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카멜레온' 좌넙치, 피서객 입맛 사로잡다

[맛이 있는 풍경 77] 사구미 해변에서 옥돌과 뒹구는 싱싱한 '넙치회'

등록 2009.08.10 19:02수정 2009.08.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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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넙치회 지금 해남읍 송지면 사구미 해변에 가면 자연산 넙치가 수족관에서 파다닥 구슬 같은 물방울을 튕기며 피서객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 이종찬

▲ 자연산 넙치회 지금 해남읍 송지면 사구미 해변에 가면 자연산 넙치가 수족관에서 파다닥 구슬 같은 물방울을 튕기며 피서객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 이종찬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생선들이 있다. 넙치·가자미·도다리 등 가자미목에 속하는 생선이 그들이다. 하지만 길거리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생긴 납작한 몸매에 거무스레한 겉모습만 언뜻 바라보아서는 어느 생선이 넙치인지, 가자미인지 쉬이 구별하기가 힘들다.

 

이런 때에는 한쪽으로 쏠린 눈이 어느 쪽에 붙어 있는지를 살펴보자. 눈이 왼쪽에 붙어 있으면 넙치이고, 오른쪽에 붙어 있으면 가자미나 도다리다. '좌넙치 우가자미'란 그래서 나온 말이다. 한자어로 광어(廣魚)라고도 불리는 넙치는 물 속 어디에 갖다 놓아도 20분쯤 지나면 주변과 꼭 같은 색깔로 변한다 하여 '바다 카멜레온'이라 부르기도 한다.

 

몸이 '넓다'하여 이름 붙은 넙치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는 가자미나 도다리와 달리 입이 크고 이빨이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 횟감으로 가장 즐긴다는 넙치.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넙치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며, 회복기 환자나 노인,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다. 

 

지금 해남읍 송지면 사구미 해변에 가면 자연산 넙치가 수족관에서 파다닥 구슬 같은 물방울을 튕기며 피서객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옥돌 위에 가지런하게 썰어 올려놓은 넙치회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절로 고인다. 쫀득쫀득 씹히는 생선살에 짙푸른 파도가 달려들어 고소한 맛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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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미 해수욕장 넙치회 맛보지 않은 자, 사구미 은빛 모래밭 밟지 마라 ⓒ 이종찬

▲ 사구미 해수욕장 넙치회 맛보지 않은 자, 사구미 은빛 모래밭 밟지 마라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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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회 수족관 속의 넙치 ⓒ 이종찬

▲ 넙치회 수족관 속의 넙치 ⓒ 이종찬

 

넙치회 맛보지 않은 자, 사구미 은빛 모래밭 밟지 마라

 

"저는 우리 아저씨가 배를 타고 사구미 앞바다에 나가 직접 잡아올린 자연산 넙치만 다뤄요. 넙치는 지느러미나 아가미살이 가장 좋아요. 지느러미나 아가미살은 단단하기 때문에 씹으면 쫄깃거리면서도 향과 맛이 끝내주지요. 넙치는 콜라겐이 많아 끓여서 식히면 젤라틴이 되기 때문에 조림 요리로도 많이 쓴답니다."

 

7월 24일(금) 오후 4시. 언론인이자 시인 윤재걸,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임현철과 함께 자연산 넙치회를 맛보기 위해 찾은 넙치회 전문점 찬일횟집. 이 횟집은 사구미 해변 들머리에 지킴이처럼 서서 사구미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넙치회를 맛보지 않은 자 사구미 은빛 모래밭을 밟지 말라는 듯이. 

 

이 집에 들어서자 주인 조영찬씨 아내가 혼자 주방에 서서 날랜 손놀림으로 손님들에게 나갈 넙치회와 여러 가지 밑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이 집 특징은 여느 횟집과는 달리 알록달록 매끄럽고 예쁘게 생긴 옥돌이 깔린 쟁반 위에 맛깔스럽게 썰은 넙치회를 가지런하게 올려 손님상에 낸다는 점이다.    

 

밑반찬도 열 가지가 넘는다. 잘게 찢은 삶은 문어와 오징어, 작고 귀여운 소라, 숭어회, 메추리알, 간장에 절인 매실, 땅콩, 자두, 묵은지 등등... 쫄깃한 넙치회에 싸먹는 송송 썬 마늘과 풋고추, 고추냉이, 된장, 쌈장, 상추 등은 기본이다. 그 수많은 밑반찬 중 나그네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은 것이 묵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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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회 잘게 찢은 삶은 문어와 오징어, 작고 귀여운 소라, 숭어회, 메추리알, 간장에 절인 매실, 땅콩, 자두, 묵은지 등등... ⓒ 이종찬

▲ 넙치회 잘게 찢은 삶은 문어와 오징어, 작고 귀여운 소라, 숭어회, 메추리알, 간장에 절인 매실, 땅콩, 자두, 묵은지 등등...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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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회 서비스로 숭어회가 나온다 ⓒ 이종찬

▲ 숭어회 서비스로 숭어회가 나온다 ⓒ 이종찬

 

애인의 혀 살짝 깨무는 듯한 부드러운 자연산 넙치회

 

"이 묵은지 몇 년이나 된 건가요?"   

"3년 되었지라. 이곳 묵은지는 땡겨울을 이겨낸 겨울배추로 담그기 때문에 오래 묵어도 배추 속살이 물러 터지지 않고 맛이 더 깊어진당게"

"이거 살 수도 있나요?"

"뭘 그깟 묵은지를 돈 주고 사. 서너 포기 그냥 싸 드리께"

 

'해남 사람들 인심도 참 좋다'고 생각하며 새콤달콤한 묵은지와 숭어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홀짝거리고 있을 때 이 집이 자랑하는 자연산 넙치회가 상 한가운데 왕처럼 떡 버티고 앉는다. 초고추장에 된장과 고추냉이를 넣은 뒤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나그네만이 즐기는 양념장을 만들어 넙치회 한 점 포옥 찍어 입에 넣는다.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넙치살... 향긋한 맛 속에 상큼한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듯 입 안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상추 위에 넙치회 한 점 올려 송송 썬 마늘과 풋고추를 올려 먹는 맛도 기막히다. 짙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 은빛 모래밭이 바라다 보이는 창가에 앉아 애인의 혀를 살짝 깨무는 듯 부드럽고 쫄깃하게 넘어가는 자연산 넙치회.

 

어느새 소주 두어 병이 순식간에 비워지고, 넙치회가 사라진 자리에 예쁜 옥돌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주인 아주머니가 뽀오얀 생선죽을 차려낸다. 이 집 생선죽은 회를 뜨고 남은 넙치 머리와 뼈, 비늘을 쳐낸 껍질에 무와 다진마늘, 매운 고추, 양파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다. 개운한 맛이 나는 생선죽 포인트는 거품을 걷어내면서 끓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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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회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넙치살. ⓒ 이종찬

▲ 넙치회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넙치살.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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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죽 뽀글뽀글 뽀얗게 끓고 있는 넙치죽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자 매콤하면서도 십년 묵은 체증까지 쑥욱 내려가는 듯 시원하고 깔끔하다 ⓒ 이종찬

▲ 넙치죽 뽀글뽀글 뽀얗게 끓고 있는 넙치죽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자 매콤하면서도 십년 묵은 체증까지 쑥욱 내려가는 듯 시원하고 깔끔하다 ⓒ 이종찬

 

십년 묵은 체증까지 쑥욱 내려가는 시원하고 깔끔한 넙치죽  

 

"넙치는 비린내가 없기 때문에 국을 끓여도 좋고 시원한 매운탕으로 만들어 먹어도 참 좋습니다. 넙치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으면서도 지방이 적어 생선죽으로 끓여내면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지요. 넙치죽이나 넙치찜, 넙치탕 등은 특히 간장이 안 좋거나 당뇨병 환자에게 그만이지요"  

 

뽀글뽀글 뽀얗게 끓고 있는 넙치죽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자 매콤하면서도 십년 묵은 체증까지 쑥욱 내려가는 듯 시원하고 깔끔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몇 수저 더 입에 떠 넣고 나자 이마와 목덜미에 땀방울이 송송송 맺히면서 며칠 동안 줄기차게 먹었던 술이 한꺼번에 확 깨는 듯하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윤재걸 선배와 임현철 기자의 이마와 목덜미에서도 땅방울이 송송송 맺혀 있다. 윤 선배는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들러 자연산 넙치회와 넙치죽을 먹는다"라며 "싱싱한 넙치회도 맛이 참 좋지만 이 집 넙치죽 한 그릇 먹고 나면 온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임현철 기자는 "옥돌 위에 가지런하게 깔린 자연산 넙치회를 먹고 나니 온몸이 옥돌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워진 느낌이 든다"며 "땅끝마을이 바로 코앞에 바라다보이는 짙푸른 바닷가를 곁에 끼고, 은빛 반짝이는 백사장을 바라보며 어죽까지 먹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마냥 즐거워했다.

 

올 여름, 돈가뭄으로 진땀나는 삶과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무더위를 쫓아내고 싶다면 땅끝마을 사구미로 가자.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땅끝마을 사구미 바닷가에서 살가운 사람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싱싱한 넙치회 한 점 또 한 점 집어먹어 보자. 어느새 징그러운 세상살이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리라.

덧붙이는 글 | ☞가는 길/서울-천안-논산천안고속도로-광주-나주-해남읍 13번 국도-완도 방면 20km-땅끝마을 표지판 1번 국도 11.4km-송지면-813번 지방도 9km-땅끝마을 들머리 7km-사구미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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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9:0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가는 길/서울-천안-논산천안고속도로-광주-나주-해남읍 13번 국도-완도 방면 20km-땅끝마을 표지판 1번 국도 11.4km-송지면-813번 지방도 9km-땅끝마을 들머리 7km-사구미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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