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중 윤석열 캠프가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작 의혹 보도를 부인했던 것과 달리, 실제론 내부 논의가 진행됐으며 "들통났다는 분위기"였다는 내부 문건과 증언이 나왔다. 보도 후 2년 8개월 만이다. 당시 보도대로 당 차원에서 여론조작 및 유포, 묵인 등이 있었다면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2022년 3월 2일 작성된 윤석열 캠프의 '전략조정회의 결과 보고' 문서와 이 문서의 토대가 된 수기 작성 문서를 입수했다. 두 문서 모두 당시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가 작성한 것이다. 문서에 적힌 회의는 <오마이뉴스> 보도 후 약 2시간 만에 국민의힘 당사 6층에서 진행됐다.
회의 내용을 수기로 작성한 문서에는 "오마이뉴스 단톡방 보도"라는 문구가 빨간색 네모와 글씨로 강조돼 있다. 이를 토대로 작성한 전자 문서엔 "오마이뉴스 단톡방 '특전사'방 보도 관련"이 빨간색 글씨로, 바로 아래 "대체 대화방 등 주의 요청"이 검은색 글씨로 적혀 있다.
신 전 교수는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문서와 관련해 "<오마이뉴스> 보도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었고, 소위 '들통이 났기' 때문에 (문제가 된) 단체 대화방들을 다 삭제했을 것"이라며 "(문서의 '주의 요청' 문구는) 그래서 앞으로 새로 만들 대화방에 대해서도 각별히 주의를 요망하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20개 카톡방 폭로, 핵심 '20번방' 윤석열 포함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 2일과 4일 총 네 차례에 걸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통합총괄단이 2022년 1월 초부터 운영한 카카오톡 채팅방(어게인SNS소통위원회)에서 허위사실·음모론 등을 광범위하게 유포했다'고 보도했다.
채팅방은 확인된 것만 약 120개였으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채팅방(이른바 '20번방')엔 윤석열 후보를 비롯해 권영세 등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채팅방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이들은 스스로를 '특전사'라고 칭했으며 캠프로부터 공식 임명장을 받은 인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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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가능성
권영세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은 보도 관련 질문을 받고 "단톡방에 본인이 원해서 들어가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끌려들어 간다"라며 "정치인은 (단톡방에서) 막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후보는 수없이 많은 단톡방에 끌려가니, 나오는 것도 일이다. 단톡방에서 일어난 일에 (윤 후보)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맞는 얘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신 전 교수는 이러한 당시 해명을 두고 "만약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면 '강력 응징'을 한다거나 '법적 조치'하겠다는 게 정상적인 반응인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며 "(권 본부장의 해명은) 누가 초대해서 얼떨결에 들어갔다는 건데, 참모진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후보의 (채팅방) 참여에 대해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조직 파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채팅방들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는 잘 모른다. 보도를 보고 알았다"라며 "솔직히 (그때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기억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쨌든 심각하게 회의를 한 건 맞다. (문서에도 남아 있듯) 그 회의 내용을 내가 조작할 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은 해당 대화방에서 명백한 허위사실이 공유되거나 유포가 묵인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은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이 아니어서 허위사실이 대화방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분명히 (문제가 된) 대화방이 존재했고, 유포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면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도 "단순한 비난 말고 명백한 허위사실이 대화방에 올라오는데도 당의 고위 당직자나 후보 본인이 이를 방치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며 "완전한 허위사실을 알면서도 고위 관계자가 묵인했는지가 법적 쟁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