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에어컨, 브라질에 있다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17] 이산화탄소 왕성하게 흡수하는 아마존 밀림

등록 2014.06.07 20:25수정 2014.06.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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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월드컵이 오는 13일(한국시각) 브라질에서 개막한다. 월드컵으로 브라질은 지구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그러나 월드컵이 아니라도 브라질은 인류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을 수 있다. 브라질만큼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이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나라도 없는 탓이다.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브라질 국민도 아닌데, 지분이라니? 다름 아닌 아마존 밀림 때문이다. 아마존 밀림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 실제로 지구상 산소의 최대 20%가 아마존의 산림에서 만들어지고, 이산화탄소의 5% 가량이 이곳에서 흡수된다.

브라질에도 한국인의 '지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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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대기 순환과 70억 지구인의 들숨과 날숨을 고려하면, 세계인들은 끊임 없이 아마존의 밀림과 산소,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주고 받는 것이다. ⓒ sxc

성인 한 사람이 연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300kg이 넘는다. 이 가운데 5%, 즉 15kg이 매년 아마존 수림에 녹아 들어, 나무의 몸체를 이루는 셈이다. 지구의 대기 순환과 70억 지구인의 들숨과 날숨을 고려하면, 세계인들은 끊임 없이 아마존의 밀림과 산소,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주고 받는 것이다.

내 몸의 일부를 이뤘다가 부산물 형태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아마존 나무들의 기둥과 줄기 잎사귀를 구성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브라질, 보다 구체적으로 아마존은 무관심해도 좋을 남의 나라 땅이 아니다.

아마존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19~21세기 산업화로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급격히 늘어났다.


이산화탄소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지구 상공에 씌워진 비닐 같은 존재다. 햇빛은 들어오지만 복사열 등은 이산화탄소막에 갇혀 대기를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를 데운다. 바로 '지구 온난화'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촌 도처에서 최근 빈발하는 엄청난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규모로 불어나고 있다. 올 여름도 기상이변은 예외 없이 세계 각지에서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기상이변도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에 비하면 시쳇말로 '약과'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따지면 훨씬 크고 끔찍한 기상 재앙이 빈발했어야 했다. 단적인 예로, 1960년 한해 동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150억 톤이었다. 지난해 배출량은 360억 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불과 50년 남짓 사이에 배출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지구 상공의 '비닐 막' 역할을 하는 이산화탄소 비율은 30%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 이상 늘어났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30%에 그친 건, 아마존의 밀림 등을 필두로 세계 도처의 산림과 태평양, 대서양 등의 바다에서 나머지 이산화탄소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1960~1970년대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 남짓이라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0.04% 수준이다. 극히 미미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0.01% 차이는 올림픽 100m 달리기 경기에서 1초 이상의 차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0.01% 포인트 증가로 지구는 보다 고효율의 비닐 하우스가 돼버렸다.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는 섭씨로 평균 0.8도 가량 증가했다. 0.8도 또한 기후 측면에서는 엄청난 변화이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뒤덮여 있지 않았다면, 대기 온도가 수십도 이상 상승할 수도 있었다.

대기와 물의 열 특성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100도짜리 건식 사우나에서는 견딜 수 있어도, 50도짜리 목욕탕 물 속에서 들어가 있기 어려운 게 한 예가 될 수 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 밀림의 왕성한 이산화탄소 흡수는 인류에게는 복음이나 다름 없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지구의 삼림은 지구의 온도조절계요, 에어컨이다. 브라질에 인류가 주목하는 월드컵의 계절, 축구만 아니라 아마존에도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마존은 지난 십수 년간 날로 심화되는 산림파괴와 개발 열기로 신음하고 있다. 지구의 허파가 병들고, 온도조절계가 고장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에 돌아온다. 아마존에 대한 세계인들의 '지분'은 권한 행사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인류 각자에게는 아마존을 지켜야 하는 시급한 책무가 있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www.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아마존 #브라질 #이산화탄소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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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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