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CGV대전 탄방점.
저녁 7시가 되자 극장 매표소 앞이 북적였다. 이날 오후 7시 30분에 예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괜찮아 앨리스>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관객들이다. 그런데 다른 관객들과는 달리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느라 바쁜 이들이 있었다. (주)장충동왕족발(육류 가공업) 직원들(약 160여 명)이었다.
전 직원을 극장으로 초대한 사람은 신신자 대표. 신 대표는 평소 바른 먹거리 분야 시민교육에 관심이 많다. 관련 책을 펴내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바른 먹거리를 홍보한다. 특히 먹거리 혁명을 위한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10월 대전에서 열린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기꺼이 관객들 앞에 섰다.
"아이들이, 어른들이 내 몸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이런 인생 영화가 필요합니다. 제가 속한 대전에서부터 한 사람이라도 이 영화를 더 볼 수 있게 권하려 합니다. 그래야 교육이,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먼저 영화를 개봉하는 날 우리 회사 전 직원을 극장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전 직원 표에 식사까지 챙겨가며 영화 추천한 이유는
신신자 대표는 곧장 전 직원의 영화표를 예매했다. 그는 영화 개봉일에 극장에 모인 직원들이 저녁밥을 챙기지 못 했을 것이라고 보고 김밥과 음료를 준비했다. 이어 직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시사회에 이어 '2차 관람'이다.
영화가 끝났다. 영화 관람 직후 만난 직원 A씨는 "좋은 영화, 의미 있는 영화였다"라며 "회사에 돌아가면 한동안 동료들과 영화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B씨는 "전 직원이 관람한 장충동 왕족발 사례가 확산해 여러 회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관람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괜찮아 앨리스>에 대한 신 대표의 사랑은 끝이 없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모임에 참석해서도 영화 관람을 권했다. 직원들과 함께 보면 금상첨화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다른 지역의 지인들에게는 일일이 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영화를 홍보했다. 지역 언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영화를 추천했다. 신 대표가 속한 법무부 산하 대전지방검찰청 청소년범죄위원 대전지역협의회에는 "위원들이 먼저 이 영화를 봐야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라고 강력 추천했다.
신 대표는 이 영화를 권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몸에 좋은 족발을 만들기 위해 피와 땀을 쏟는 것도 바른 먹거리와 이웃과 더불어 살겠다는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몸에 좋은 족발을 만드는 일이 매우 작은 일 같지만, 질 좋은 제품을 만들다 보면 이런 사례가 퍼져 나가 우리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할 거라고 봐요.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나를 사랑하고,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삶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미래의 행복이 아닌 오늘이 행복한 학교, 직장,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진보와 보수를 따지지 말고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합니다."
"함께하면 잔물결이 파도가 될 수 있습니다"
<괜찮아 앨리스>는 교육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경쟁 속으로만 내몰리는 아이들과 이 때문에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무엇이 행복한 길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와 힘을 던져준다.
13일 개봉일엔 신 대표와 같은 관객들의 자발적 힘으로 전국 '100개의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됐다.
이날 양지혜 감독은 "함께하면 잔물결이 파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객분들이 확인시켜 주셨다"라고 말했다.
오연호 꿈틀리학교 이사장도 "오늘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개봉 첫날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라며 "잔물결이 모여 강줄기를 바꾸듯이 우리의 꿈틀거림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