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후 인구 110만 명에 이르는데 30년이 조금 안 걸렸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였다. 지금도 용인시는 꾸준히 외적 성장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구 증가가 정체된 시점에 이르렀으며, 도시 팽창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는 것도 부정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용인시는 꾸준한 인구 유입에도 불구하고 생산가능 인구는 2020년 이후 정체를 보인다.
2014년 대비 12.7% 증가했지만 정작 일할 사람은 다른 도시와 비교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용인시 규모 도시를 보면 수원시는 91만 명을 넘는다. 고양시도 80만 명에 육박하며, 화성시가 70만 명을 넘겼다.
생산가능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역 각 산업에도 부정적인 수치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용인시를 찾아 유입되는 외국 시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0만 대도시 용인시가 최근 등록 인구 2만 명을 넘긴 외국 시민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용인 공동체 한 축으로 성장한 외국 시민
용인시 통계자료를 보면 처인구에 외국 시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다. 10월 기준으로 1만 2천여 명으로 기흥구와 수지구가 각각 5천565명, 3천333명으로 처인구가 최대 4배가량 많다.
동별로 보면 중앙동 2207명을 비롯해 처인구 3개 동이 1천 명이 넘는다. 기흥구는 구갈동과 서농동이 1천 명을 넘겼으며, 수지구에서는 죽전 3동에 가장 많은 외국 시민이 살고 있다. 전체 거주인구 대비로 보면 이동읍과 남사읍은 최대 10명 중 1명은 외국 시민이다.
외국 시민 성별로 보면 남성이 1만2천여 명으로 여성 8800여 명보다 많다. 외국 시민 밀도가 가장 높은 모현읍이나 이동 남사읍은 특히 남성 밀도가 높다.
9월 중 등록 외국인이 급증한 읍·면·동은 처인구 중앙동, 기흥구 서농동과 구갈동, 수지구 죽전3동 등인데 이 가운데 죽전3동의 경우만 해도 355명이나 증가했다.
용인특례시는 반도체 중심도시로 급부상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용인지역 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만 명 시대의 의미는
용인을 찾아온 외국인들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공동체에 녹아들지 못하는 이방인일 뿐 아니라 차별 대상자 정도로 여겼다.
소수란 이유로 일방적 한국 문화에 적응할 것을 강요당했다. 다문화란 정의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으로 유입된 그들은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자국 문화를 잊어야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행정지원은 물론 공동체도 다양성 수용에 유연해졌다. 그만큼 사회가 유지되는데 그들 몫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인구수다. 소수에 머물던 차별사회를 조금씩 허물만큼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때문에 용인에 등록된 외국 시민이 2만 명을 넘겼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용인시 통계자료를 보면 등록 외국인 수보다 거주인구가 적은 동은 이동읍을 비롯해 처인구 5곳, 기흥구와 수지구가 각각 2곳이다.
특히 외국 시민이 밀집된 중앙동이나 모현읍 등 처인구 일대에서 이들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이는 나이별로 세분화하면 더 명확해진다.
10월 기준 등록 외국 시민을 나이별로 보면 20~30대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20~24세가 3939명, 25~29세가 3754명이다. 용인시가 용인으로 유입된 외국 시민 중 유학하러 온 학생이 다수라고 분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0대 인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체 5789명으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미래를 내다본다면 연령대를 낮춰서도 살펴야 한다. 10대 증감이 급격한 수준이다.
용인시 통계자료를 보면 20대와 60대 이상에서 소폭 감소세를 보이지만, 그 외 연령대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인다. 특히 15~19세는 12% 이상 늘었다. 청소년 연령대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복지에 교육까지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은 물론 정치, 교육, 경제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행정 분야는 이미 이들에 맞춘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과 예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교육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처인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현경 원장은 "외국 시민 자녀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질 낮은 교육은 물론 복지 분야까지 낮은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용인시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들을 단지 수치로만 보지 말고 학생에 대한 지원을 꼼꼼하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시특례시의회 전직 의원도 "이전까지만 해도 추상적으로 다문화를 위한 정책이나 조례를 언급했다면 이제는 실생활 필요한 부분을 규정화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 영향이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로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시민을 바라보는 시선들
외국 시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다문화를 수용하는 흡입도에서 차이가 난다. 사회가 변한만큼 공동체에서 그들 역할이 분명 늘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범죄 등 불신 등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시민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용인시가 외국 시민 유입 동력으로 꼽은 유학생과 관련해 용인 한 대학교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대학교는 유학생이 많지 않은데 그 이유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학생 일부가 불법적으로 취업해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불법이 적발, 자국으로 추방된다 해도 그 시간 동안 번 수익 때문에 (유학생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개별적으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문화 인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시민도 비슷한 반응이다. 최근 기흥구 일대를 비롯해 자영업에 나선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도 걱정하고 있다.
이 상인은 "주변에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게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며 "주인부터 손님까지 외국인들이다. 영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대한민국에서 외국인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솔직히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용인에서도 다문화를 배타하기에는 공동체에 이미 뿌리를 내렸다며 더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용인시 다문화협의회 박남숙 회장은 "용인 발전과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다문화와 적극 소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긍정성과 한계를 용인 공동체가 챙기고 함께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며 "용인에도 등록된 외국 시민이 2만 명을 넘어섰다. 더 이상 차별이나 혐오로 대할 규모가 아니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외국 시민 에너지 어떻게 흡수할까
용인시는 등록 외국 시민이 2만 명을 넘어서자, 복지정책 차원에서 시행하던 다문화 가족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유입되는 외국인들을 시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는 등록 외국인과는 별도로 통계를 유지하는 관리하는 거소신고외국국적동포가 8500명이 넘는 등 실제 용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3만2천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다문화정책을 시행해 왔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활동 지원,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제공, 한국어교육 같은 한국 사회 정착 지원이나 위기 상황 외국인 긴급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급 인력 유입이 늘어나고 외국인 유학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차원의 외국인 정책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이상일 시장은 "시가 반도체 중심도시로 부상하면서 반도체 전문인력을 비롯한 고급 인력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계속 유입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을 선도할 고급 인력이 용인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교육환경과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