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구장의 비밀... 골키퍼들이 불쌍하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8] 구장마다 공 움직임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등록 2014.06.10 14:24수정 2014.06.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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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 ⓒ 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0km 초반이다. 미국 프로야구 사상 투수가 던진 공의 최고 속도는 170km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들이 던지는 야구공의 속도는 140km가 넘을 때가 많다. 반면 프로축구의 스트라이커들이 차는 공은 보통 80~90km 시속으로 날아간다. 일반적으로 야구공이 축구공보다 훨씬 빨리 날아간다. 하지만 기록상 최고 구속은 축구공이 야구보다 더 높다. 실제로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축구공 속도가 시속 180km를 웃돌았던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축구공은 야구공보다 속도 변화의 폭이 매우 넓은 셈이다. 야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축구만의 묘미는 축구공만이 가진 특성에서 비롯되는 예가 많다.

속이 꽉 찬 야구공과 달리 축구공은 껍데기를 제외하고는 속에 바람이 가득 들어 있다. 부피에 비해 가볍다 보니, 바람의 방향이나 축구장의 고도, 공을 차는 부위에 따라 축구공은  여느 구기 종목의 공에 비해 훨씬 더 변화무쌍한 속도와 궤적을 보인다.

축구공 특유의 움직임은 두말할 것 없이 브라질 월드컵의 숨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이번 월드컵은 모두 12개 구장에서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들 12개 구장은 공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도와 온도에 사뭇 차이가 있다.

브라질 12개 구장... 구장마다 고도, 기온 차이 난다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 주최한 월드컵 구장 숫자는 무려 20개에 달했다. 그러나 구장마다 고도 차이나 기온 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헌데 브라질의 12개 구장은 상황이 다르다. 고도 차이는 1100m에서 10m까지 아주 다양하다. 또 날씨로 치면 봄·여름·가을 등 3개 계절이 공존한다.


H조의 한국이 사용하는 3개 축구장은 공교롭게도, '계절'이 제 각각이다. 러시아와 격돌하는 판타나우 경기장 주변의 6월 온도는 12개 구장 가운데 가장 높다. 낮 최고 기온이 평균 섭씨 31도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더운 8월이다. 다만 최저 평균 기온은 16도로 낮은 편이다. 밤 경기 때 열대야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

반면 알제리와 맞붙는 베이라 하우 경기장 일대는 6월 낮 최고 기온이 평균 20도에도 못 미친다. 최저기온은 10도를 좀 넘는 정도다. 10월 서울의 기온과 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벨기에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상파울루 경기장 인근 지역의 6월 기온은 서울로 치면, 정확하게 5월이다. 날씨 적응으로만 따진다면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가장 무난한 경기장이다.

공의 반발력은 온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똑같은 선수가 공을 차도 겨울보다는 여름에 공의 속도가 더 높다. 물론 습도 등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온도만 따질 때 그렇다는 뜻이다.

H조 경기가 벌어지는 3개 구장은 고도 또한 제 각각이다. 상파울루 경기장 지역은 평균 해발고도가 760m, 판타나우는 165m, 베이라 하우 지역의 평균 고도는 10m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아지면, 공기가 희박해 저항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축구공이 더 빠른 속도로 더 멀리 날아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 등의 실험에 따르면 고도가 300m 높아질 때마다 날아가는 거리가 1~2%씩 늘어난다.

고도를 감안할 땐,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공의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지대에 위치한 베이라 하우에 비해 공이 날아가는 거리가 최대 5%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예컨대, 베이라 하우에서 40m 날아갈 공이 상파울루에서는42m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공의 속도가 빠르면 골키퍼들은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또 때로는 1~2m 차이가 패스의 성패를 결정한다. 선수와 감독은 경기장 특유의 미묘한 차이를 염두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환경이 제 각각인 여러 구장에서 경기해야 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건 골키퍼들이다. 그나마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골키퍼들에게 다행인 것은 공인구의 궤적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브라질 월드컵은 공인구는 브라주카(Brazuca)다. 브라주카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로 악명을 떨쳤던 자블라니(Jabulani)에 비해 날아가는 궤적이 한결 예측하기 쉬운 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브라주카에서는 회전력에 따른 공의 방향성은 향상됐지만 날아가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www.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축구를 포함한 구기종목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 '필드의 물리학'을 다룰 예정입니다.
#월드컵 #브라질 #반발력 #축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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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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