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괜찮아, 앨리스>(감독 양지혜)가 개봉 첫날인 13일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독립영화가 개봉 첫날 1만 명을 돌파하고, 박스오피스 5위에 진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괜찮아, 앨리스>는 '100개 극장 상영' 관객추진단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낸 성과여서 그 의미가 남달랐다.
14일 0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3일 개봉한 <글래디에이터2>(7만5738명)가 1위를 차지했고, <청설>, <베놈: 라스트 댄스>, <아마존 활명수> 등에 이어 <괜찮아, 앨리스>(1만1085명)가 5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날 <괜찮아, 앨리스>는 스크린 99개관에서 107회 상영됐다. 6252회 상영된 <글래디에이터2>의 2%에도 못 미치는 상영 횟수에도 불구하고 '톱5'에 오른 것이다.
<괜찮아, 앨리스>는 새로운 교육 실험에 나선 '꿈틀리인생학교'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다. 2016년에 문을 연 꿈틀리인생학교는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모티브로 삼은 1년짜리 인생설계 학교다. 정식 개봉에 앞서 30여 차례 진행된 시사회 때부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영화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개봉 첫날 1만 돌파 <괜찮아, 앨리스>... 1등 공신은 '관객추진단'
<괜찮아, 앨리스>가 개봉 첫날부터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박스오피스 '톱5'에 진입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영화 배급을 총괄했던 김성환 <미디어나무> 대표는 단연 '관객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봉 전부터 릴레이로 진행된 시사회를 자발적으로 조직해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관객추진단의 정성어린 노력이 '1등공신'이었다는 것이다.
"상업영화는 1000만 관객을 목표로 하는데, 독립영화는 1만을 넘기기도 힘들다. 1만을 넘기려면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고, 관객들과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지키지 않으면, 내가 보고 싶은 (독립)영화를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진 관객들이 많았다. 진짜 관객이 주인이 된 개봉이었고, 진짜 마을(공동체) 축제가 열린 것이다. 대전에서는 관객이 예정 인원보다 초과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서 "<괜찮아, 앨리스>는 내가 보고나서 다름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고, 함께 보고 싶은 영화여서 이같은 '관객운동'의 힘이 발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객의 힘'이 자연스럽게 이어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다만, 1위가 독식하는 구조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벌어진 건 안타까운 일이고, 앞으로 한국 (독립)영화가 관객들과 함께 하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 4개 개봉관 매진... "수능 끝난 청소년들이 많이 봤으면"
'관객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광주광역시는 개봉 첫날 <괜찮아, 앨리스>를 상영한 개봉관 4곳에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광주 관객추진단인 송경애씨(광주 월계초 교장)는 "(시사회를 포함해) 이 영화를 아홉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내게 질문을 던진다"면서 "학교는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되는가, 라는 고민을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관객들이 공감한다"면서 "수능이 끝나고 많은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지혜 감독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영화를 제작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면서 "시사회를 다니는 지난 한 달간은 영화의 힘과 더불어 관객분들의 힘을 확인한 시간이었고,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개봉 당일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양 감독은 "오늘의 <괜찮아, 앨리스>는 관객 분들이 키워주셨다"면서 "모두가 앨리스가 되는 그날까지 서로를 다독이면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틀리인생학교' 설립자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잔물결은 움직임이 크지 않지만 지치지도 않는다. 그 찰랑거리는 잔물결이 결국 강 언덕의 모양을 바꾸고 강줄기의 흐름을 바꾼다'는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의 내용을 거론하면서 소감을 밝혔다. 오 대표는 "첫 번째 시사회부터 개봉까지 매일 잔물결의 찰랑거림을 보았다"면서 "여러분의 그 아름다운 꿈틀거림 덕분에 드디어 오늘 독립영화로서는 드물게 개봉 첫날 누적 관객 1만명을 돌파했다"고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