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꼭 알아야 할 '브라주카'의 비밀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9] 매그너스 효과 극대화한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등록 2014.06.17 15:10수정 2014.06.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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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축구로, 또 한번은 물리학으로.'

브라질 월드컵을 관전자 입장에서 '두 배'로 즐기는 손쉬운 방법은 스포츠와 더불어 과학의 시각으로 경기를 보는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슛과 패스, 몸싸움을 볼 수 있는 실황은 축구 그 자체이다. 하지만 느린 그림이 동반되는 골 모음 장면 동영상에는 축구장을 지배하는 숨은 힘, 즉 물리학이 보다 생생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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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한국시각) 브라질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코트디부아르와 일본과의 경기에서 디디에 드로그바가 코트디부아르의 골이 터지자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지난 15일 일본을 상대로 뽑아낸 코트디부아르의 골 2개는 '축구공의 항공역학'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코트디부아르의 오리에 선수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는 제르비뉴의 옆 뒤쪽에서 날아왔지만, 헤딩 직전에는 마치 정면에서 날아온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공이 크게 휘었다.

이는 물리학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이른바 '매그너스 효과(Magnus effect)' 그대로, 공이 회전해 들어온 것이다. 매그너스 효과란 회전하는 물체의 위 아래 혹은 양쪽의 측면에서 서로 다른 공기 압력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물체 주변의 공기 압력 차이는 특정 방향으로 항력의 증가 혹은 감소를 가져와, 공을 휘어지게 만든다. 속칭 바나나 킥은 매그너스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항력은 비행 물체가 잘 날아가지 못하게 잡아 끄는 힘을 말한다.

영국 출신 축구선수 베컴은 코너 킥 혹은 세트피스에서 매그너스 효과를 누구보다 잘 활용한 선수였다. 축구 외에 많은 구기 종목 선수들이 매그너스 효과로 재미를 본다. 커브 볼을 잘 던지는 야구 투수들이 그렇고, 테니스의 경우 라파엘 나달 선수가 대표적이다.


나달은 분당 회전수(rpm)가 최고 5000회가 넘는 톱스핀 볼을 구사하기도 한다. 중형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달릴 때 rpm이 2000 정도인 걸 고려하면, 정말 무시무시한 회전이다.

자블라니는 '너클링' 효과, 브라주카는 '매그너스' 효과

바나나 킥과 달리 휘지 않고 똑바로 날아가는 슛 또한 항공역학의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종종 구사하는 '무회전' 혹은 '저회전' 킥이 단적인 사례이다. 무회전 혹은 저회전 볼은 직선으로 날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궤적이 바뀐다.

야구 투수 가운데는 미국 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였던 팀 웨이크필드가 항력 특성을 특히 잘 이용했다. 너클 볼러(knuckle baller)로 유명했던 그가 던진 공은 타자 앞에서 폭포수처럼 갑자기 떨어지는 등 변화가 너무 심해 포수들도 잡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날아가는 구형 물체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건, '너클링 효과(knuckling effect)' 때문이다. 너클링 효과는 항력 때문에 발생하는데, 표면이 미끈한 물체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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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 ⓒ 연합뉴스


직전의 남아공 월드컵의 공인구인 자블라니(Jabulani)는 너클링 효과가 월등했던 축구공이었다. 반면 이번 브라주카는 너클링 효과보다는 매그너스 효과가 두드러진 축구공이다. 두 공의 특성을 비교해 보면 이는 확연하다.

영국 쉐필드 할람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브라주카의 경우 너클링 효과는 시속 60km 이하로 공이 움직일 때 나타났다. 반면 자블라니는 90km에 육박하는 속도에서도 너클링 효과가 분명했다. 너클링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 대가 브라주카는 시속 0~60km로, 자블라니의 0~90km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다(속도 0은 공이 움직이지 않을 때지만 표현 편의상 쓴 수치이다).

브라주카의 너클링 효과가 적은 것은 자블라니에 비해 홈이 깊고, 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축구공 거죽은 이어 붙여진 몇 개의 조각(패널)들로 인해, 조각들이 이어진 경계에 홈이 생긴다.

축구공 같은 구형 물체의 표면에 나 있는 홈은 항력을 감소 시켜, 너클링 효과를 줄여준다. 브라주카 표면의 홈 깊이는 1.56mm로, 자블라니의 0.48mm에 비해 3배 이상이나 깊다. 또 홈 전체 길이도 브라주카가 327센티미터로 자블라니의 203센티미터보다 50% 이상 길다.

구형 물체 표면의 홈이 너클링 효과를 줄여주는 보다 알기 쉬운 예는 골프 볼에서 찾을 수 있다. 골프 볼 표면은 올록볼록 이른바 딤플(dimple) 이라는 것들이 나 있다.

딤플 덕분에 아마추어 골퍼들은 야구 홈런의 2배에 가까운 200m 이상 골프 공을 날려 보낼 수 있다. 만일 딤플이 없는 매끈한 골프공이라면, 아마추어 남성 골퍼의 티샷 기준으로 딤플이 있는 공의 절반 정도인 100m 남짓 날아가는 데 그칠 것이다. 똑같은 원리로, 야구 공 표면에 딤플을 만든다면, 홈런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딤플은 너클링 효과를 상쇄 시키고 반대로 매그너스 효과를 크게 한다. 또 축구공 거죽에는 홈만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미세한 돌기 같은 게 있다. 이른바 핌플(pimple)이다. 브라주카를 손으로 만져보면 까칠까칠한 느낌을 오는데, 이게 바로 핌플이다.

모든 축구공에는 핌플이 있지만 브라주카는 자블라니보다 핌플 구조가 더 잘 발달돼 있다. 깊고 긴 홈 외에 한결 발달된 핌플 구조 또한 너클링 효과를 감소 시킨다. 핌플이 딤플의 축소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야구 공의 실밥이나 골프 공의 딤플, 축구 공의 핌플과 홈은 그러고 보면, 경기 양상에 보통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테니스 공의 보풀도 마찬가지다. 실밥이나 딤플, 핌플, 보풀이 없었다면 야구나 골프, 축구, 테니스 시합은 오늘날과는 경기 양상이 전적으로 달랐을 터이다.

축구공의 매그너스 효과는 보통 감아차기로 만들어진다. 오는 18일 러시아와 일전을 앞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브라주카의 감아 차기 특성에 정통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전문지입니다.
#브라주카 #브라질 #월드컵 #매그너스 #너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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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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