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기업의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을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를 민주당의 '규제 만능주의'로 규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와 같은 정부조직을 우리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부효율부'는 연방정부 구조조정 및 관료사회 개혁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현재 미 연방기관 428개 중 99개면 충분하다면서 칼바람을 예고한 상황이다.
"다들 자국기업 보호하려고 하는데 기업 경영권 위협할 법안 강행"
민주당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주식시장 선진화와 투명성 강화, 주주 권리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주주에 대한 기업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주주의 충실 의무' 도입인데, 이사들이 기업 오너와 같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관련기사:
민주당, '이사 충실의무 확대' 담은 상법 개정안 당론 추진 https://omn.kr/2aypw).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규제, 늘리면 죽고 덜어내면 삽니다"란 글을 올렸다. "돈도 사람도 모두 한국을 탈출하는 '코리아 엑소더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활황인데 유독 한국 증시만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다"는 진단과 함께였다.
즉, 민주당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힘들게 할 '규제'를 내놨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주변국들이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은 이사의 책임을 '회사'에서 '총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면서 "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배임죄 완화'를 언급했지만, 결국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을 강행하겠다는 '양두구육'이다"고 주장했다.
"규제 양산하는 국회 각성해야... 미국에만 정부효율부 필요한 게 아냐"
무엇보다 오 시장은 국회에서 만들어 낸 각종 규제 탓에 세계 각국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특히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의 '정부효율부'와 같은 '규제혁신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규제 만능주의'는 성장 동력을 질식시킬 뿐이다. 그들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규제 입법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의 규제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을 집행하는 서울시장 입장에서 보면 벽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규제를 그 예로 들었다. 오 시장은 "미국과 중국은 이미 레벨4 수준의 무인 자율차 1000대 이상이 24시간 운행되며 시민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반면 서울은 3대가 제한적으로만 운행되는 실정"이라며 "중앙정부의 빡빡한 규제와 보조금 차별 탓에 데이터를 쌓고 기술 혁신을 일으킬 공간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번영을 누리며 패권국이 된 국가를 보면 그 중심엔 항상 '자유'가 있었다"며 "미국에만 '정부효율부'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규제를 양산하는 국회도 각성해야 하고, '규제혁신부'를 우리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