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FC 창단 최대 걸림돌은 안양시장?

[取중眞담] 최대호 안양시장, 예산 부결에 '감정적인' 기자회견

등록 2012.07.26 22:03수정 2012.07.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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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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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안양시장 ⓒ 유혜준

결국 안양시의회가 안양시민축구단 예산 3억 원을 삭감해 최대호(민주통합당) 안양시장의 주요 공약인 '안양시민축구단 창단'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26일 오전 안양시의회는 제189회 임시회를 열고 시민축구단예산을 상정, 표결에 부쳤으나 재적의원 22명이 11명씩 나뉘어 찬성과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되었던 것.

게다가 임시회가 끝난 직후 안양시의회 새누리당 교섭단체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안양시민축구단 창단과 관련, "준비과정도 소홀하고 불투명한 사업을 본예산 또는 추경에 포함시키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후에도 최 시장의 공약 추진이 어려울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최 시장은 안양시의회의 시민축구단 예산 삭감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내용에 강하게 반발, 오후 2시반 안양시청 브리핑 룸에서 이를 강력히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시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브리핑 룸으로 들어와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낭독, 시의회를 강하게 비난했다. 최 시장이 특히 겨냥한 것은 새누리당 교섭단체 의원들의 기자회견문 내용가운데 아래 부분.

'집행기관에서는 준비과정도 소홀하고 불투명한 사업을 본예산 또는 추경에 포함시키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새누리당 교섭단체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최 시장은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1700여 공직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범법자로 매도하는 표현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사과를 요구했다.

시민축구단 예산 부결에 발끈한 최대호 안양시장, 왜?


하지만 최 시장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안양시의회는 전반기에 12명의 민주통합당 의원이 당선, 다수당이었으나 2명이 탈당하면서 다수당의 자리를 놓쳤다. 때문에 힘을 잃은 민주통합당은 최 시장의 시정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7월초 파행을 거듭한 의장단 선거에서도 드러났다. 전반기에는 의장과 4개의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던 민주당은 하반기에는 의장·부의장은 물론 4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 것. 의장단 자리를 차지하려는 양당의 이전투구에 강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안양시의회의 진흙탕 싸움은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힘을 잃으면서 최 시장의 하반기 시정운영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그것이 이번 안양시민축구단 창단 예산 삭감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시장은 안양시민축구단 창단 공약을 내건 만큼 이를 추진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최 시장의 축구단 창단 시도는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교섭단체 의원들의 지적대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안양시민축구단을 최 시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최 시장은 시민들의 뜻을 모아 축구단 창단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안양시의회와 의견조율을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 시장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이 이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 시장이 예산을 삭감했다면서 안양시의회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 시장은 "프로축구연맹 등 관계부처와 수차례 협의를 통해 최대한의 인센티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해 금년에 창단할 경우 신인선수 15명 우선 지명과 우수 선수 5명 자유선발권을 확보했고, 토토수익금 7억 원등 20억 내외의 금전적 이익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 확보 불투명한데... 무리한 행보 우려

시민축구단 창단 예산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보인 최 시장의 이와 같은 행보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프로축구 연맹 등에서 이런저런 약속을 받았지만 축구단 창단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최 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축구단은 매년 30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 '장밋빛 전망'만 갖고 섣불리 창단할 경우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새누리당 교섭단체 의원들의 지적은 일면 타당성을 갖고 있다. 최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시원스럽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시민축구단을 창단해 성공한 전례가 없다. 강원도민프로축구단의 경우 '방만한 경영'이 강원도 감사결과 지적된 바 있다. 인천시민축구단은 창단 9년 만에 임금을 체불하는 상황까지 갔다. 때문에 시민축구단 창단에 대한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한 다음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단 예산을 삭감했다면서 감정적인 기자회견을 연 최 시장의 행보는 상당히 경솔해 보인다. 이 자리에서 최 시장은 시민축구단 스폰서 확보와 관련한 모 기자의 질문에 화를 내면서 답변, 해당 기자의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2년이 채 남지 않은 최 시장의 임기. 최 시장이 지금처럼 감정적으로 시민축구단 창단 문제에 접근한다면 임기 내에 축구단 창단은 첫걸음조차 떼어놓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좀 더 합리적으로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추진해도 쉽지 않을 사업이 감정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안양시민축구단 #최대호 #안양시장 #안양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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