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강 수영대회를 아시나요?

'물의나라' 화천 쪽배축제, 오는 27일 시작

등록 2013.07.21 17:50수정 2013.07.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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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나라 화천 쪽배축제가 오는 7월27일부터 8월11일까지 화려하게 펼쳐진다(사진은 지난해 축제 중 황포돛배 체험 장면) ⓒ 신광태


"이 아이가 우리 수박을 훔쳤습니다. 따라서 우리 수박밭 전체에 대해 변상의 책임을 물어야겠습니다."

요즘 시골 경찰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수박 몇 개를 훔친 것을 가지고 수박밭 주인은 밭 전체에 대해 변상을 받겠다고 으름장이다.


동작이 굼떠 잡혔던 아이도 수박을 선물로 받았다

시골 인심도 많이 참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장난인데 넘어가야지 어쩌겠누" 하던 시절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될 정도로 시골마을 인심도 사라졌다.

화천읍내를 휘돌아 흐르는 북한강. 옛날 그곳 사람들은 이 강을 '화천강'이라 불렀다. 자신들이 사는 동네 앞을 흐르는 강이기 때문에 편한대로 그렇게 불렀다. 그 강 건너 '위라리'라는 마을은 농지가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읍내 농민들은 뗏목이나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 그곳에 수박이나 참외를 심었다. 읍내와 가까운 화전밭에 심어도 될 일인데, 그들은 수박이나 참외 등의 채소는 굳이 강 건너 밭에 심었다.

이유는 아이들의 서리(남의 곡식이나 과일 등을 훔쳐 먹는 장난)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농민들의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장난이 심한 아이들은 어둠이 내리기길 기다려 수영으로 300여 미터에 이르는 강을 건너 수박을 서리했다. 별 수 없이 농민들은 저녁이면 수박 밭으로 나가 보초를 서야 하는 일도 빈번했다.

"너 이놈, 부모님 성함이 뭐냐!"


밭주인에게 잡힌 아이들은 훔친 수박을 들고 벌어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풀려났다. 벌을 세웠다는 게 미안했던지 주인은 그 학생이 훔친 수박을 들려 돌려보냈다. 동작이 굼떠 수박도 따기 전에 잡힌 아이들에게 주인은 잘 익은 수박 한 통을 따서 줬다. 그 이후로 한 번 걸렸던 아이들은 수박서리를 다시는 하지 않았다. 윽박지르는 것보다 타이르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지혜를 옛날 농민들을 알고 있었을까.

쪽배축제 캠핑촌, 1박 하면서 '수박서리'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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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캠핑촌, 관광객들은 1만 원으로 1박을 즐길 수 있다. ⓒ 신광태


화천에서 '수박 강 수영대회'가 열린다. 11번째를 맞는 쪽배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행사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수영으로 축제장이 위치한 300여 미터의 강을 가로질러 건너편에 쌓아 놓은 수박을 안고 건너오는 프로그램이다. 1등이나 2등에 대한 상품은 없다. 자신이 가져온 수박이 상품인 셈이다. 이 프로그램을 구상한 화천군청 관광정책과 김영식 주무관을 통해 자세한 내용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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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배축제 담당 주무관, 수박 강수영대회 및 쪽배축제 전반에 대해 들었다. ⓒ 신광태


- 쪽배축제나 산천어축제 처음 기획단계에서 지금까지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박 강 수영대회 또한 본인 구상이라는데,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은 어렸을 때 '서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을 거다. 화천이란 지역은 강이 인접해 있다는 환경으로 인해 강을 건너 수박서리를 해오던 추억이 생각나 구상을 했는데, 잘될지 모르겠다."

- 본인의 수박서리에 대한 추억에 의하지 않고는 이런 구체적인 구상을 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경험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할 테고. (변병 같지만 나는) 서리를 할 때 농사가 망치지 않도록 밭고랑을 이용해 낮은 포복으로 기었고, (소리 때문에 들킬 뻔하기도 했지만)두들겨 보고 잘 익은 것만 아이들이 먹을 만큼 소량으로 땄다. 후에 알고 봤더니 큰집에서 지은 수박 농사라는 것을 알고는 또래 아이들의 행위를 막았던 기억도 난다. 어쨌든 이것은 옛날 이야기지, 요즘은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절대로 하면 안 된다." 

- 쪽배축제? 생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어떤 축제인가!
"우리 군은 원래 고려시대부터 수상 뱃길이 발달한 고장이었다. (도로가 없다는) 여건상 뗏목이나 쪽배에 장작이나 곡식을 싣고 한양(서울) 마포나루까지 가서 소금이나 옷 등을 바꾸어오던 풍경을 연출한 것이 쪽배축제 기획배경이다. 그러나 북한강 줄기에 댐이 생기면서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전통을 동요 <반달>의 쪽배로 재현, 과거의 전통을 되살리고 여름철 강변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연계한 것이 쪽배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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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배축제장 강변 수영장. 가족단위 관광객들로부터 인기 만점 프로그램이다.(사진은 지난해 축제 장면) ⓒ 신광태


- 언제부터 시작하고 어떤 내용으로 운영되나?
"오는 7월 27일(토)부터 8월 11일(일)까지 16일간 화천군 붕어섬과 생활체육공원을 중심으로 축제가 진행된다. 주요프로그램으로는 물 위의 자전거인 월엽편주, 레저카약 체험, 패들보드, 붕어섬 자전거, 북한강 용선(산천호), 붕어섬 야외물놀이장, 카누 슬라룸 체험, 붕어섬 생태체험장, 강변 물놀이장, 하늘가르기, 북한강 연꽃단지까지의 황포돛배 여행, 어린이 모래놀이터 그리고 목재나 나뭇잎을 이용한 조각배 만들기, 봉숭아물들이기, 철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당초 개막프로그램으로 계획되었던 마당극 낭천별곡은 최근 많은 비가 내려 8월 9일로 날자를 변경했다. 물총싸움과 수박 수영대회 등의 이벤트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인디밴드 공연, 그리고 50인조 오케스트라의 푸른 음악회는 붕어섬에서 7월 28일 저녁 7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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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르기의 기본자세. 강을 가로질러 400여 미터를 강위로 난다. 아래에서 보면 하늘을 가르는 것 같다고 이외수 작가가 이름지었다. ⓒ 신광태


- 요즘 가족단위의 캠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축제와 병행해 캠핑촌도 운영한다고 들었다.
"쪽배축제에는 벌써 5년 전부터 캠핑촌을 운영하고 있다. 크게 두 개의 캠핑촌이 있는데,  하나는 텐트가 설치된 곳을 이용하는 예약 캠핑촌, 다른 하나는 텐트를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자율 캠핑촌이다. 예약 캠핑촌은 150여 개 만들어지는데, 3만 원으로 예약을 하면, 그중에 2만 원을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고, 자율 캠핑촌도 2만 원에 1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내주기 때문에 실제로 1만원으로 텐트를 이용하실 수 있어 상당히 경제적인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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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섬 수영장. 조그만 섬 한가운데 수영장이 있다는 것 또한 이체롭다. ⓒ 신광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쪽배축제 #수방 강수영대회 #캠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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