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나라 화천 쪽배축제가 오는 7월27일부터 8월11일까지 화려하게 펼쳐진다(사진은 지난해 축제 중 황포돛배 체험 장면)
신광태
"이 아이가 우리 수박을 훔쳤습니다. 따라서 우리 수박밭 전체에 대해 변상의 책임을 물어야겠습니다."요즘 시골 경찰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수박 몇 개를 훔친 것을 가지고 수박밭 주인은 밭 전체에 대해 변상을 받겠다고 으름장이다.
동작이 굼떠 잡혔던 아이도 수박을 선물로 받았다시골 인심도 많이 참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장난인데 넘어가야지 어쩌겠누" 하던 시절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될 정도로 시골마을 인심도 사라졌다.
화천읍내를 휘돌아 흐르는 북한강. 옛날 그곳 사람들은 이 강을 '화천강'이라 불렀다. 자신들이 사는 동네 앞을 흐르는 강이기 때문에 편한대로 그렇게 불렀다. 그 강 건너 '위라리'라는 마을은 농지가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읍내 농민들은 뗏목이나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 그곳에 수박이나 참외를 심었다. 읍내와 가까운 화전밭에 심어도 될 일인데, 그들은 수박이나 참외 등의 채소는 굳이 강 건너 밭에 심었다.
이유는 아이들의 서리(남의 곡식이나 과일 등을 훔쳐 먹는 장난)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농민들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장난이 심한 아이들은 어둠이 내리기길 기다려 수영으로 300여 미터에 이르는 강을 건너 수박을 서리했다. 별 수 없이 농민들은 저녁이면 수박 밭으로 나가 보초를 서야 하는 일도 빈번했다.
"너 이놈, 부모님 성함이 뭐냐!" 밭주인에게 잡힌 아이들은 훔친 수박을 들고 벌어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났다. 벌을 세웠다는 게 미안했던지 주인은 그 학생이 훔친 수박을 들려 돌려보냈다. 동작이 굼떠 수박도 따기 전에 잡힌 아이들에게 주인은 잘 익은 수박 한 통을 따서 줬다. 그 이후로 한 번 걸렸던 아이들은 수박서리를 다시는 하지 않았다. 윽박지르는 것보다 타이르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지혜를 옛날 농민들을 알고 있었을까.
쪽배축제 캠핑촌, 1박 하면서 '수박서리'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