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1. 세월호 참사는 국가위기상황이 아니었나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재난 상황을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국가위기 사태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비상대비 시민보호법 2004(CivilContingenciesAct 2004)' 제1조에 명시된 비상사태(Emergency)는 '국내 어디서나 시민의 행복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의 행복'을 위협한다는 것은 생명의 손실·상해·주거소실·재산 피해·공공재의 공급 중단, 통신수단·교통수단·의료서비스 공급체제의 중단·장애 등의 사태 발생, 전쟁이나 테러 등을 의미한다.
과거 참여정부는 어땠을까. 참여정부는 국가위기를 '국가의 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형 자연·사회재난 등 비군사 분야를 국가위기관리 대상으로 확대해 위기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하고 대응했다.
그 역할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NSC) 사무처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수행했다. 센터는 군사적 안보·자연재해·사회적재난 등 33개의 유형별 국가위기를 분류하고, 국가재난위기상황을 상시적으로 통제, 초동 대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사적 안보 위협만을 국가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갈수록 복합적이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재난상황 등은 국가위기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 선진국은 상시·수직적 통제체계로 신속 대응이런 인식은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기본법)'과 재난위기관리 시스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개정된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안전행정부(안행부)의 안보분야를 제외한 모든 재난상황을 총괄·조정하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기본법에 따라 평시에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가 국가재난안전정책을 관리하고, 재난 발생 시 안행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가동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평시에는 안전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비상·재난대비 업무는 안행부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재난관리 분야도 이원화 돼 있다. 태풍 등 자연재난은 소방방재청이 맡고, 각종 사고 등 사회재난은 안행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재난 유형으로 분류되는 세월호 침몰 사고는 중대본 차장·총괄조정관 등을 재난 전문성이 없는 안행부 차관 등이 맡았다.
'비상사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영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영국은 평시와 비상시의 조직운영체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재난과 위기상황에 동일한 통합체제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