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아래 진실화해위)가 ㈜부뚜막고양이와 함께 기획·제작한 다큐멘터리'아일랜드 보이즈–선감학원의 비밀'이 오는 25일 0시 15분 MBC-TV와 OTT'웨이브(Wavve)'를 통해 공개된다.
선감학원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42년에 세워져 1982년까지 운영된 아동 강제 수용소다. 일제가 물러간 뒤에는 경기도가 맡아서 운영했다. 40여 년 동안 수많은 아동이 부랑아 수용 명목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과 구타, 굶주림 등의 인권 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감학원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10월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로 결론내렸다. 시설 폐원 후 40년 만이었다. 당시 진화위는 진실 규명 결정문에서 "국가는 권위주의 시기 위헌·위법적인 부랑아 정책 시행으로 수용 아동의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고, 경기도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라고 명시했다. 이어 진실화해위는 2024년 3월에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선감학원에서 오랜 기간 인권침해가 자행됐다는 내용의 결정이었다. (관련 기사:
"선감학원 사건, 공권력 의한 인권침해"... 경기도 공식사과)
21일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진실 규명 결정 사건을 진실화해위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일랜드 보이즈'는 총 50분 분량의 4K UHD 고품질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강제 수용과 감금, 학대, 탈출과 죽음의 이야기를 빛과 그림자 그리고 다양한 소품 등으로 재해석했다. 기록과 증언을 기반으로 만든 과장 없는 연출에 1020 미래 세대도 주목할 만한 감각적 편집을 했다는 게 진실화해위 설명이다.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에 수중 촬영 영상을 곁들여 다큐멘터리 품격을 높였다. 수중 촬영 전문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자연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이 '자연 감옥'에 갇힌 소년들의 고통을 강조하는 역설로 작용했다. 특히 탈출하다 익사 하는 소년들을 담은 수중 촬영 장면은 소년들의 고통이 그대로 전이되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피해 생존자들은 선감학원 생활이 '지옥'이었고, "어린아이들이 짐승 취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지옥에서 짐승 취급을 당한 소년들의 이야기
선감학원에 잡혀간 사연도 다양하다. 할머니를 기다리며 동생과 함께 놀고 있다가 잡혀 왔다는 이주성씨,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송도 유원지에서 잡혀가 그를 찾으러 나온 두 명의 형과 함께 잡혀간 정효일씨 등. 소년들은 자신을 보호해 줄 가정이 있는데도, 선감학원에 강제로 잡혀갔다고 증언했다.
이렇듯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간 10살 남짓 소년들은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집에 보내 달라고 애원할 때면 돌아오는 것은 무자비한 폭력 뿐이었다. 구더기가 섞인 젓갈과 곰팡이 슨 보리밥을 먹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할당된 노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매를 맞아야 했다. 심지어 숙소에선 나이 많은 원생이 어린 아이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박태식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전 성공회대 교수)은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아일랜드 보이즈'를 미리 보고 든 의문"이라며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어두운 과거, 충격적이고 마냥 피하고픈 과거를 폭로했고,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인권 유린 앞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라는 감상평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