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미국 구하기)' 운동의 핵심이고,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인류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비밀 계획으로 당시 전쟁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또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기업가적 정부 접근 방식으로 연방 관료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연간 6조 5000억 달러(약 9156조 원)에 달하는 정부 지출 전반의 막대한 낭비와 사기를 근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작은 정부, 더 효율적인 정부, 덜 관료적인 정부를 위한 이들의 작업은 늦어도 2026년 7월 4일(미국 독립기념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며 "미국의 독립 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기업가들을 발탁해 재정 낭비를 막고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목적으로 신설한 내각 기구다.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라마스와미는 신약 개발 바이오테크 기업인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창업한 39세 젊은 기업가다.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 하차 후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지하면서 최측근이 됐다.
'킹 메이커' 영향력 전방위 확대... 정상 외교에도 참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는 머스크가 연방 공무원으로서 공식적인 역할을 맡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라며 "연방 공무원은 이해 상충을 피하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상당한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데, 머스크는 그러한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라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선거자금을 기부하고, 직접 선거운동에도 참여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이끈 일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합 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청원을 진행하며 참여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해 당첨금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를 지급하면서 '금권 선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 법무부가 불법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소송까지 벌였지만, 머스크는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강행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일찌감치 정부효율부 수장 자리를 예약한 머스크는 연방 정부의 예산을 최소 2조 달러(약 2814조 원) 삭감할 수 있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연간 정부 지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1990년대 스타트업인 페이팔을 시작으로 우주 탐사 민간기업 스페이스X, 전기차 기업 테슬라 등을 창업하며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머스크는 연방 정부가 통화 정책을 관리해야 한다며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배석하는 등 외교 분야까지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