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에게선 언제나 오이 냄새가 난다?"

[맛이 있는 풍경 76] 향긋하게 아삭아삭 씹히는 상큼한 맛 '오이무침'

등록 2009.06.08 18:00수정 2009.06.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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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싱그러운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상큼한 맛! ⓒ 이종찬

▲ 오이무침 싱그러운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상큼한 맛! ⓒ 이종찬

 

싱그러운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상큼한 맛! 여기에 비타민까지 듬뿍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잘 되게 하는 강한 알칼리성 식품 오이. 뜨거운 물에 데었을 때 즙을 바르면 열을 식혀주는 것은 물론 이뇨작용, 시력보호, 가려움과 땀띠, 감기 예방, 숙취해소, 항암작용 등 사람 건강을 지켜주는 팔방미인 오이.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오이를 많이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 그중 재미난 이야기는 '미인은 언제나 오이 냄새가 난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이 때문에 여성들 대부분이 스스로 미인이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생오이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도 있다.

 

오이 철이 돌아왔다. 요즈음 가까운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오이 4~5개를 손쉽게 살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제 철에 나는 음식이 보약이라고 했다. 이는 계절에 관계없이 비닐하우스, 양식장 등에서 나오는 음식들보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 맛도 좋고 영양가가 훨씬 뛰어나 우리 몸에 아주 좋기 때문이다.

 

오이는 가지, 수박, 참외 등과 함께 여름철을 대표하는 채소라 할 수 있다. 이는 오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인 오이지, 오이생채, 오이소박이, 오이김치, 오이깍두기, 오이무침, 오이냉국, 오이피클 등 수없이 많은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가 여름철에 즐겨 먹는 국수, 냉면 등에도 오이가 빠지면 '앙코 없는 찐빵'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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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오이 철이 돌아왔다. 요즈음 가까운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오이 4~5개를 손쉽게 살 수 있다 ⓒ 이종찬

▲ 오이무침 오이 철이 돌아왔다. 요즈음 가까운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오이 4~5개를 손쉽게 살 수 있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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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오이 세 개를 물에 깨끗하게 씻고 있을 때 살가운 벗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 이종찬

▲ 오이무침 오이 세 개를 물에 깨끗하게 씻고 있을 때 살가운 벗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 이종찬

오이만 바라보면 약손 가진 어머니 모습이...    

 

"니, 요새 얼굴이 와 자꾸 퉁퉁 붓노?"

"몰라. 요새 음식이 좀 짜서 그런가 물이 많이 캐인다(당긴다) 카이"

"음식이 짠 기 아이라 니가 짜게 묵어서 그렇것지"

"내는 음식이 짬쪼롬해야 제 맛이 나는 걸 우짜라꼬"

"아나, 오이냉국이다. 여기에 밥 말아먹고 퍼떡 핵교 갔다 오거라. 오이 이기 붓기 빼는 데는 최고 아이가"

 

1970년대 들머리. 나그네가 초등학교 5~6학년 때쯤이었던가. 그해 오뉴월 보릿고개 때, 나그네는 쌀알이 한 둘 섞인 시커먼 보리밥에 된장과 고추장, 참기름간장, 열무김치 등을 듬뿍 넣고 쓰윽쓱 비벼먹기를 참 좋아했다. 그 짭쪼롬하게 비빈 비빔밥을 먹으면서도 나그네는 풋고추를 된장에 포옥 찍어 먹는 걸 즐겼다.

 

어머니께서 '음식을 그리 짜게 먹으면 몸에도 안 좋지만 갈증이 나서 못 쓴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지만 나그네 입맛은 이미 짠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간밤 몇 번씩이나 일어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곤 했다. 또한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기만 하면 눈가가 퉁퉁 부어 있곤 했다.    

 

그때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신 음식이 시원한 오이냉국과 상큼한 오이무침이었다. 그 오이냉국과 오이무침을 먹고 나면 신기하게도 갈증이 나지 않았고, 자고 일어나더라도 눈가가 붓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오이만 바라보면 약손을 가진 어머니 모습이 흑백필름처럼 스쳐 지나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개 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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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물에 깨끗하게 씻은 오이를 가로로 반으로 잘라 동글동글하게 썬다 ⓒ 이종찬

▲ 오이무침 물에 깨끗하게 씻은 오이를 가로로 반으로 잘라 동글동글하게 썬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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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소금과 멸치액젓, 막걸리식초를 약간 뿌린 뒤 30분 정도 재워둔다 ⓒ 이종찬

▲ 오이무침 소금과 멸치액젓, 막걸리식초를 약간 뿌린 뒤 30분 정도 재워둔다 ⓒ 이종찬

값 싼 재래시장인 동원시장이 곁에 있어 참으로 고맙다

 

"오이 이거 한 무더기 얼마죠?"

"4개 천 원인데 한 개 더 드릴게요"

"오이가 왜 이렇게 싸요?"

"지금이 한창 오이 철 아닙니까"

 

"오이는 이뇨효과가 있고, 장과 위를 이롭게 하고 소갈을 그치게 한다. 부종이 있을 때 오이는 덩굴을 달여 먹으면 잘 낫는다"는 조선 중기 명의 허준(1539~1615)이 쓴 <동의보감>을 떠올리며, 동원시장(중랑구 면목동)으로 간다. 자고 일어나니 눈이 조금 부어 있는 것 같아 '왜 이래?' 하다가 어릴 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그 오이무침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7일,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동원시장 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늘상 가는 노점에 가서 오이 5개 천 원에 산다. 4개 천 원인데 아주머니가 자주 오는 단골이라 여긴 탓인지 1개 더 덤으로 준 것이다. 재래시장에는 아직까지 사람 사는 정이 남아 있는 것 같아 고맙다. 내친 김에 천 원에 4개 주는 양파와 천 원짜리 마늘까지 산다.   

 

참 싸다. 오이무침 할 오이와 마늘, 된장찌개에 넣을 양파까지 합쳐 3천 원. 이명박 정부 들어 오랜 경기 침체 때문에 생활고에 몹시 시달리는 나그네로서는 값 싼 재래시장인 동원시장이 곁에 있어 참으로 고맙다. 하긴, 나그네가 지난 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고 굳이 면목동을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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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이때 오이조림에 쓸 대파를 어슷하게 썰고, 마늘을 빻아둔다 ⓒ 이종찬

▲ 오이무침 이때 오이조림에 쓸 대파를 어슷하게 썰고, 마늘을 빻아둔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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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간이 배인 오이에 남은 국물은 따라 버리고 다진 대파와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손으로 잘 버무리면 끝 ⓒ 이종찬

▲ 오이무침 간이 배인 오이에 남은 국물은 따라 버리고 다진 대파와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손으로 잘 버무리면 끝 ⓒ 이종찬

 

오이의 적, 무와 당근

 

"어디야?"

"집. 지금 오이무침 좀 조리하느라..."

"오이무침? 그 참 입맛 돌게 하네. 그래, 계속 집에 있을 거야?"

"오이무침 생각나면 집으로 와. 막걸리나 한 잔 하게"

 

집으로 돌아와 마악 오이 세 개를 물에 깨끗하게 씻고 있을 때 살가운 벗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나그네가 오이무침을 조리하고 있다고 하자 벗이 입맛을 다시며 '그쪽으로 곧 간다' 며 얼른 전화를 끊는다. 고맙다. 사실, 무슨 조리를 한창 하느라 손에 양념을 잔뜩 무치고 있을 때 오는 전화가 가장 성가시다. 

 

오이무침을 조리하는 것은 쉽다. 먼저 물에 깨끗하게 씻은 오이를 가로로 반으로 잘라 동글동글하게 썬 뒤 소금과 멸치액젓, 막걸리식초를 약간 뿌린 뒤 30분 정도 재워둔다. 이때 오이조림에 쓸 대파를 어슷하게 썰고, 마늘을 빻아둔다. 그 다음 간이 배인 오이에 남은 국물은 따라 버리고 다진 대파와 마늘,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손으로 잘 버무리면 끝.  

 

하지만 오이무침이나 오이조리를 할 때 조심해야 할 음식이 있다. 당근과 무 등 비타민C가 많은 채소나 과일들이다. 왜? 오이에 들어있는 아스코르비나제란 성분이 비타민C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조리를 할 때 미리 식초를 약간 뿌리면 된다. 아스코르비나제라는 성분은 산에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이는 또한 성질이 몹시 차기 때문에 위장이 차고 약한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오스스 한기가 들 수도 있다. 따라서 오이가 피부미용과 다이어트, 변비, 여러 가지 공해 해독 등에 좋다 하여 여성들이 스스로 체질도 모르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음식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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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오이무침은 뭐니뭐니 해도 싱그러운 향과 함께 상큼하게 아삭아삭 씹히는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 이종찬

▲ 오이무침 오이무침은 뭐니뭐니 해도 싱그러운 향과 함께 상큼하게 아삭아삭 씹히는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 이종찬

 

값 싸고 건강에 좋은 시인표 오이무침을 위해 얼씨구!

 

"어때?"

"아따! 금방 무쳐내서 그런지, 손맛이 좋아서 그런지는 잘 몰라도, 오이무침 맛이 아주 시원하고 상쾌하구먼"

"어떤 사람은 오이무침을 만들 때 물엿이나 설탕을 넣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단맛이 싫어 깔끔하게 그냥 버무렸어"

"물엿이나 설탕을 넣으면 좀 느끼하지 않을까. 오이무침은 상큼한 향 맛으로 먹는 그 맛이 일품이지."

 

"자, 값 싸고 건강에 좋은 시인표 오이무침을 위해 한 잔!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차차차!"

"오이는 막걸리보다 소주와 찰떡궁합이라고 했는데?"

"그럼 소주 한 병 사 올까?"

 

오이무침은 뭐니뭐니 해도 싱그러운 향과 함께 상큼하게 아삭아삭 씹히는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특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한술 가득 떠서 금방 무친 오이무침을 얹어 먹어보라. 사각사각 씹히는 상큼한 오이 맛에 달착지근한 밥맛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뚝딱 사라지리라.

 

오이무침을 앞에 놓고 막걸리를 한 잔 기울이거나 채 썬 오이를 넣은 소주 한 잔 곁들이는 것도 그만이다. 입맛 없을 때 오래 묵은 벗과 오이무침 하나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앉아 술 한 잔 나누어 보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생긴 돈가뭄 걱정과 그동안 켜켜이 쌓인 스트레스까지 '엄마야 날 살려라' 하며 잽싸게 달아나리라.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오이무침 #동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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