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확실해졌다, 서민은 안중에 없는 박근혜 정부

[게릴라칼럼] 박근혜 정부만 모르는 '전월세 대란' 해결책

등록 2015.01.19 21:29수정 2015.01.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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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중랑구 망우동의 한 아파트.
중랑구 망우동의 한 아파트.김동환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건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다. 수요 욕구가 높고, 구매력이 상승할 때는 가격이 올라간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계층이 많아지면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띤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소비심리를 살려내고 내수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신년기자회견문 내용 중 일부다.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안 된다. 앞뒤가 바뀐 논리다.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가 개선되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것이지,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켜 소비와 내수를 살린다? 이는 수요, 공급의 법칙에도 어긋나는 주장이다.

부동산 침체나 경기 활황은 경제 상태의 반영이자 지표다. 침체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단은 배제한 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소비와 내수를 살릴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적으로나 논리적 측면에서 성립될 수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

그동안 주거 공간의 안정과 편이성보다는 집값을 올려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발상에 기초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키워왔다. 이명박 정권에 이은 각종 대출 제도와 규제 완화는 오히려 전·월세 가격은 폭등시켰고, 집값의 반등도 불과 몇 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더 극단적인 부동산 정책을 꺼내들었지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약발 안 먹히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어쩌면 정부의 의도대로 거품이 집값을 띄우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산층 위한 임대아파트를 만들겠다고?


지난 13일, 2015년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올해 주요 업무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는 중산층을 위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민간 사업자에게 세제 혜택 등 편의를 제공하여 300가구 이상을 짓거나 100가구 이상을 사들여, 8년까지 거주가 가능한 임대 사업을 할 수 있게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어진 기업형 임대주택은 중산층을 겨냥한 고급 아파트로, 서울의 경우 한 달 임대료만 70~8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국토부는 2015년에만 1만호 이상의 기업주택을 공급하고 법 개정 후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형 임대주택 계획안도 이전에 발표했던 부동산 대책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국토부는 전·월세 난을 겪고 있는 계층이 누구인지, 이들의 살림살이가 어떤 형편인지, 이들이 원하는 부동산 대책이 어떤 것인지, 한 번쯤이라도 진지하게 고찰했는지 궁금하다. 외곽으로 한없이 밀려나는 부평초 같은 도시 서민의 삶, 난방도 되지 않는 지하 단칸방에서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폐지를 주워 모으는 노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이런 대책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세는 아예 없어요. 집 주인이 남들보다 덜 올리는 것이라며 3000만 원을 더 내래요. 형편이 안 되면 그만큼을 월세로 바꾸래요. 방법이 없어요. 지금 전세에다 한 달 20~30만 원 월세를 어떻게 주고 있어요. 멀기는 하지만 좀 외곽으로 나가려고요."

이렇게 말한, 아이 둘을 둔 후배는 그래서 서울을 떴다. 직장까지 출근하는 데만 1시간 반이 걸리는데, 차가 막히는 날엔 2시간 이상도 걸린단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는 후배. 그를 서울에서 밀어낸 건 '미친 전셋값'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숱하게 쏟아낸 부동산 대책은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나와 인연을 맺었던 대부분의 지인들도 거의 다 떠났다. 대다수가 3~4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삿짐을 챙겼고, 그 자리는 조금 나은 동네에서 밀려온 사람들로 채워졌다.

최악으로 치닫는 서민 전월세난은 어쩌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2010년 8월 29일, 이명박 정권은 취임 후 아홉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부부 합산 연 소득 4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2억 이하 연 5.2% 저리로 대출을 알선한다는 내용이었다. 말이 부동산 대책이지 아파트 분양광고나 다름없었다. 연 5.2%로 2억을 대출하면 한 달 이자만 86만 원에 달한다.

한 달에 86만 원의 이자를 내고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이명박 정권과 월 임대료 80만 원에 이르는 기업형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박근혜 정권. 두 정권 모두 대다수 국민들에게 월 80만 원이 갖는 무게가 얼마인지 알기는 하는 걸까.

이번에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은 정부가 인정하듯, 대기업 부장 정도의 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러니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서민들의 전·월세난의 해소책으로서는 어떤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택지·기금·세제 등의 혜택을 주어 참여를 유도하고 5∼6%의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대기업 부장을 위한 임대주택을 위해 온갖 특혜를 내놓다니... 이를 두고 '대기업 특혜 종합선물세트'라고 논평한 경실련의 주장은 전혀 과하지 않다.

우려되는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주변의 전·월세 가격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뉴타운 조성 초기, '집 가진 사람들의 자산 가치를 올려주고, 집 없는 도시서민들에게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이 모두를 현혹했지만, 결국 수혜자는 건설사와 대기업이었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뉴타운 조성 때처럼, 광풍을 몰고 올 확률은 낮다. 그러나 서민들은 피해자가 되고, 기업과 건설사는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인 것은 마찬가지다.

'효과 0'인 부동산 대책, 아직도 이유 모르겠나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터는 지금도 임시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6년 전, 그곳은 당장 부수고 새 건물을 짓지 않으면 무슨 큰 사달이 날 것처럼 여겨졌던 땅이었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을 정말 좋은 대책인 것 마냥 내놓은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또 이삿짐을 꾸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주택난을 핑계로 건설사에 온갖 특혜를 남발하고 은행에 대출을 알선하는 부동산 정책은 서민의 삶을 유린하는 범죄에 가깝다.

이제 박근혜 정권은 집값을 띄워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정권의 의도대로 거품 위에 집값을 올려놓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만에 하나 집값이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치솟기만 한다면, 오히려 더 큰일이다. 그건 소비와 내수가 살아나는 신호가 아니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자산 파산 사태를 알리는 전조기 때문이다.

소비와 내수를 살리는 것은 서민들의 경제력이다. 정부가 저임금 구조를 그대로 묶어 놓고, 집값도 띄워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릇된 부동산 정책을 거듭하고 있으니,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고 서민들은 도시난민으로 떠도는 것이다. 그러니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채 서너 달을 가지 못하고, 무섭게 추락하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지금의 전월세난을 해결할 수 없다. 중산층의 주거를 위한 일이라 해도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는 노후 주택의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주인에게 전·월세 상한제를 강제하자는 주장만큼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정책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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